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그룹이 나란히 부진한 3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면세 채널과 중국시장 매출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소비행태 변화와 구매력 저하 등으로 인해 양사의 어려움이 장기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화장품 못 파는 '뷰티 2강'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28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2.4% 줄었다. 매출은 1조7462억원으로 6.6% 감소했다. 중국향 매출이 두 자릿수 감소한 데다, 고급 브랜드 '후' 리뉴얼 투자, 국내 가맹점 철수 지원, 미국 구조조정 등의 일회성 비용이 영향을 미쳤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역시 영업이익 288억원을 기록, 전년보다 12.7% 감소했다. 매출은 5.7% 줄어든 9633억원을 기록했다. 면세 채널과 역직구몰·아마존 등의 글로벌 e커머스, 중국 시장 등에서 매출이 감소했다.
국내 화장품 양대산맥인 양사는 화장품 부문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매출은 6702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15.1% 줄었다. 영업이익은 80억원을 기록하며 88.2% 급감했다. 중국 매출이 33.5% 감소한 탓이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의 중국 매출은 2017년 3분기(836억원) 이래 최초로 1000억원을 미달한 가운데 후 천기단 프로 리뉴얼 비용이 발생하면서 228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며 "면세 약세와 가맹사업 철수, 북미 효율화 등의 구조조정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아모레퍼시픽도 국내 화장품 매출이 4456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8.8% 줄어든데다, 영업이익도 218억원으로 23.4% 감소했다. 해외 매출은 3177억원을 기록하며 4% 떨어졌다. 적자 규모는 전년 동기보다 7억원가량 축소했지만 적자(-83억원)는 지속됐다.
신시장 성과 주목
성과도 있었다. LG생활건강의 북미 매출은 1481억원으로 중국(1373억원)을 뛰어넘었다. 중국 매출이 28.9%, 일본이 9.5% 감소하는 동안 북미 매출은 4.2% 늘었다. 2019년 더 에이본 컴퍼니, 지난해 4월 더크렘샵을 인수하는 등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투자가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럭셔리 브랜드 '후 천기단'을 리뉴얼하고 글로벌 론칭행사를 개최하며 인지도 제고에 나섰다. 주춤한 일본 시장에서도 색조를 중심으로 반등을 노린다. 오는 11월엔 색조브랜드 '힌스'를 보유한 비바웨이브 지분 인수 계약을 완료할 예정이다. 힌스를 통해 국내 및 일본 MZ세대 고객 기반을 확대할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도 미국과 캐나다 등 미주 지역에서 호실적을 냈다. 아모레퍼시픽의 미주지역 매출은 707억원으로 35% 성장했다. '설화수 6세대 윤조에센스'를 출시했고 이니스프리가 멀티브랜드숍(MBS) 채널 접점을 확대하면서 성장을 견인했다. 라네즈는 멕시코 세포라에 론칭하며 중남미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중동 지역에서도 '워터뱅크' 캠페인을 진행하며 인지도를 높인 라네즈를 중심으로 매출이 41%나 증가했다. 일본에서도 라네즈와 이니스프리의 매출이 확대되고 헤라와 에스트라 등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해, 현지화 기준 전체 매출이 30% 이상 성장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성장 잠재력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 지형 재편을 추진할 것"이라며 "새롭게 설정된 집중 성장 지역을 중심으로 유통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다양한 사업 모델을 시도해 지속적인 글로벌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