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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수수료는 그대로인데"…치킨값 왜 '3만원'이 됐나

  • 2024.01.24(수) 15:25

3년째 동결중인 배달비·수수료
점주 결정 '배달팁'은 계속 증가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배달앱 업계가 치킨 가격 인상의 주범으로 꼽힌 것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배달비와 수수료는 지난 3년간 오른 적이 없다는 것이 이유다. 대신 업계는 음식점이 경기 불황 등 줄어드는 수익성을 메우기 위해 소비자 부담 배달비 비중을 높이고 있는 영향이 크다는 입장이다. 통상 배달비는 음식점과 소비자가 나눠서 부담하는 구조다. 

치킨 가격 다 올랐다 

bhc는 지난해 12월 치킨 메뉴 등 85개 제품의 권장 소비자 가격을 500~3000원 인상했다. 대표메뉴인 뿌링클 치킨이 1만8000원에서 2만1000원이 됐다. 평균 인상률이 12.4%에 달했다. 앞서 교촌치킨도 지난해 4월 주요 제품의 가격을 500~3000원씩 인상한 바 있다. BBQ 역시 지난 2022년 5월 전 품목 가격을 2000원씩 올렸다.

/그래픽=비즈워치

사실상 3대 치킨 프랜차이즈 대표 메뉴가 모두 2만원대에 진입한 셈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의 원성이 적지 않았다. 당시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는 기름과 포장지 등 원부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임대료 등을 인상 이유로 들었다. 특히 배달앱의 '주문 중개 수수료'와 '배달 대행 수수료'를 가격 인상의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실제로 배달앱의 힘은 막강하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배달앱 3사(배민·요기요·쿠팡이츠)의 지난달 월간활성이용자 수(MAU)는 3097만3212명으로 나타났다. 국민 4명중 3명이 배달앱을 쓰고 있는 셈이다.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배민)의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2022년 2조9471억원의 매출액과 424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치킨값 인하를 위해서는 배달 수수료 문제가 해결되야 한다는 것이 치킨 업계의 주장이다. 

배달앱은 억울하다?

배달앱 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3년간 배달비와 수수료는 변동이 없었다. 실제로 배민의 자체배달 '배민1'은 지난 2021년 이후 6.8%의 수수료가 유지되고 있다. 기본형 기준 쿠팡이츠(9.8%)와 요기요(12.5%)도 변동이 없었다. 배달비 역시 배민1 6000원, 쿠팡이츠 5400원으로 서비스 초기부터 현재까지 동일하다. 

대신 업계는 배달비의 고객 부담 비중이 커진 것을 이유로 꼽는다. 대표적인 것이 '배달팁'이다. 배달팁은 배달앱에서 음식을 시킬 때 거리, 날씨 등에 따라 소비자가 내는 금액이다. 배달팁은 가게가 책정한다. 업주가 직접 본인 부담과 소비자 부담 비중을 정한다. 

/그래픽=비즈워치

예컨대 배민1의 배달비 6000원 가운데 업주가 4000원의 배달비를 부담하면 고객의 배달팁은 2000원이 된다. 반대도 가능하다. 핵심은 업주들이 원부자재, 임대료, 인건비 등 가격 상승 압박에 본인 부담 배달비를 낮추고 고객의 배달팁을 올리고 있다는 점에 있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배달비의 고객 부담 비중을 결정하는 것은 점주"라며 "배달앱을 치킨 가격 인상과 연결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 불황에 식당 업주들이 배달팁을 올려 수익성 회복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소비자 부담 낮춰라

이 때문에 배달앱 업계는 배달비의 소비자 부담 비중이 높아지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 중이다. 배민은 지난 17일 기존 알뜰배달과 한집배달을 통합 운영하는 '배민1 플러스'를 도입했다. 이전과 달리 업주 부담 배달비를 2500~3300원으로 책정하고, 고객이 부담하는 배달팁은 주문금액, 거리, 시간대별 수요에 따라 자동 적용되는 방식이다. 

배민은 '매장과 같은 가격' 배지도 시행 중이다. 배달 가격이 매장 가격과 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한국소비자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시내 34개 음식점 중 20개(58.8%)는 온·오프라인 가격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 가운데 13개(65%)는 배달앱 내 가격이 매장과 다르거나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외에도 검색 필터를 통해 배달비가 낮은 식당의 노출 빈도를 확대하고 있다. 업주에게는 주문금액에 따라 배달팁을 다르게 설정할 수 있게 했다. 쿠팡이츠와 요기요도 소비자 부담 덜기에 나섰다. 쿠팡이츠는 업주 배달비 최소금액 설정, 세이브배달 등을 도입했다. 요기요도 배달비 반값을 내세운 구독제 서비스인 '요기패스X'를 내놨다. 

문진기 KB국민은행 창업전문위원은 "당장의 수익성을 위해 배달메뉴 가격을 올린다거나 배달팁을 이전보다 높인다면 고객 감소가 이어질 것"이라며 "결국 수익성 악화, 식당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 차이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음식점에게 독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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