책을 쓴다는 게 보통 일은 아니다. 특히 전문서적은 더 그렇다. 기자가 일하고 있는 비즈니스워치 택스워치팀도 지난해 세금 책을 한권 펴냈는데 쉬운 일이 아니었다. 책을 만드는 일도 어렵지만 판매는 더 어렵다.
출판업이 불황이기도 하지만 세금 책이라는 전문적인 내용으로 베스트셀러를 기대하는 건 무리라는 게 출판업계의 평이다.
그런데 어렵다는 세금 책으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사람이 있다. 업계에서는 이미 책 쓰는 세무사로 널리 알려진 신방수 세무사(세무법인 정상)가 주인공이다. 그가 쓴 '합법적으로 세금 안내는 110가지 방법'이라는 책은 일년 열두달 대형 서점의 좋은 자리를 꿰차고 있는 유일무이한 세금 책이다.
신 세무사는 다작(多作)으로 더 유명하다. 국내 유명 포털 사이트에서 '세금'으로 책 검색을 해보면 국세청 다음으로 신방수 세무사의 이름이 많이 뜬다. 세금 책 쓰는 사람들이 드물어서 그런 걸까. 직접 확인해보니 개정판을 제외하고도 그동안 써낸 세금 책이 50권에 달했다.
세무사는 세무상담하느라 바쁠 것 같은데, 도대체 책은 언제 쓰는 걸까. 신 세무사와 페이스북 친구를 맺은 기자가 그의 SNS 게시물을 뒤져봤다. 주로 카페에서 책 쓰는 작업을 하는 사진이 많다. 커피 한 잔과 교정작업을 위한 원고뭉치가 놓여 있는 카페 테이블 사진은 그의 단골 게시물이다.
사무실이 카페일까. 카페가 사무실일까. 신 세무사가 더 궁금해졌다. 2018년 9월4일, 인터뷰도 사무실 근처 카페에서 하자는 그의 말을 애써 무시하고 서울 강남에 있는 신방수 세무사의 사무실로 일단 달려갔다.
신방수 세무사(세무법인 정상)가 사무실에서 비즈니스워치 택스워치팀과 인터뷰 하고 있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50권 썼다. 많이 팔린 책은 60만부 팔려"
- 책을 몇권이나 냈나
▲ 정확하게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2001년에 처음 쓰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개정판을 빼고 한 50권 정도 되는 것 같다. 다른 사람과 같이 쓴 것을 빼면 40권 정도. 그중에서 15권 정도는 매년 개정판을 낸다. 아마 대한민국에서는 책을 가장 많이 쓴 세무사가 아닐까 생각된다. 회계사 쪽에서도 세금이나 자기 분야에서 이 정도로 쓴 사람은 없는 걸로 안다.
<신방수 세무사 주요 저서>
▲합법적으로 세금 안 내는 110가지 방법 ▲합법적으로 세금 안 내는 세금대백과 ▲신방수의 합법적인 절세의 기술 ▲부동산 절세법 무작정 따라하기 ▲자산관리 절세법 무작정 따라하기 ▲확 바뀐 부동산 세금 ▲부동산 전문세무사가 알려주는 부동산 세테크 ▲한권으로 끝내는 회계와 재무제표 ▲부자들만 알고 쉬쉬하는 부자공식 ▲격파! 빨간 가계부 ▲신입사원 왕초보, 재무제표 달인이 되다 ▲IFRS를 알아야 회계가 보인다 ▲단 1%라도 놓칠 수 없는 부동산 절세법 ▲2011 실전재테크 시나리오 ▲세금생활백서 ▲절반으로 줄이는 상속·증여 절세법 ▲병의원세무 가이드북 ▲부동산세무 가이드북 ▲중소기업세무 가이드북 ▲상속·증여세무 가이드북 ▲기업회계 가이드북 ▲부동산매매·임대사업자세무 가이드북 ▲상가세무 가이드북 ▲세무조사실무 가이드북 ▲토지세무 가이드북 ▲부동산계약·중개세무 가이드북 ▲주택아파트세무 가이드북 ▲보험금융자산세무 가이드북 ▲재테크 트렌드 2017,2018 ▲부동산법인세무 가이드북 ▲부동산 절세백서
- 다루는 분야가 다양한데 어렵지 않나
▲ 요즘은 데이터가 많고 정리된 자료도 많아서 어렵지 않다. 나도 책을 쓰면서 공부를 하게 되는데 그런 점에서 분야를 넓게 가져가고 있는 것에 대해 스스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컨설팅을 할 때에도 한쪽만 알아서는 컨설팅이 잘 안되더라. 세무사들이 전문분야에 대해 쓴 책들을 보면 아주 두껍고 특정 부분에 대해 정리가 돼 있는데, 사실 그런 부분은 국세청에서 나온 책들이 더 잘 돼 있다.
