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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한·일 롯데 대표가 만났다…'설레임'의 색다른 진화

  • 2026.07.06(월) 08:30

일본 국민 아이스크림 '쿨리쉬'
'원롯데' 전략 타고 한국 상륙
미세얼음으로 청량감 더했다

롯데웰푸드 양산공장에서 설레임과 설레임 쿨리쉬 제품이 생산되는 모습/사진=롯데웰푸드,

"드르륵, 드르륵!"

경남 양산시에 위치한 롯데웰푸드 양산공장 생산동 안. 귀를 울리는 기계음 사이로 거대한 은색 원통 설비가 쉼 없이 돌아가고 있다. 잠시 후 설비 하단에서 하얀 조각 얼음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온다.

서늘한 냉기가 감도는 생산 라인에서는 얼음들이 파이프를 타고 이동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달콤한 아이스크림 믹스가 이 얼음들과의 '운명적 만남'을 기다리며 대기 중이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제빙기 같지만 이 작은 얼음 알갱이들이 바로 롯데웰푸드가 올여름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설레임 쿨리쉬'의 핵심 경쟁력이다.

설레임 쿨리쉬

지난 3일 찾은 롯데웰푸드 양산공장은 연간 매출 규모만 약 1700억원에 달하는 국내 대표 빙과 생산기지다. 설레임과 죠스바, 수박바, 스크류바 등 여름철 국민 아이스크림 대부분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특히 국내 펜슬 빙과 시장 1위인 '설레임'은 양산공장의 핵심 브랜드다. 죠스바·수박바·스크류바 3형제의 라인 매출을 다 합쳐 약 540억원이지만, 설레임은 단일 브랜드로 양산공장에서만 연 매출 350억원을 올린다.

여름 성수기에 접어들면 공장은 더욱 분주해진다. 하루 생산량은 10만~11만 박스에 달한다. 설레임 한 박스 무게가 약 3㎏인 점을 고려하면 하루에만 약 300톤의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셈이다. 특히 설레임은 여름 성수기인 4월부터 10월에 집중 소비된다. 이 시기에는 생산 라인이 24시간 풀가동된다.

자동화 설비를 갖춘 롯데웰푸드 양산공장/사진=롯데웰푸드

지난해 7월부터는 이 생산 라인에 새로운 주인공이 합류했다. 바로 '설레임 쿨리쉬'다. 설레임 쿨리쉬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추진하는 '원롯데(One LOTTE)' 전략의 일환으로 탄생한 첫 제품이다. 국가 대신 브랜드를 중심으로 사업을 통합하는 '원롯데' 전략에 따라 일본 아이스 시장 1위인 '쿨리쉬'를 명칭과 스펙 그대로 국내에 들여왔다.

설레임과 쿨리쉬의 인연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3년 한국 롯데는 '설레임'을, 일본 롯데는 '쿨리쉬'를 각각 출시했다. 두 제품 모두 음료와 아이스크림의 중간 형태인 슬러시 타입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각국 시장에서 독자적으로 성장했다.

이후 설레임은 국내 펜슬 빙과 시장 1위 브랜드로, 쿨리쉬는 일본 롯데 아이스 사업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두 브랜드가 하나의 이름 아래 다시 만난 셈이다.

각얼음 나르던 시대는 끝났다

설레임 쿨리쉬 생산 공정의 핵심은 단연 '얼음'이다. 기존 설레임이 부드러운 밀크 쉐이크 타입 아이스크림이라면, 설레임 쿨리쉬는 미세 얼음이 만들어내는 청량한 슬러시 식감이 강점이다. 이를 위해 양산공장에는 독일 지그라(Ziegra)사의 첨단 제빙 설비가 도입됐다.

이 설비는 하루 최대 18.8톤의 얼음을 생산한다. 원통 내부로 공급된 물이 급속 냉각되면 스크류가 이를 실시간으로 긁어내 조각 얼음을 만들어낸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얼음이 생산 라인으로 곧바로 공급되는 '온라인 고속 연속 생산' 방식이다.

지그라 첨단 제빙 설비/사진=롯데웰푸드,

권광우 롯데웰푸드 아이스초코담당 매니저는 "과거에는 외부 업체에서 135㎏짜리 각얼음을 구매해 냉동창고로 직접 운반했다"며 "성인 남성이 밀다가 넘어지면 다시 세우기 힘들 정도로 무거웠고 안전사고 위험도 컸다"고 설명했다.

외부에서 얼음을 구매하는 데만 연간 약 1억5000만원이 들었다. 무엇보다 외부 조달 방식은 품질 관리 측면에서도 한계가 있었다. 반면 지그라 설비는 얼음 생성부터 공급까지 전 과정이 밀폐된 공간에서 이뤄져 위생성과 품질 안정성을 모두 확보했다.

