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첫 수상 대중교통으로 기대를 모았던 '한강버스'가 잇단 안전 사고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한강 버스를 발판 삼아 고객 유입을 기대했던 식음료(F&B) 업체들의 '한강 시너지'에도 제동이 걸렸다. 운항 초기 뜨거운 분위기가 빠른 속도로 식어가는 모습이다.K푸드 각축장
최근 식음료 업계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른 곳은 '한강 선착장'이다. 올해 9월 한강버스가 정식 운행을 시작하면서 이용객은 물론 선착장을 찾는 시민들을 붙잡기 위한 출점 경쟁이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강버스는 첫 운항 이후 사흘 만에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단순 교통수단을 넘어 관광 수요까지 흡수하는 복합형 이동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한강 수상 교통의 대중화 흐름에 발맞춰 식음료 업계도 특화 매장을 잇따라 선보였다. BBQ는 지난 7월 잠실과 여의도 선착장에 첫 매장을 연 데 이어 8월 뚝섬과 압구정, 9월 망원 선착장까지 총 5곳의 매장을 순차적으로 오픈했다. 서울 잠실부터 마곡까지 이어지는 총 7개 선착장 중 마곡과 옥수를 제외한 거점을 모두 차지한 셈이다.
스타벅스 역시 여의도와 뚝섬 한강공원에 신규 매장을 열며 확장에 나섰다. 그동안은 압구정 선착장 인근 '서울웨이브아트센터점', '망원한강공원점'을 중심으로 한강 수요를 공략해왔으나, 한강버스 운항을 계기로 4년 만에 출점 전략을 재가동했다. 이에 따라 스타벅스는 선착장 매장들이 '도심 속 최고의 피서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농심은 여의도와 잠실 선착장, 오뚜기는 압구정과 뚝섬 선착장에 라면 체험존을 운영 중이다. 삼양식품은 망원 선착장에 체험존을 마련했다. 각 선착장 건물 1층에 입점한 편의점 CU에서 라면을 구매한 뒤 2층 브랜드 테마 공간에서 직접 조리해 한강을 바라보며 즐길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K라면'과 '한강라면'이라는 상징성을 결합해 국내외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려는 생각이었다.'핫' 빠진 플레이스?
하지만 최근 선착장 상권의 분위기는 예상과 달리 냉각되고 있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과 망원, 여의도 구간을 제외한 나머지 4곳의 운항을 무기한 중단한 상태다. 서울시는 당초 한강버스 운행 확대에 따른 유동 인구 증가로 선착장 기반 F&B 사업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반복된 사고로 운행이 제한되면서 해당 구간 매장들은 '윈윈 효과'를 누리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실제로 한강버스는 운항 이후 거듭된 선체 고장 탓에 일반 승객 탑승을 중단, 한 달간 '무승객 시범 운항'에 들어가기도 했다. 당시 약 300회의 반복 운항을 통한 점검 끝에 지난 1일부터 운항을 재개했다. 하지만 불과 보름 만에 승객을 태운 버스가 강바닥에 걸려 멈추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정식 항로를 벗어나 수심이 낮은 구역으로 진입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업계에선 이번 한강버스 운행 중단 여부가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주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강은 사계절 내내 다양한 축제와 문화 프로그램이 열리는 복합 여가 공간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2030세대 특유의 '경험 소비' 트렌드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확산 효과가 맞물려 체험형 매장이 가진 콘텐츠 경쟁력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선착장에 입점한 업계 관계자는 "한강버스는 고객을 모으는 여러 수단 중 하나에 불과할 뿐, 매출 발생은 불꽃축제 등과 같은 대형 이벤트들이 크게 기여를 한다"며 "버스 운행의 중단 여부에 따라 손님 수나 매출이 급감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강버스가 향후 안정적으로 운영되지 못할 경우 선착장 상권이 구조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체험형 수요'의 흐름에 균열이 생길 수 있어서다.
또 한강이 계절적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겨울철 비수기에는 방문객 감소에 따른 매출 하락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결국 F&B 업계 입장에서 한강버스는 새로운 고객 유입 동력이자 리스크 요인으로 동시에 작용하게 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강처럼 특수한 상권은 일반 매장과 다른 접근 방식이 요구된다"며 "방문 시간대, 날씨, 행사 일정 등 특성을 고려해 운영 전략을 세우는 것이 장기 경쟁력을 확보하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