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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주들에게 '단체협상권' 준다…프랜차이즈 본사 '비상'

  • 2026.08.05(수) 07:20

가맹점주단체 등록제·본사 협의 의무화 입법예고
해외엔 없는 강제성…본사 경영 자율성 침해 우려
'10% 룰·30명 하한' 놓고 시각차…보완 과제

그래픽=비즈워치

가맹점주에게 '단체협상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앞두고 프랜차이즈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가맹본부는 경영권 침해를 이유로 개정안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있고 가맹점주들은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영세 점주를 외면하는 독소조항을 삭제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개정안 문구를 수정할 수 있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양측의 대립은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협의 의무화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점주단체 등록제 도입과 가맹본부의 협의 의무화를 골자로 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 3일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는 법령안을 확정하기 전 이해관계자와 국민의 의견을 받는 절차다. 이 개정안은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는 오는 9월 14일 이후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된다.

개정안에는 등록 요건을 갖춘 가맹점주단체가 거래조건 변경 등을 요청하면 가맹본부는 14일 이내 협의를 개시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하면 시정조치 등 법적 제재 대상이 된다.

그래픽=비즈워치

현재 가맹점주는 본사와 개별적으로 계약을 맺고 문제가 발생했을 시 개별적으로 제기해 해결해야만 한다. 단체를 꾸려 협의를 요청해도 본사가 대표성 부족을 이유로 거절하면 협상을 할 수 없다. 가맹계약서에 담긴 거래 조건이나 광고·판촉비 부담 역시 본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면 점주는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정위는 이런 협상력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본사에 법적 협의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가맹점주단체가 협의를 요청할 경우 본사는 반드시 협의에 응해야 한다는 조항을 가맹사업법 시행령에 신설하기로 하면서다. 가맹점주들이 단체를 구성하고 협상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셈이다. 

가맹본부에 법적 강제력이 있는 협의를 요구하려면 가맹점주단체는 공정위 등록을 마쳐야 한다. 등록 요건은 같은 브랜드 점주의 10% 이상(최소 30명) 또는 1000명 이상이다. 본사와 협의 가능한 대상은 가맹계약서 기재사항과 광고·판촉행사 관련 사항으로 정해졌다. 협의는 최소 2회 이상 진행해야 한다.

유례 없는 규제

정부가 가맹본부에 가맹점주단체와의 협상을 법으로 강제하고 불응 시 행정제재까지 부과하도록 한 것은 해외 주요국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이례적인 규제다.

호주 경쟁소비자위원회(ACCC)는 점주의 공동교섭 절차를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두 명 이상의 점주가 모여 본사와 가격, 공급조건, 계약조건을 교섭할 수 있도록 하고 신고나 승인 절차를 거치면 경쟁법 위반 부담 없이 교섭할 법적 보호까지 제공한다. 하지만 본사가 공동 교섭 그룹과 협상하는 데 동의할 의무는 없다. 점주들이 모여 교섭 자격을 갖출 수는 있어도 본사가 그 요구에 응해야 할 의무까지는 부과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프랜차이즈 창업 박람회.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미국 역시 연방 차원에서는 본사와 가맹점주 간 협상을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프랜차이즈 규칙에는 단체교섭이나 협의 의무를 다루는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유럽연합은 프랜차이즈를 각국의 국내법으로 규율하고 있다. 대신 유럽가맹연맹(EFF)이 만든 윤리규범이 존재하는데, 이 규범은 EFF 회원과 그 산하 회원들에게만 구속력을 갖는다. 국가가 강제하는 법이 아니라 업계 대표 단체 스스로 지키기로 한 자율규약인 셈이다.

좁혀지지 않는 입장 차

이 때문에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이번 개정안을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규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프랜차이즈 시스템 자체를 무너뜨릴 것이라며 전면 재입법까지 요구하고 있다. 협회는 논평을 통해 "전체 가맹점의 10%만 모이면 협의권을 갖게 돼 복수 단체 난립에 따른 상시 분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가맹점주 전체의 10%만 모이면 단체를 만들 수 있다 보니 복수의 소수 단체가 각기 다른 요구안을 들고 연중 계속해서 본사를 협상 테이블로 불러낼 수 있다. 이 사이 본사는 신제품 출시나 마케팅 같은 신속한 경영 판단 대신 연쇄적인 법무·노무 대응에 갇혀 브랜드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는 것이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의 주장이다.

가맹점주 단체인 전국가맹점주협의회도 개정안 자체는 환영하면서도 같은 조항을 문제 삼고 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가 문제 삼는 대목은 '최소 30명'이라는 하한이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입장문에서 "가맹점 30개 미만 본부가 프랜차이즈 전체의 88.1%에 달해 이들은 가입률 100%를 채워도 단체 등록이 불가능하다"며 비판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개정안의 혜택이 대형 프랜차이즈 점주들에게만 집중되고 가장 취약한 영세 점주들은 제도 밖으로 밀려나게 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12월 11일 전국가맹점주협의회가 국회에서 가맹점주 단체교섭권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사진=전국가맹점주협의회

개별 점주 동의 후 180일간 단체 협의를 제한한 '재협의 제한' 조항을 두고도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단체의 시각이 엇갈린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본사가 우월적 지위로 개별 동의를 종용한 뒤 이를 근거로 단체의 정당한 협의 요구를 묵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협의가 끝나자마자 다음 협의를 준비해야 하는 구조라며 제한 기간을 1년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협의 범위에 대한 시각 차도 크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필수품목 가격이나 광고·판촉 같은 협의 대상이 사실상 본사 고유의 경영권을 침해한다고 보고 있다. 신제품 개발이나 투자·마케팅 의사결정이 지연되면 브랜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변호사 등 제3자 대리인의 참석에 대해서도 영업비밀이나 원가구조가 외부로 유출될 위험이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반면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전문 지식이 부족한 점주들이 본사 법무팀을 상대하려면 전문가 조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달라지는 주도권

이번 개정안이 최종 시행되면 국내 프랜차이즈 운영 체계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본사가 일방적으로 정해온 계약 조건과 운영 방식을 점주 단체와의 협의 없이는 추진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가맹점주단체에 공식적인 협의 권한이 부여되면 필수품목 공급 단가나 판촉비 분담 등 주요 거래 조건에서 점주들의 목소리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복수 단체 난립에 따른 교섭 효율성 저하와 본사의 경영 자율성 침해 우려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오는 9월 14일 입법예고 종료까지 남은 기간은 점주 권익 보호와 산업의 경쟁력 유지라는 두 가치를 공정위가 어떻게 균형 있게 조율해낼지가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점주권익 향상이라는 당초 취지도 중요하지만 자칫 의사결정 체계가 느려져 브랜드 전체의 경쟁력이 꺾일 수 있다는 본사 측 우려도 현실적"이라며 "입법예고 기간 동안 점주의 목소리를 담아내면서도 본사의 합리적인 경영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는 세부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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