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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안 할 수도 없고…'계륵' 된 자사몰

  • 2025.07.23(수) 16:35

발길 뜸한 식품기업 자사몰
실제 매출은 쿠팡·대형마트
가격 경쟁력도 낮은 편

그래픽=비즈워치

왜 손님이 없지

최근 한 기업의 관계자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사몰'까지 대화가 흘러갔습니다. 요즘 웬만한 브랜드들은 당연하다는 듯 자사몰을 운영하고, 또 여기에 공을 제법 들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자사몰에서만 받을 수 있는 혜택들도 꽤 있죠. 

하지만 기업의 생각은 예상과 달랐습니다. 자사몰 운영은 잘 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한숨을 쉬며 "그냥 유지만 하고 있다"고 말하더군요.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대부분의 온라인 매출은 쿠팡 같은 이커머스에서 발생하지 굳이 자사몰까지 찾아와 구매하는 고객은 많지 않다는 겁니다.

그래픽=비즈워치

구매 비율이 높지 않다 보니 자사몰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기도 꺼려지게 됩니다. 그럴 돈이 있으면 차라리 잘 팔리는 이커머스나 대형마트의 프로모션에 힘을 주는 게 더 직관적인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제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투자가 이어지지 않으니 자사몰은 삐걱거리고, 소비자의 발걸음은 더 뜸해집니다. 찾는 이가 없으니 자사몰은 사실상 '온라인 홈페이지' 수준에 머물게 됩니다. 제가 최근에 방문했던 어느 뷰티 브랜드의 자사몰은 지금이 2025년이 아니라 이커머스 초창기인 2005년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더라구요.

그럼 이제 질문은 다시 앞으로 돌아갑니다. 왜 소비자들은 자사몰을 찾지 않을까요? 자사몰은 중간 유통 과정이 생략되므로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사가 직접 자신의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므로 신뢰도도 높고 문제가 생겨도 사후 대처가 정확하고 빠릅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모든 것엔 이유가 있다

CJ제일제당의 예를 들어 볼까요? CJ제일제당의 자사몰인 CJ더마켓에서 가장 잘 팔리는 품목 중 하나인 '비비고 왕교자 1.05㎏' 제품은 현재 1만431원에 판매 중입니다. 같은 제품이 쿠팡에선 1만260원입니다. 요즘 잘 나가는 정희원 교수님과 손잡고 만든 '햇반 라이스플랜 파로통곡물밥'은 자사몰에서 32% 할인을 적용해 2만8519원에 판매 중인데요. 쿠팡에서는 동일한 제품이 2만3040원에 판매 중입니다.

식품업계를 대표하는 대형 자사몰이라 인용했을 뿐, 딱히 CJ더마켓만 그런 건 아닙니다. 우리가 찾아볼 수 있는 대부분의 자사몰은 쿠팡이나 네이버쇼핑, 올리브영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지 않습니다. 굳이 익숙한 채널들을 놔두고 자사몰을 찾아갈 이유가 없는 셈입니다.

물론 여기엔 속사정도 있습니다. 막강한 셀링 파워가 있는 채널들은 입점 업체들이 자사몰에서 자신의 채널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는 걸 원치 않습니다. 알게모르게 눈치를 주며 '가격 방어'에 나섭니다. 제조사·브랜드사로서는 매출 대부분이 나오는 채널 앞에서 약자가 될 수밖에 없죠. 

쿠팡과 올리브영 등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채널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그래픽=비즈워치

자사몰에서는 '자사 제품'만 살 수 있다는 것도 소비자에겐 이유가 될 겁니다. 사실 근본적인 이유죠. 그 기업에 다니는 직원이 아닌 이상 한 기업의 제품만 구매하는 '충성고객'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즉석밥은 햇반을 사도 카레는 오뚜기를 사고, 파스타 소스는 청정원을 사는 게 보통의 소비자들입니다. 

여러 브랜드 제품을 동시에 살 수 있는 채널들이 있는데, 굳이 한 곳에서 한 브랜드의 제품만 구입하기 위해 자사몰을 찾지는 않게 된다는 거죠. 이 때문에 타사 제품들까지 함께 파는 '이커머스식 자사몰'들도 있는데요. 이 역시 본격적인 이커머스와 경쟁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쉽지 않은 길입니다.

그렇다고 자사몰을 아예 포기할 수도 없는 게 기업의 입장입니다. 미래를 내다 본다면 수수료 부담이 큰 채널에 의존하기보다는 자사몰을 키우는 게 안정적이기 때문입니다.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고민하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지난 5월 상장한 달바글로벌의 경우 주주들에게 할인을 제공하는 '주주 우대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은 매출 전환율이 높은 라이브커머스를 집중 편성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도 했죠. 아예 론칭 초창기부터 채널 입점보다는 자사몰 육성에 집중해 성공을 거둔 에이피알이나 젝시믹스는 자사몰 운영의 우수 사례로 꼽힙니다.

결국 해답은 '투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UX·UI를 더 매끄럽게 개선하고, 결제 시스템을 보완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이 당장의 매출 전환으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내일의 먹거리를 만드는 비료가 될 겁니다. 오늘이 아닌 내일의 먹거리를 위한 투자만이, 자사몰을 살릴 수 있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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