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필립모리스가 국내 전자담배 시장 내 1위 재탈환에 나선다. 궐련형 전자담배인 아이코스의 탄탄한 일루마 라인업을 통해서다. KT&G에 뺏긴 점유율을 되찾아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혁신을 담았다"
필립모리스는 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서울에서 신제품 출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루마 아이(i)' 시리즈를 공개했다. 2023년 2월 '일루마 원'을 국내 시장에 내놓은 지 2년 만이다. 일반 담배를 대체할 수 있는 가열식 비연소 제품군을 늘려 흡연자들에게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신제품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최상위 플래그십 모델 '프라임'과 아이코닉 디자인에 편리함을 더한 일반 모델이 주인공이다. 이미 일본에선 지난해 3월 선출시가 된 제품들이다. '일루마 i 원(One)'의 출시 시기는 현재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주목할 만한 기능은 '일시 정지 모드'다. 제품을 사용한 지 3분이 지났거나 8회 흡입했을 경우 관련 모드가 활성화되는 방식이다. 홀더의 터치스크린을 아래로 밀면 최대 8분간 기기 사용을 멈출 수 있다. 전용 타바코 스틱을 낭비하지 않고 사용을 재개할 수 있어 유용하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기존 일루마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스마트코어 인덕션 시스템'을 적용했다. 스틱을 내부에서부터 균일하게 가열해주는 역할을 한다. 사용 후 디바이스 내에 잔여물이 남지 않아 별도로 청소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이외에도 1회 충전만으로도 최대 3회까지 연속 사용이 가능하다.
일루마 i 시리즈는 7일 전국 9개 아이코스 직영 매장과 아이코스 공식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사전 판매를 시작한다. 오는 13일부터는 아이코스 공식 판매처와 편의점 등에서 본격적인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일루마 i 프라임의 권장 소비자가는 12만9000원, 일루마 i는 8만9000원이다.담배 연기 없는 전쟁
필립모리스가 일루마 i 시리즈에 거는 기대는 여느 때보다 크다. 필립모리스는 2017년 아이코스를 출시하며 국내 최초로 궐련형 전자담배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그러자 경쟁업체들도 잇따라 이 시장에 뛰어들었고, 결국 KT&G의 릴 시리즈에 왕좌를 내줬다. 이후 지금껏 KT&G에 이은 2위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아이코스와 릴의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내 점유율은 각각 40%, 50%인 것으로 알려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들어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은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작년 9월 BAT로스만스가 '글로'의 핵심 기능을 담은 '하이퍼'를, 같은 해 10월에는 JTI코리아가 '플룸X 어드밴스드'를 선보였다. 올해는 KT&G도 1위 자리 수성에 나선다. 앞서 KT&G는 지난해 11월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신규 플랫폼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따라 필립모리스는 이번 신제품을 통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생각이다. 궁극적으로 말보로, 팔리먼트 등 일반 담배 생산·판매를 중단하고 궐련형 전자담배에 집중키로 한 만큼 관련 시장에서 1위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필립모리스는 2008년부터 현재까지 비연소 제품을 개발, 상용화하기 위해 125억달러(약 18조원) 수준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지난해 9월 말 기준 전체 매출 중에서 비연소 제품은 약 38%의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뺏느냐 뺏기느냐
다만 일각에선 필립모리스의 이번 신제품이 기존 제품들과 차별성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탑재된 터치스크린과 일시정지 등의 기능들은 이미 경쟁사들이 적용해온 기술이라는 이유에서다. 일례로 KT&G의 '릴 하이브리드 3.0'과 '릴 에이블 2.0'에는 일시 정지 기능이, '릴 에이블 프리미엄'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터치스크린이 적용돼 있다.
이홍석 한국필립모리스 비연소 제품 부문 디렉터는 "일부 기능이 경쟁사 제품에도 탑재된 건 맞지만 현재 한국 시장에서 관련 기능이 모두 들어간 건 일루마 i가 처음"이라며 "향후 경쟁사들도 이 기능들을 언젠간 채택할 것으로 보이긴 하나 스마트 코어 인덕션과 같은 기술은 쉽게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필립모리스는 연내 또 다른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업계는 일루마 i의 판매 실적이 올해 필립모리스의 성적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필립모리스는 최근 일루마 원 출시와 동시에 점유율 1위를 탈환하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윤희경 한국필립모리스 대표는 "아이코스는 일반 담배를 대체할 수 있는 충분한 저력이 있다"며 "성인 흡연자가 일반 담배에서 비연소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