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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조세회피처 해제 후 할일은

  • 2018.01.24(수) 10:06

EU 블랙리스트 50일만에 해제
외국기업 세금우대 조항 폐지해야

지난 23일 한국이 유럽연합(EU)의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에서 벗어났습니다. 지난해 12월 5일 EU로부터 조세회피처로 지정된 지 50일 만입니다. 당시 OECD 국가로서는 유일하게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에 오르면서 국격이 떨어졌다는 아쉬움이 쏟아졌는데요.

 

EU의 블랙리스트 지정부터 해제까지의 과정을 되짚어보고, 이번 해프닝을 계기로 정부는 어떤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하는지 알아봤습니다. 

 

 

# 2017년 12월 EU 조세회피처 지정

 

지난해 12월 5일 EU 집행위원회는 한국, 마카오, 파나마, 몽골, 사모아, 괌 등 17개국의 조세회피처 명단(블랙리스트)을 발표했습니다. 블랙리스트에 포함되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EU는 블랙리스트 발표 1년 전 조세회피처 지정을 위한 스코어보드를 공개했습니다. 여기서 조세제도상 결함이 발견된 국가들이 개선 약속을 한 경우엔 블랙리스트에 올리지 않았다고 밝혔는데요. 대만, 태국, 베트남 등의 국가도 제도 개선을 약정해 블랙리스트에서 빠졌습니다. 심지어 버뮤다, 케이맨제도, 세이셸 등 주요 조세회피처 역시 블랙리스트 발표 전에 제도개선 약정을 하면서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죠.  

 

반면 한국 정부는 11월 중순에 “외국인 투자 세제혜택은 조세회피처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서한을 EU에 보냈을 뿐 제도개선 약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12월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에 지정됐죠. 이 때문에 정부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쏟아지기도 했던 겁니다.

 

그런데 일각에선 블랙리스트 지정이 EU와 한국의 힘겨루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도 내놨습니다. 한 조세 전문가는 “블랙리스트 지정은 EU와의 일종의 기세싸움으로 볼 수도 있다”며 “기획재정부가 대응을 잘못했다는 여론은 다소 왜곡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조세 전문가는 "EU가 원래 우리나라의 조세정책에 대해 시선이 곱지 않았다"며 "론스타 재판에서 룩셈부르크와 네덜란드를 조세회피처로 취급해 불리한 판결을 내린 이후 분위기가 나빠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 23일 EU는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EU 본부에서 경제재무이사회를 열고 한국을 포함한 파나마, 아랍에미리트(UAE), 몽골, 바베이도스, 마카오, 튀니지, 그라나다 등 8개국을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다만 한국은 블랙리스트에서는 빠지더라도 한 단계 낮은 47개 그레이리스트(grey list, 주의국가)에는 남게됐죠.

 

이와 관련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주의국가는 조세제도상 외국기업과 한국기업 간의 차별이 있는지를 주시하겠다는 의미인데 별다른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외국기업 우대 규정 손 봐야

 

조세전문가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문제가 된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특히 EU가 문제 삼은 조세특례제한법 121조의 2(외국인투자에 대한 법인세 등의 감면) 조항에서 외국기업만 우대하는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거죠.

 

해당 조항은 요건을 만족시키는 외국인투자에 대해서는 법인세, 소득세, 취득세, 재산세를 각각 감면하는데요. 세금감면 대상은 크게 ▲고도기술 수반 사업과 산업 지원 서비스업을 하는 외국인 기업과 ▲외국인투자지역·경제자유구역·기업도시개발구역·새만금사업지역에 입주하는 외국인 기업 등입니다.

 

안창남 교수는 “세법에 외국자본에 대한 특별 우대조항은 없애야 한다. 적어도 명문화한 규정은 삭제해야 한다"며 "앞으로 기업에 혜택을 준다면 외국기업과 내국기업의 차별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18일 열린 한국국제조세협회 '국제조세상 조세회피처 지정의 의미' 동계공동학술대회에서 토론을 맡은 조규범 안진회계법인 부대표도 “외국투자기업에 대한 지원은 현금지원, 입지지원 중심으로 개편해나가야 한다”며 “조세지원의 경우 외국인 기업만 지원하는 제도는 폐지할 필요가 있다. 또한 특정지역 등에 대한 투자유치가 필요한 경우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조세지원을 함으로써 보다 많은 투자가 이뤄지도록 하고 내·외국인 간 형평성도 제고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국제조세분야에 있어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박수진 회계사는 “국제기구에 대한 대응은 외교, 경제, 산업, 세제 등 부문 간 협업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대사관과 국제조세 업무를 맡는 정부부처 간 소통창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기획재정부 세제실의 국제조세 담당 인력을 증원해 적극적인 대응을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세금 감면 혜택은

외국인 기업에 제공하는 세금 지원 형태는 `7년형` `5년형` 두가지 입니다. 7년형은 5년간 세액의 100%를 깎아주고 그 후 2년간은 50%를 감면해 줍니다. 5년형은 3년간 세금을 면제해 주고 그 후 2년간은 절반을 깎아주는 거죠.

 

외국인 기업이 들어와 있는 대표적인 곳은 외국인투자지역과 경제자유구역입니다. ▲외국인투자지역은 모두 106곳이 지정돼 있는데요. 단지형 25곳, 개별형 80곳, 서비스형 1곳 등입니다. ▲경제자유구역은 외국인투자지역보다 범위가 넓죠. 해당 지역에 입지를 제공하는 건 물론이고 주거 교육 금융 등 지원 인프라도 갖춥니다. 현재 인천 부산 새만금 등 전국에 8곳이 지정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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