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이 지난해 국내 소주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새로'를 앞세워 국내·해외 소주 시장 동시 공략을 노린다. 특히 해외에서는 현지 과일 소주에 시장을 빼앗긴 처음처럼 순하리를 '과일맛 새로'로 대체해 점유율을 회복한다는 전략이다.
이제와서 과일소주?
롯데칠성은 지난 2022년 새 소주 브랜드 '새로'를 선보였다. 투명한 병에 '제로 슈거'를 앞세운 새로의 진격은 거침 없었다. 지난해에만 125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4월엔 누적 판매량 1억병을 돌파했다. 2022년 10% 중반까지 떨어졌던 롯데칠성의 소주 시장 점유율은 20%를 돌파했다.
당초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성과였지만 롯데칠성은 만족하지 않았다. 롯데칠성은 올해 소주 시장 목표 점유율을 23%로 잡았다. 연말 기준으로는 25%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이중 절반이 새로의 몫이다.
이를 위해 내놓은 카드가 바로 '과일맛 소주'다. 과일소주는 2014년 국내 소주 시장 트렌드를 이끈 제품군이다. 롯데칠성이 '처음처럼 순하리'로 포문을 열었다. 이후 하이트진로가 '자몽에이슬'로 따라붙었다. 무학 등 다른 소주 브랜드들도 다양한 맛의 과일소주를 내놨다. 하지만 유행은 순식간에 끝났다.
롯데칠성은 과일맛 소주 트렌드가 다시 돌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들어 2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소주를 과일음료에 타 마시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순하리 레몬진과 별빛청하 스파클링 등 비슷한 카테고리의 제품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도 롯데칠성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새로는 '제로 슈거'를 앞세운 만큼 끈적거리는 뒷맛과 숙취 등 기존 과일 소주의 단점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진짜는 해외
새로 과일소주의 진짜 타깃은 해외, 그 중에도 동남아시아가 될 전망이다. 이 시장을 이끄는 카테고리가 과일 소주다. 실제로 롯데칠성의 전체 소주 수출액 중 과일소주 비중은 2021년 68%, 2022년 70%를 기록했다. 새로 돌풍으로 비중이 감소한 지난해에도 62%를 기록, 전체 판매 비중의 절반을 훌쩍 넘었다.
다만 이 시장에서도 '새로운' 카드의 필요성은 있었다. 현지 주류업체들이 내놓는 과일 소주 때문이다. 현재 동남아시아에서 판매되는 '미투 K-소주'는 10여 종에 달한다. 이름부터 초록색 병 디자인, 마케팅까지 흡사하다. '미투 K-소주'의 영향으로 처음처럼 순하리는 지난해 상반기 동남아 시장에서 전년 대비 8% 역신장했다.
업계에선 투명병에 '제로 슈거'를 앞세운 새로가 동남아 과일소주 시장에서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투명한 병 디자인이 자연스럽게 현지 과일소주와 차별화되는 것은 물론, 새로가 특징으로 내세운 '제로 슈거' 기술은 동남아 주류 업체들이 쉽게 따라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로 슈거 기술은 여러 대체당을 블렌딩해 자연스러운 단 맛을 내는 기술이다. 이 기술이 있어야 하는 만큼 미투 제품이 바로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며 "현지에서도 진짜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있어 차별화된 제품이 나오면 인기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