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러면서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새롭게 제시한 ‘스토리가 있는 금융’의 가치가 갈수록 더 주목받고 있다. 신뢰의 위기에 빠진 국민은행을 지켜낼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으로 ‘스토리가 있는 금융’이 떠오르는 셈이다.
‘스토리가 있는 금융’은 고객과 상생하는 경영혁신 방법론이다. 단기 성과주의라는 과거부터 쌓여온 금융 적폐를 지양하고, 철저하게 고객의 입장에 서서 긴 안목을 가지고 고객에게 가장 필요한 맞춤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뜻이다.
◇ 고객을 위한 은행 가치 극대화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지난해 7월 취임 당시 “은행업의 성패는 고객 한분 한분에게 맞춤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토리가 있는 금융’의 실천과 정착에 달려 있다”면서 고객 위주의 새로운 경영혁신을 화두로 제시했다.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을 제대로 알기 위해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안 고객의 상황과 금융 니즈에 맞는 적합한 상품을 제안해 ‘은행을 위한 고객 가치 극대화’ 가 아닌 ‘고객을 위한 은행 가치 극대화’를 추구하자는 게 포인트다.
그러다 보니 ‘스토리가 있는 금융’은 단기 성과 중심의 경영관행을 지양한다. 단기 재무성과 지상주의(KPI)에 몰입되면 고객을 이익 창출의 대상으로만 보게 된다. 그러면 윤리의식이 약해지면서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고, 조직과 동료를 배려하지 않는 실적 만능주의와 개인주의가 조직 내에 만연하게 될 수밖에 없다.
최근 국민은행에서 벌어진 각종 사건•사고 역시 여기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스토리가 있는 금융’은 과거부터 쌓여온 금융 적폐에 대한 뼈 아픈 반성을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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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기 성과보다는 과정 평가
국민은행은 ‘스토리가 있는 금융’의 구현을 위해 가장 먼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결과 중심의 성과관리체계인 KPI (Key Performance Indicator)를 폐지했다.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적법하고 윤리적으로 바뀔 수 있도록 성과관리 프로세스 전반을 과정 중심의 성과관리 체계인 가치향상지수(VI, Value-up Index)로 대체했다.
가치향상지수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성과 평가에서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해 고질적으로 악순환 되던 KPI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직원들이 자율적이고, 능동적으로 영업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
과거 영업점간 과다한 경쟁의 원인이던 지점장 종합평가 기준도 재무 성과보다는 ‘스토리가 있는 금융’을 올바로 실천하는 과정과 역량에 대한 평가를 강화했다. 성적이 나쁜 영업점장이 편법과 비윤리적 영업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차단한 셈이다.
고객만족도조사(CSI) 역시 고객에게 ‘매우 만족’을 요청하는 형식적인 행태에서 벗어나 영업점장이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영업현장에서 필요에 맞게 자율적으로 고객만족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국민은행은 “‘스토리가 있는 금융’이 올바로 구현되면 고객을 위한 은행의 가치 극대화는 물론 내부 직원들 역시 성취감이 높아지게 된다”면서 “이러한 경영혁신 노력이 고객과 은행이 서로 상생하며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업모델로 자리매김하게 되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