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가 유통업계의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일대를 공략 타깃으로 낙점했다. 젊은 세대와 1인 가구가 밀집돼 있어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온라인으로 옮겨간 소비자들의 발길을 오프라인으로 돌려 '락인' 효과를 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우리 집 아래에 대형마트?"
롯데마트는 강동밀레니얼중흥S클래스 아파트 단지 내 지하 1층에 천호점을 오픈했다고 16일 밝혔다. 지난 2019년 8월 말 롯데마트 롯데몰 수지점의 문을 연 이후 6년 만의 신규 출점이다. 롯데마트는 천호점이 차세대 '식료품(그로서리) 전문 매장'의 표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마트가 강동구 내에 매장을 출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마트 천호점이 들어선 천호역 인근에는 그간 이마트와 홈플러스, 킴스클럽 등 대형마트들이 시장 파이를 나눠오고 있었다. 그만큼 롯데마트는 서울 강동지역에서는 후발주자인 셈이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에는 이마트 강일점 오픈도 예정돼있는 만큼 향후 대형마트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럼에도 롯데마트가 강동구를 점찍은 건 상권이 가진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천호점 반경 1㎞ 이내 30대 인구와 1~2인 가구의 비율은 전국 평균 대비 각각 4%포인트, 7%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재개발·재건축에 따른 아파트 입주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유통업체들이 눈독을 들이는 상권이다.
나근태 롯데마트 천호점 점장은 "주변에 노후화된 점포들이 많아 신규 대형마트 입점에 대한 니즈가 컸다"며 "인구 비중을 봤을 때 차별화된 먹거리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도심형 실속 장보기 매장에 중점을 두는 게 주효할 것으로 봤다"고 밝혔다.실속까지 챙겼다
롯데마트 천호점의 매장 면적은 약 1373평(4538㎡)이다. 기업형 슈퍼마켓(SSM)보다는 크지만 기존 대형마트와 비교하면 절반가량 작다. 매장 몸집을 줄여 점포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불필요한 이동 과정을 최소화해 고객의 쇼핑 편의성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는 설명이다.
전체 매장의 80%는 '먹거리'로 채웠다. 오프라인 유통업이 온라인과 비교해 강점을 가진 분야가 바로 식료품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식품 매장은 생활용품 위주의 자체 브랜드(PB)인 '오늘좋은'과 고객 선호도가 높은 브랜드 상품들로 압축했다.
핵심 경쟁력으로 삼고 있는 즉석조리 식품은 매장 입구에 전진 배치했다. 종류는 전국 롯데마트 매장의 평균 식품 수(40개)보다 20개 많은 60개다. 주요 타깃층인 젊은 세대와 1인 가구가 편의성을 추구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른바 '런치플레이션(점심값 급등)'을 대비해 3000~4000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성한 '요리하다 월드뷔페' 코너도 마련했다. 오프라인 매장만이 구현해낼 수 있는 즉석조리 식품들의 구색을 넓혀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냉동 가정간편식(HMR) 특화 매장인 '데일리 밀 솔루션(DMS)'에도 공을 들였다. 고객들의 한끼 고민을 해결해주는 콘셉트다. 국물부터 면류, 디저트는 물론 '헬시플레저'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곤약 김밥 등 냉동식품들을 한데 모았다. 상품 수만 해도 1000개 수준으로 일반 롯데마트 매장 대비 70%가량 많았다.
천호역 부근에 사는 2인 가구인 신혼부부 A씨는 "맞벌이다 보니 배달 앱이나 플랫폼을 활용하는 게 대부분이고, 간단한 식료품은 집 주변에 있는 SSM에서 구매하는 편"이라면서 "식료품 특화 매장답게 상품이 다양한 것 같아 기존에 이용하던 대형마트보다는 더 자주 방문하게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그로서리에 띄운 승부수
롯데마트가 천호점을 그로서리 전문 매장으로 만든 건 주요 유통 채널 재편으로 공산품 수요가 온라인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반면 소비자들의 식료품 구매 선호도는 아직까지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대형마트들은 비식품의 상품 구색을 다양화하기보다 식품에 공을 들이는 추세다.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는 "마트와 슈퍼 사업부 통합, 그로서리 전문점으로 전환 등 그동안 지속해온 롯데마트의 성장 전략과 더불어 마트와 슈퍼의 외연 확장을 통해 양적, 질적 성장을 함께 이뤄내는 '넘버원 그로서리 마켓'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이번 천호점을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 내 구리점 오픈에 나설 예정이다. 마트와 슈퍼라는 채널의 구분 없이 상권에 맞춘 매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외에 대형점포 위주로 DMS 매장을 기존 3개에서 14개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