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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폭탄'…K푸드·뷰티·패션도 "예의 주시"

  • 2025.04.03(목) 13:57

고관세 부과로 가격 경쟁력 하락 우려
미국 생산기지 없는 기업 타격 불가피

그래픽=비즈워치

트럼프 정부가 2일(현지 시각) 한국산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대미 수출량이 많은 식품·화장품 기업들은 긴장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관세 부과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면서도 일부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관세가 붙으면 한국산 제품의 가격이 상승할 수 있어 경쟁력이 약화하기 때문이다.

식품 최대 수출국인데...

대미 수출이 늘고 있는 라면, 김치 등 K푸드의 경우 관세 부과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해 K푸드의 최대 수출 시장으로 올라섰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K푸드의 미국 수출액은 지난해 15억929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보다 21.2% 성장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경쟁력을 갖춰도 상호 관세 25%를 감내할 수 있는 업체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미국 내 소비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 '신라면 툼바'의 미국 현지 푸드트럭 이벤트. / 사진=농심

아직 미국 현지 생산시설을 갖추지 못한 업체들은 비상등이 켜졌다. '불닭볶음면'으로 미국에서 높은 성장세를 기록 중인 삼양식품이 대표적이다. 삼양식품은 미국 수출 물량 전체를 한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반면  미국 현지 공장이 있는 CJ제일제당, 농심 등은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미국 현지 수요 대부분을 현지 공장에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미국에 20개의 생산기지를 가지고 있고 미국 내 수요 전체를 현지 공장에서 소화하고 있다. 농심은 미국 판매용 '신라면', '육개장 사발면' 등은 모두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건면과 같은 일부 품목은 한국에서 수출하지만 비중이 아주 낮다. 

가성비 떨어질라

화장품 기업들도 미국의 상호관세가 미국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K팝·K드라마 등 한류에 힘입어 K뷰티 상품의 수입이 늘고 있다. 실제로 블룸버그통신이 미국국제무역위원회(USITC)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화장품의 대미 수출액은 17억100만달러를 기록해 '화장품 강국' 프랑스(12억6300만달러)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 내 한국산 화장품의 입지는 줄어들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주요 화장품 기업들은 현재 미국 내 생산시설을 갖고 있지 않아 관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그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북미법인 매출 원가에 영향이 있을 수 있으나 큰 타격을 줄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미국 시장에 화장품을 수출하는 주요 국가에도 비슷하게 관세가 적용될 것이기 때문에 경쟁 환경에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품질이 좋고 혁신적인 제품군의 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필요시 가격인상이나 프로모션 비용 관리 등 추가적인 방안도 고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래픽=비즈워치

일각에서는 한국산 화장품의 가장 큰 강점인 '가성비'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산 화장품은 해외에서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우수하다는 이유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관세가 붙으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 수출되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 대다수가 인디 브랜드"라면서 "이들 브랜드는 가성비를 내세워 미국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데 가격이 오른다면 미국인들에게 어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한국산 제품의 수요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한국산 화장품은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여전히 미국 제품 대비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며 "미국산 제품이 한국산 제품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른 화장품 업계 관계자도 "화장품은 가격대가 높지 않기 때문에 관세가 붙는다 하더라도 가격 인상폭이 높지 않을 것"이라면서 "화장품은 갖고 싶은 사람이 자신의 필요에 의해 구매하기 때문에 가격 저항성이 낮다고 본다"고 밝혔다.

코스맥스, 한국콜마와 같은 화장품 ODM(연구·개발·생산)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시설을 갖고 있어 크게 우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미국에 공장이 있기 때문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콜마 관계자 역시 "미국 1공장에 이어 상반기 중 2공장이 완공되기 때문에 관세 이슈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밝혔다.

베트남 진출 기업도 타격

베트남 현지 생산시설이 많은 기업들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미국이 베트남산 제품에 46%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패션·섬유업계다. 국내 패션 ODM 기업 대부분은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두고 미국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한세실업, 신원과 같은 ODM 기업들은 니카라과, 과테말라 등 중남미 국가에도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지만 여전히 베트남 생산량 비중이 크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생산 제품이 미국에 수입되면 관세가 붙어 비싸진다"며 "미국 벤더(공급업자)들이 제품 가격을 올리기보다는 ODM 업체들에게 생산비용을 낮춰서 가격을 맞추라고 요구할테니 수익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패션업계 관계자는 "중남미 등 베트남이 아닌 다른 해외 주요 거점 공장의 생산 물량 비중을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에 나서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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