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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②여전한 ‘정보 비대칭’ 문제

  • 2014.01.21(화) 14:21

<신년기획> 21세기 화폐 논쟁
4부 : 비트코인은 성공할까

<글 싣는 순서>
4부 : 비트코인은 성공할까
① 그래도 남은 문제들
② 여전한 ‘정보 비대칭’ 문제
③ 금을 캘까, 청바지를 팔까ⅰ
④ 금을 캘까, 청바지를 팔까ⅱ
⑤ 현 질서 대변자 중앙은행과의 전투
⑥ 화폐는 생활이고 문화다<끝>


사실 결제 승인까지 기다려야 하는 10분이나 통화량 제한에 따른 디플레이션 문제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현재로선 중복 사용 유인이 별로 없다는 분석이 좀 더 우세하다. 디플레이션 문제도 시간상으론 먼 얘기다. 오히려 각국의 정부와 중앙은행이 예측하기 어려운 또는 인위적인 통화정책을 쓰면서 발생하는 위험이 더 크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큰 문제는 다수 대중의 평등한 화폐 사용을 위해 정부의 권한을 박탈하는 대신 이를 네트워크로 옮긴 화폐 시스템인 데도 여전히 정보의 비대칭성에 따른 차별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비트코인에서 말하는 평등은 네트워크의 평등이지 전 인류의 평등은 아니라고 보는 게 맞다. 최소한 현재 시점에선 그렇다.

P2P 네트워크에서 자유롭게 사고 사용할 수 있는 비트코인이지만, 컴퓨터에 문외한인 사람은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미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IT 강국 대한민국에서도 은행에 가지 않고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금융거래나 결제를 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 IT 인프라 수준 따라 정보 비대칭 불가피

한국은행이 면접방식(2013년 5월 30일~6월 21일)으로 전국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최근 3개월 동안 PC와 스마트폰으로 상품을 사고 결제한 경우는 각각 37.5%, 7.7% 수준이다. IT 발전과 이동통신 네트워크의 확산으로 인터넷 결제는 빠르게 늘고 있다. 그래도 2012년 기준으로 전체 민간 소비의 5% 정도로만 추정한다.


PC를 통한 결제는 20대가 72.6%이지만, 60대 이상은 3.4%에 불과하다. 스마트폰 결제도 20대 19.4%, 60대 이상 0.5%로 큰 격차를 보인다. 한국은행은 비대면 지급결제가 더 늘어나려면 보안 강화, 사기 피해 방지 대책과 함께 노년층에 대한 IT 및 모바일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용자의 연령층 확대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 나라 안에서도 이 정도인데 이를 전 세계로 펼치면 정보의 비대칭성은 더욱 커진다. 인터넷 네트워크가 한참 뒤떨어진 아프리카는 비트코인이 지향하는 수혜를 얻기보다는 더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 인터넷 네트워크에 접근성이 떨어질수록 비트코인 불평등은 더 커질 수 있다.

최근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전체 비트코인 사용자 100만 명 가운데 900여 명이 전체 비트코인의 절반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티그룹 통화분석가 스티브 일글랜더은 전체 비트코인의 절반을 상위 0.1%가 갖고 있고, 상위 1%의 보유량은 80%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막강한 컴퓨팅 파워(연산력)를 갖춘 두 개 그룹이 전체 채굴량의 60% 정도를 차지한다는 분석도 있다.

마이닝 하는 로드를 금광을 캐는 광부쯤으로 소개하고 있으나, 집에 있는 컴퓨터로 아무나 캘 수 있는 게 아니다. 물론 마이닝을 하지 않더라도 거래소를 통해 비트코인을 사고팔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선 거래에 따른 수수료를 내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비트코인이 발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미 초기 투자에 발 빠르게 나선 사람들은 비즈니스적인 이익을 얻고 있거나 기대하고 있다. 이미 선량한 다수의 마이닝 참여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IT 불평등과 소유의 극단적인 쏠림은 비트코인의 투기적 요소가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 스스로 Bit 단위로…

어쨌든 나카모토는 비트코인이라는 아이디어로 전 세계에 큰 화두를 던졌다. 인터넷과 P2P 철학의 복원이다. 정보의 보고(寶庫)인 인터넷을 다수의 대중에게 돌려놓자는 의미 정도로 해석된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집중화는 P2P 철학과는 상당 부분 배치된다. 비즈니스적으로 만개한 인터넷이 정보의 집중화에 따른 염려가 곳곳에서 나오는 현실을 보면 대충 알 수 있다.

비트코인에서 말하는 네트워크적 평등은 아이러니하게도 이에 대한 접근성과 경제력에 따른 차별성을 그대로 포함하고 있다. 좀 더 시간이 흐르면 IT 발전으로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보다는 현재 경제력의 차이에서 수혜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더 많다고 보는 것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

이 문제는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광의의 개념으로 본다면 지금까지 누적된 불평등의 산물이다. 나카모토가 이런 문제를 몰랐을 리 없다. 그 역시 현재로선 이에 대한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비트코인이 좀 더 평등한 세상을 가져올 도구라고 봤을 가능성은 있지만, 현재의 문제도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과제를 남겨놓고 나카모토는 홀연히 자기의 자리로 돌아갔다. 비트코인의 작동 원리를 만천하에 공개하고 초기 채굴을 주도해 기름칠한 뒤 스스로 하나의 비트 단위로 사라졌다. 그는 프로그래머 개빈 앤드리슨을 후임으로 지목하고, 남은 문제는 남은 사람들의 몫이라는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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