양산공장의 기술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그라 설비에서 나온 조각 얼음은 다시 초고속 분쇄 공정을 거친다. 권 매니저는 "쉽게 말하면 채칼 간격을 조절해 채의 굵기를 바꾸는 원리와 같다"면서 "제빙 단계와 분쇄 단계에서 얼음 크기를 정밀하게 제어해 최적의 식감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미세얼음이 1차 혼합된 설레임 쿨리쉬/사진=롯데웰푸드

이렇게 만들어진 약 5mm 크기의 미세 얼음은 아이스크림 믹스와 5대 5 비율로 혼합된다. 너무 곱게 갈면 부드럽기만 하고 너무 굵으면 물을 씹는 듯한 느낌이 강해진다. 식감과 청량감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황금 비율'을 찾는 것이 핵심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혼합을 마친 제품은 약 35분간 급속 냉동 터널을 통과한다. 냉동 속도가 늦어지면 얼음층과 아이스크림층이 분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 혁신은 포장 공정에서도 이뤄졌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포장 작업에는 7~8명의 작업자가 투입됐다. 하지만 자동 포장 설비 6대를 도입하면서 현재는 2명만으로도 공정 운영이 가능해졌다.

실제로 생산 현장에서 본 포장 설비는 눈으로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쉴새 없이 움직이며 제품을 분류하고 포장했다. 아이스크림 업계 최고 수준이라는 초당 400개의 처리 속도는 양산공장의 높은 자동화 수준을 보여줬다.

맛은 한국식으로

설레임 쿨리쉬는 일본 브랜드를 그대로 들여왔지만 맛은 한국 소비자 취향에 맞춰 변주를 줬다.

윤정은 롯데웰푸드 설레임 BM은 "일본 쿨리쉬의 배합 방식을 공유받았지만 한국 소비자 입맛과는 차이가 있었다"며 "예를 들어 일본 멜론소다는 특유의 산미가 강해 국내 소비자가 익숙하게 느끼는 멜론 맛과 달랐다"고 설명했다.

이에 롯데웰푸드는 멜론 풍미를 강화하고 소다의 자극적인 맛은 줄이는 등 별도의 현지화 과정을 거쳐 지금의 '멜론소다맛'을 완성했다.

충전 공정을 거치고 있는 설레임 쿨리쉬 벨지안 초코/사진=롯데웰푸드

현재 설레임 쿨리쉬는 바닐라와 벨지안 초콜릿, 멜론소다 등 3종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테스트 판매를 거쳐 올해 본격적인 판매 확대에 나섰다. 지난 6월 설레임 브랜드 내 쿨리쉬 제품 비중은 이미 24%까지 확대됐다. 올해 쿨리쉬 제품 비중을 26%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롯데웰푸드 측은 여름 성수기 쿨리쉬의 질주가 기존 설레임 매출을 깎아 먹는 '카니발라이제이션'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선을 그었다.

윤 BM은 "여름철에는 청량감이 강한 쿨리쉬를 중심으로 운영하고,날씨가 쌀쌀해지는 시기에는 부드러운 밀크 타입 설레임으로 수요를 이어가는 시즌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전체 설레임 브랜드 매출 확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24살, 설레임의 진화

설레임 브랜드의 변화는 제품에만 그치지 않는다. 롯데웰푸드는 올해 5월 손시림 현상을 개선한 신규 패키지를 선보였다. 패키지 내외부 사이에 공기층을 만들고 질소를 주입해 냉기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 시험 결과 손시림 현상이 기존 제품보다 약 4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 입구도 기존보다 11% 넓혔다. 꽁꽁 얼어 있는 상태에서도 보다 쉽게 먹을 수 있도록 소비자 의견을 반영했다.

라인업도 확대한다. 오는 21일에는 '설레임 쿨리쉬'의 편의점 전용 신제품을 출시한다. 최근 러닝 인구 증가에 맞춰 수분과 전해질 보충 콘셉트를 담은 특화 제품이다.

최명완 롯데웰푸드 양산공장장/사진=김다이 기자 @neverdie

마케팅 전략도 러닝에 초점을 맞췄다. 롯데웰푸드는 오는 9월 5일 경기도 하남시 미사경정공원에서 3000명이 참가하는 '설레임런'을 개최한다. 지난해 이색 펀런 행사에서 올해는 정식 10㎞ 기록 측정 대회로 규모를 키웠다.

러닝에 진심인 작가 기안84도 브랜드 모델로 발탁해 함께 달린다. 주 타깃층인 2030대에 '러닝 후엔 설레임 쿨리쉬'라는 공식을 확실하게 각인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최명완 롯데웰푸드 양산공장장은 "이번 설비 도입은 계절과 트렌드에 발맞춰 제품을 자유자재로 진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카테고리 확장 무기를 얻은 것"이라며 "한·일 원롯데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설레임 쿨리쉬를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혁신적인 빙과 제품을 지속해서 선보이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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