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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홈쇼핑 '뜨는' T커머스, 무엇이 갈랐나

  • 2021.05.24(월) 16:30

'개인화·모바일·프리미엄'으로 시장 공략
시장 초고속 성장…"인프라가 경쟁력"

T커머스 시장에서 차별화 경쟁의 막이 올랐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고속 성장 중인 T커머스(상품판매형데이터방송) 시장의 차별화 경쟁이 시작됐다. SK스토아·K쇼핑·신세계TV쇼핑 등 시장 주요 업체들은 자신만의 전략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T커머스 시장의 향후 경쟁 구도가 이커머스와 유사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보고있다. 향후 T커머스 시장도 특화 영역 마련, 배송 역량 등 인프라 구축이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차별화된 경쟁력 구축 나서

한국 T커머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T커머스 시장은 5조4000억원 규모였다. 이는 2016년 9977억원에 비해 5배 가까이 성장한 수치다. 지난해와 비교해 보더라도 28.9% 성장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트렌드 확산에 영향을 받았다. 이처럼 시장이 성장하자 T커머스 선두권 업체들은 차별화된 경쟁력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시장이 커지고 있는만큼 누가 먼저 주도권을 잡느냐가 중요해서다.

SK스토아는 '개인화'에 초점을 맞췄다. SK스토아는 지난해 말 'SK스토아ON'을 론칭했다. SK스토아ON은 시청자의 시청 데이터로 방송을 분석해 편성하는 시스템이다. 소비자는 채널에서 원하는 상품을 자유롭게 선택해 시청, 구매할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은 플랫폼 입장에서도 한정된 시간에 다양한 상품을 소개할 수 있어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T커머스 시장은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K쇼핑은 모바일 전환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커머스 플랫폼을 넘어 '라이브커머스 MCN'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MCN은 인플루언서를 위한 기획사를 의미한다. 콘텐츠 유통, 저작권 관리 등 업무를 대행한다. K쇼핑은 MCN 역량 구축을 위해 셀럽, 인플루언서와의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체 경쟁력 마련을 위해 라이브커머스 전문 쇼호스트 채용에도 나섰다.

신세계TV쇼핑은 '프리미엄'에 방점을 찍었다. 신세계백화점, SI빌리지 등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T커머스 시장에서도 발휘하겠다는 구상이다. 온라인 프리미엄 식품관 운영, 숍인숍 제휴 확대 등을 통해 상품 구색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식품, 리빙 등 분야에서 자체브랜드 상품의 구성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원조' TV홈쇼핑 위협하는 T커머스 성장세

업체들이 이처럼 다양한 전략을 고민하는 것은 그만큼 T커머스 시장의 미래가 밝기 때문이다. T커머스 시장은 아직 원조격인 TV홈쇼핑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다. 하지만 성장세는 TV홈쇼핑을 뛰어넘는다. 실제로 업계 1위인 SK스토아의 지난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8.7% 증가한 724억원이었다. 2위 KTH는 25.6%, 3위 신세계TV쇼핑 역시 18.0% 늘어났다.

반면 TV홈쇼핑의 매출은 정체됐다. 롯데홈쇼핑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4.3% 감소한 2580억원이었다. CJ오쇼핑, GS홈쇼핑의 매출도 같은 기간 12.0%, 0.1% 줄었다. 현대홈쇼핑만이 전년 대비 7.8% 증가하며 체면치레를 했다.

T커머스 업계는 TV홈쇼핑에 비해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이는 T커머스와 TV홈쇼핑의 사업 구조 차이 때문이다. T커머스는 20~30분 내외의 방송을 사전 녹화 방식으로 송출한다. 때문에 시장 트렌드의 갑작스런 변화, 수요 변경 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방송을 선택해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일정 수준의 수요가 보장된다. 판매되는 상품도 방송당 1000개 수준이다. 방송을 연기해도 피해가 상대적으로 작다.

반면 TV홈쇼핑은 즉각적으로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 1시간 내외의 생방송을 진행하고, 한 번에 판매하는 상품의 물량이 많아서다. TV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넷플릭스 등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유행하며 TV를 시청하는 인구가 줄었다. 과거처럼 자연스럽게 채널을 돌리다가 홈쇼핑 채널에 유입되는 고객도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초기 이커머스 시장과 유사…인프라 경쟁력 갖춰야

T커머스 시장의 성장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며 TV홈쇼핑업계의 '탈 TV'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어서다. CJ오쇼핑은 최근 'CJ온스타일'로 브랜드를 리뉴얼했다. 이 과정에서 T커머스의 주력 사업 분야 중 하나인 '라이브 커머스'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NS홈쇼핑 등 강자들도 라이브 커머스 강화에 나서고 있다.

TV홈쇼핑 업계에게 T커머스 시장 공략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코로나19 이후 주력 소비자인 4050세대 소비자가 온라인·모바일 플랫폼 활용에 익숙해졌다. 여기에 TV홈쇼핑이 IPTV업체에 내는 '송출수수료'는 매년 치솟고 있다. 송출수수료의 지난 5년간 연평균 인상률은 39.1%에 달한다. 시장 규모는 축소되는데 부담만 커져가고 있는 셈이다. T커머스 시장은 TV홈쇼핑의 탈출구가 되고 있다.

신세계TV쇼핑은 배송 역량 강화에 이어 반품 편의성을 높였다. /사진=신세계TV쇼핑

향후 T커머스 시장 내 경쟁은 이커머스와 비슷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업계에서는 T커머스 시장에서도 과거 이커머스 시장처럼 플랫폼 차별화, 배송 역량과 같은 인프라가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신세계TV쇼핑은 지난 2월 T커머스 최초로 냉장·냉동·온라인 물류센터를 오픈했다. 최근에는 편의점을 통한 반품택배 당일 회수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런 움직임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T커머스 시장에서도 수년 전 이커머스와 마찬가지로 차별화 경쟁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고 있지만, 플랫폼 경쟁력만으로는 고객을 장기간 잡아두기 어렵다"며 "플랫폼 자체 차별화, 취급 상품 규모 확대, 배송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물류 역량 등의 인프라가 향후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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