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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탈 새벽'선언 GS리테일, '큰 그림' 있었다

  • 2022.07.28(목) 06:45

GS리테일, 새벽 배송 철수 결정
새벽배송 대신 '퀵커머스'에 방점
'모내기식 투자'…성과가 관건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퀵커머스 서비스 애용자입니다. 앱을 통해 생필품을 주문하면 1시간 내외로 물품이 집 앞에 즉각 배송됩니다. 얼마 전에는 한밤중 손을 크게 베여 밴드와 연고를 주문한 적도 있습니다. 이후부터 밖에 나가기 귀찮을 때면 가장 먼저 퀵커머스 서비스를 찾습니다. 배달의민족 'B마트' 등을 주로 이용합니다. '타임 어택'과 같은 할인 찬스를 챙기는 맛도 쏠쏠합니다. 

장을 볼 때도 대형마트의 즉시 장보기 서비스를 씁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1시간 배송 등 선택지가 다양합니다. 딱히 새벽 배송이 아니더라도 금세 물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반 상품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일 배송 서비스로도 만족합니다. 길어도 반나절, 빠르면 몇 시간 내 상품이 옵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이제 새벽 배송은 거의 찾지 않습니다. 

얼마 전 GS리테일이 새벽 배송 '철수'를 선언했습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수익성이었습니다. GS리테일은 그동안 외부 인력을 통해 새벽 배송 서비스를 운영해 왔습니다. GS리테일은 인건비와 야간 배송을 위한 포장재 비용이 많이 들어 새벽 배송을 폐지한다고 밝혔습니다. GS프레시몰은 오는 30일 새벽 배송을 중단할 예정입니다. 더 이상 '밑 빠진 독에 물을 붓지 않겠다'는 겁니다.

/ 사진= 비즈니스워치

사실 GS리테일의 '탈(脫) 새벽 배송'에는 철저한 계산이 깔려있습니다. 새벽 배송보다 더 '큰 그림'을 꿈꾸고 있으니까요. 앞서 언급한 퀵커머스입니다. 새벽 배송보다 상위 영역에서 새로운 경쟁을 펼치겠다는 구상입니다. '경기장 바꾸기'에 나선 셈입니다. GS리테일은 지난 2020년 배달앱인 요기요를 인수했습니다. 이후 즉시 장보기 서비스인 '요마트'를 역점 사업으로 키우고 있습니다.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이 이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죠. GS리테일의 관심사는 더 이상 새벽 배송이 아닙니다. 

GS리테일 입장에서 '탈 새벽'은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GS리테일은 새벽 배송보다 퀵커머스에 더 적합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전국 곳곳에 편의점 GS25와 슈퍼마켓인 'GS더프레시'가 있습니다. GS리테일은 이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면 퀵커머스 시장에서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생필품은 물론 신선식품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입니다. 새벽 배송과 달리, 퀵커머스에선 GS리테일만의 무기가 확실히 부각됩니다. 다른 경쟁사들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GS리테일은 이전부터 조용히 탈 새벽을 준비해왔습니다. 대신 당일 배송과 퀵커머스 진출에 공을 들였습니다. 그동안의 투자도 여기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배달앱 요기요, 유통물류사 메쉬코리아, 반려동물 쇼핑몰 펫프랜즈 등에 550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일종의 모내기식 투자인 셈입니다. 이커머스 플랫폼보다 빠르게 퀵커머스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었던 겁니다. GS리테일의 장기적인 목표는 퀵커머스 시장 '1등'입니다. 

퀵커머스는 아직 절대 강자가 없습니다. 치열한 새벽 배송 시장과는 다릅니다. 배달의민족(B마트)과 쿠팡(쿠팡이츠마트)이 진출해 있지만 아직 패권을 쥔 곳은 없습니다. 게다가 이들은 GS리테일과 같은 오프라인 인프라가 없습니다. 도시 각지에 퀵커머스 전용 별도 물류센터를 만들어야 합니다. 배달앱 점유율 2위인 요기요와 오프라인 인프라를 보유한 GS리테일에겐 큰 기회인 셈입니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t201@

반면 새벽 배송 시장은 모두가 손해를 보는 시장입니다. 갈수록 출혈경쟁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엄청난 투자가 필요한 사업입니다. 게다가 쿠팡, 마켓컬리, 쓱닷컴 '빅3'가 입지를 공고히 다지고 있습니다. 이 틈을 파고들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지속적인 적자를 감수해야 합니다. '빅3'도 적자 상태입니다. 지난해 기준 쿠팡은 1조8000억원, 마켓컬리는 2177억원, SSG닷컴은 107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업계에서 '새벽 배송 회의론'이 계속 흘러나오는 이유입니다. 

새벽 배송의 전망성도 좋은 편이 아닙니다. 교보증권은 지난해 4조원 수준의 새벽 배송 시장 규모가 올해 9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다만 2023년 시장 규모는 11조9000억원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1년 사이 성장세가 절반으로 꺾이는 셈입니다. 배송 경쟁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새벽 배송'만의 경쟁력은 점점 희석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선두업체가 아니고선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사실 새벽 배송 철수를 선언한 것은 GS리테일뿐만이 아닙니다. 롯데온, 헬로네이처, 프레시지 등 탈 새벽에 나서는 기업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새벽 배송은 이미 쿠팡, 마켓컬리, SSG닷컴이 시장 점유율의 80%를 차지한 '레드 오션'입니다. 옥석 가리기가 끝난 상태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후발 주자들에게는 큰 부담입니다. GS리테일 역시 의미 없는 싸움을 계속할 필요가 없었을 겁니다.

이에 비춰보면 GS리테일의 경기장 바꾸기는 당연한 선택입니다. 승산이 없는 싸움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니까요. 안 되는 것에 욕심을 내는 것만큼 미련한 것은 없습니다. 더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낫습니다. 물론 선택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GS리테일은 앞으로 퀵커머스 시장에서 좋은 결과를 내야 할 겁니다. 이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다만 새벽 배송보다는 승산이 높을 겁니다. GS리테일의 새벽 배송 철수가 '손절'이 아닌 '합리적 선택'인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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