- 세금 책인데 잘 팔리나
▲ '합법적으로 세금 안내는 110가지 방법' 책은 누적으로 한 60만부 정도 팔렸다. 예전에는 인문서적 포함해서 종합베스트셀러 2위를 한적도 있다. 세무가이드북 시리즈 책도 펴냈는데 10만부 이상 팔렸다. 당연한 얘기지만 책을 찍어낸 출판사에서도 좋아하더라.
- 세무사 자격은 언제 취득했나
▲ 처음 사회생활을 쌍용자동차에서 시작했다. 회계부와 경영관리부에서 일했는데 개인사정으로 그만두게 된 후 뭘 할까 고민하다가 전문자격이 있어야겠다고 판단해서 시험공부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회계사시험 공부를 하다가 세무사시험으로 바꿨다. 지금도 시험이 어렵지만 당시에도 세무사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았다. 다행히 시험준비 1년만에 합격을 했다.
"척박한 세무대리시장, 나만의 무기가 필요했다"
- 책은 왜 쓰게 됐나
▲ 어렵게 시험에 합격했는데, 세무사로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더라. 빽도 없고 국세청 출신도 아니고 돈도 없었다. 회사를 다니다 늦게 시작해서 세무사 합격했을 때 이미 36살이었고, 세무법인에 취업하기보다는 개업을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개업을 해도 뭔가 나만의 무기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하는 판단에 책을 생각했다.
6개월 정도 여기저기서 자료라는 자료는 다 스크랩해서 책 쓰기 위한 공부를 시작했다. 2001년에 처음으로 만든 원고를 들고 출판사에 갔더니 마침 세금 쪽으로 책을 내본 적이 있는 출판사라 계약을 하자고 하더라. 그 때 나온 책이 '합법적으로 세금 안 내는 세금 대백과'라고 '합법적으로 세금 안내는 110가지 방법'의 초기 버전이다.
▲ 신방수 세무사 페이스북 이미지 |
- 처음부터 책이 잘 팔렸나
▲ 첫 책은 다른 세무사들 책처럼 두꺼웠고, 1권에 4만8000원짜리로 비쌌다. 어떻게 팔까 고민하다가 쌍용차 다녔던 인연도 있으니 차 판매 딜러들이 한권씩 사주면 수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쌍용차 사장에게 2장짜리 편지를 썼다. 회사에서 책을 구입해 딜러들에게 나눠주면 좋겠다는 얘기였다. 쌍용차에서 도와준 것인지 확인은 못했지만 나름 잘 팔려서 3쇄까지 찍었다. 손해는 안본 셈이다. 그 이후 재미가 붙어서 책을 계속해서 쓰기 시작했다.
- 인세 수입은 얼마나 되나
▲ 처음에는 인지도도 없고 하니까 정가의 5% 정도밖에 못받았다. 생활비 정도 되는 수준이었다. 지금은 좀 알려져서 10% 정도 받는다. 전체 개인 수입에서 인세수입이 크지는 않아도 15~20% 정도는 차지하는 것 같다.
