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는 1위
올해 배달앱 시장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지난 15년간 배달앱 1위였던 배달의민족의 아성이 본격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2위 쿠팡이츠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배민을 맹추격 했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주도하는 공공배달앱의 성장세도 높았다.
툭히 서울 시장에서 쿠팡이츠의 추격은 매서웠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8개 카드사 배달앱 결제금액 자료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1792억원의 매출을 내며 처음으로 배달의민족을 추월했다. 지난 8월의 서울 카드 결제액은 쿠팡이츠 2113억원, 배민 1605억원으로 그 차이가 508억원까지 확대됐다.
다만 이는 카드 결제액만 집계한 수치여서 쿠팡이츠가 서울에서 완전히 배민을 넘어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다른 결제수단을 포함하더라도 양사의 격차가 상당히 좁혀진 것은 확실하다고 보고 있다.
전국 단위의 다른 지표에서도 배민과 쿠팡이츠의 격차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이 지난달 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배민의 월간활성자수(MAU)는 2170만명으로 지난해 10월(2207만명)보다 37만명 줄었다. 반면 쿠팡이츠의 10월 MAU는 1230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933만명)보다 32% 증가한 수치다.
여기에 공공배달앱까지 가세하며 시장 판도를 흔들고 있다. 서울시와 신한은행이 협력하는 '서울배달+땡겨요'가 대표적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땡겨요의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1월 2.61%에서 올 11월 7.77%로 약 3배 증가했다. 올 1~11월 땡겨요의 매출도 1339억원으로 전년 대비 3.6배 늘었다. 이외에 경기도 공공배달앱 '먹깨비'도 역대 최대 사용자 수를 기록하는 등 빠르게 성장 중이다.
여전한 경쟁
위기감을 느낀 배민은 올해 초부터 대대적인 변화에 나섰다. 지난 1월 김범석 신임 대표를 선임하고 대대적인 앱·서비스 개편에 착수했다. 또 같은 달부터 일명 '깃발꽂기'로 불리던 '울트라콜'을 순차적으로 폐지하며 광고 상품을 정리했다. 또 7월에는 배민 앱 출시 15주년만의 첫 리브랜딩도 단행했다. 새 슬로건을 '세상 모든 것이 식지 않도록'으로 정하고 앱 아이콘, 브랜드 컬러, 폰트를 전면 교체했다.
배민은 쿠팡이츠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음식배달 시장을 넘어 새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 주력했다. 4월 선보인 1인분 소액 주문 서비스 '한그릇'이 대표적이다. 1인가구 증가 추세에 맞춰 최소주문금액을 없앤 서비스다. 퀵커머스 '장보기·쇼핑', 픽업(포장) 서비스 강화 등도 이뤄졌다.
쿠팡이츠도 배민의 신사업을 빠르게 벤치마킹 했다. 배민이 한그릇을 선보인 지 4개월 만인 8월 '하나만 담아도 무료배달' 서비스를 정식 론칭했다. 편의점, SSM 등을 대거 입점시키며 퀵커머스 서비스 '쿠팡이츠 쇼핑'도 확대했다. 하반기에는 이 서비스의 이름을 배민과 같은 '장보기·쇼핑'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배민 역시 쿠팡이츠의 전략을 도입했다. 유료멤버십 '배민클럽'에 OTT 서비스를 결합한 상품을 출시하면서다. 배민은 지난 5월에는 티빙과 결합한 상품을, 9월에는 유튜브 프리미엄과 제휴한 상품을 내놨다. 그러자 쿠팡은 와우 회원 전용이던 쿠팡플레이를 일반 회원에게도 무료로 공개하며 맞불을 놨다.
포장 서비스를 둘러싼 신경전도 있었다. 배민은 그간 한시적으로 받지 않았던 포장주문 수수료를 3월부터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쿠팡이츠는 내년 3월까지 '주요 배달앱 중 유일하게' 포장주문 수수료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배민은 한 발 더 나아가 브랜드 단독 입점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지난 6월 교촌에프앤비와 '배민 온리' 협약을 추진했다. 쿠팡이츠 철수를 조건으로 수수료를 대폭 낮춰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소비자 선택권 제한과 1위 업체의 독점 강화 논란이 일면서 이 협약은 무기한 보류됐다.
상생은 어디로
배달앱과 입점업체간 상생 논의는 올해 내내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했다. 올해 2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의 주도로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등 입점업주단체와 배달앱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가 출범했다.
쿠팡이츠는 이 사회적 대화 기구 논의를 통해 내년 3월까지 포장서비스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배민도 지난 6월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1만원 미만 주문 수수료 면제 등 일부 내용에 대해 중간 합의를 했다.
하지만 이후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더 이상 의미 있는 합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때문에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배민과 쿠팡이츠 대표가 상생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뭇매를 맞기도 했다.
양사 모두 올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공정위는 양사가 입점업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약관 조항, 배달앱 내 노출 거리 제한 기준 불명확, 부당한 면책 조항 등 총 10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을 적발해 시정 조치했다.
특히 불공정 약관 중 수수료 부과 방식이 논란이었다. 공정위는 10월 쿠팡이츠가 할인 전 가격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부과하는 약관에 대해 60일 내에 개선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배민 역시 같은 약관을 갖고 있었지만 5월 자발적으로 해당 약관을 개정했다. 하지만 쿠팡이츠는 공정위의 권고를 거부했다. 공정위는 더 강력한 시정명령을 검토하고 있다.
이외에도 쿠팡이츠는 '끼워팔기'로도 공정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쿠팡은 와우 멤버십에서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를 한데 묶어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는 쿠팡의 특정 서비스 사용을 원하지 않아도 강제로 이용해야 한다. 공정위는 지난 10월 이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발송하기도 했다. 게다가 최근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쿠팡 전반에 대한 규제 논의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는 상황이다.
내년에는 배달앱 수수료 논의가 다시 한번 거세질 전망이다. 배달앱이 마련한 자율적 상생안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정치권에서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더불어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는 총수수료 상한제를 15% 이내로 제한하는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배달비 상·하한 설정, 일방적 약관 변경 금지 등도 법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