지금은 세금 책들도 종류가 많아져서 예전처럼 팔리지 않는데, 사실 요즘 책 쓰는 사람들이 책으로 돈 벌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나도 책을 기반으로 해서 강의도 하고, 모임도 만드는 등 소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책도 비즈니스다. 책-강연-세무서비스가 연결된다"
- 책을 보고 고객이 찾아오나
▲물론이다. 애초에 책을 기획할 때부터 비즈니스를 생각한다. 어려운 것은 배제하고 수요자 중심으로 구색을 맞춘다. 그걸 바탕으로 컨설팅 서비스를 하고 강의도 한다. 처음 강의를 시작한 것도 책 때문이고, 강의를 들은 사람들은 컨설팅을 맡기러 직접 찾아온다. 책과 강의, 세무서비스가 하나로 연결돼 있다. 한권 쓰면 또 두권 세권 쓰게 되는 이유다.
- 세무사 본연의 업무는 어떻게 하고 있나
▲ 세무법인 정상은 개별 세무사들의 독립채산제라 법인에서 책 쓰는 문제로 제약을 받거나 하지는 않는다. 다만 시간관리를 잘 하기 위해 장부기장업무는 하지 않는다. 기장은 기존 고객만 관리하는 수준이다. 대신에 세무자문 용역을 많이 따 온다. 시간을 덜 뺏기면서 정형화 돼 있지 않고 수익은 좋다. 건설사 쪽으로 강연을 좀 했었는데 그 덕인지 대형 건설사에서 직원들 세무역량을 키워보겠다며 강연 의뢰가 들어올 때도 있다.
- 책을 너무 쉽게 쓰는 것처럼 보인다
▲ 처음에는 나도 한줄 쓰기도 어려웠다. 그런데 지금은 아주 빨리 쓸 수 있다. 주로 주말에 쓰고, 평일에는 하루 2~3시간 정도 할애한다. 그동안 모아둔 자료가 많기 때문에 그걸 새로운 세법과 트랜드에 맞춰서 어떤 형식으로 풀어갈 것인가만 고민하면 책을 낼 수 있다. 평소에도 다음에 쓸만한 자료들을 모아 놓는다.
- 주로 카페에서 작업하는 것 같다
▲ 세무법인 사무실이 좁기도 하지만 카페가 집중이 더 잘되는 것 같다. 기획이나 원고정리작업 등은 거의 카페에서 한다. 그렇다고 해서 커피 한잔 시켜놓고 몇시간씩 있지는 않는다. 세무사로서 사업자들의 고충을 잘 알기 때문에 1시간 정도 일하다 할 일이 남으면 다른 카페로 옮겨서 한다.
"1년에 3권씩 쓰고 출판사도 만들 것"
- 앞으로도 책을 쓸 계획인가
▲ 물론이다. 1년에 신간으로 3권을 목표로 써왔고, 올해도 그렇게 될 것이다. 지금 쓰고 있는 책은 주택임대사업자의 절세전략이고, 부동산자금출처조사, 그리고 부동산가격과 세제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다루는 내용의 책도 준비중이다.
- 또 다른 계획은
▲ 출판사를 만들 계획이다. 내가 쓴 걸 내가 팔아보고 싶다. 사실은 그동안 출판사 좋은 일만 시켰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판매 위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기존 출판사의 한계를 넘어서 내가 쓰고 싶은 걸 책으로 만들려고 한다. 지금 그 준비를 하고 있고 아내에게 출판사업 관련 공부를 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또 나는 나대로 디자인, 일러스트, 포토샵을 공부중이다.
또 하나는 세금계산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반영해서 세금을 계산해줄 수 있는 그런 서비스를 개발하고 싶다. 그래서 매주 토요일마다 학원에 가서 6시간씩 엑셀을 공부하고 있다.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후배 세무사들과 공유할 생각이다.
- 페이스북을 보니까 제주도에 땅을 샀더라
▲ 나이 60이 넘으면 은퇴할 계획이다. 그 때 작업실겸 주거공간으로 사용하기 위해 땅이 필요했다. 마침 지인의 소개로 좋은 자리가 있어서 구입해뒀다. 5년 정도 뒤 집을 짓고 주거지를 옮길 계획이다.
▲ 사진 : 이명근 기자/qwe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