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제철이 유동성 위기를 넘지 못하고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씨가 가진 동부화재 지분을 추가 담보로 내놓거나 다른 핵심 계열사를 추가로 매각하는 문제 등이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 등 돌린 포스코…동부제철 자율협약
류희경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2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어제 김 회장을 만나 동부제철에 대해 채권단 공동관리에 의한 정상화를 요청했다”면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신업은행은 동부제철이 이번 주 중 자율협약을 신청하면 내주까진 자율협약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자율협약은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 방식으로 채무상환이 유예되거나 긴급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지만, 워크아웃과는 달리 법적인 강제성은 없다.
동부제철은 글로벌 철강경기가 계속 나빠지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졌고, 지난해 11월 채권단과 주요 계열사와 자산 매각을 비롯한 구조조정 약정을 맺었다. 이 약정에 따라 산업은행은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을 패키지로 묶어 포스코에 인수를 요청했지만, 포스코가 이를 거부하면서 결국 자율협약에 이르게 됐다.
산업은행은 패키지 매각에 실패한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은 개별 매각으로 전환해 경쟁입찰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동부당진발전은 당장 이달 중 매각 절차에 들어간다. 다만, 동부제철 인천공장은 잠재 매수자가 없어 동부그룹과 협의해 향후 추진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 김남호 씨 동부화재 지분 담보 제공 등 변수
동부제철의 자율협약에 당장 문제는 없다. 류 부행장은 “동부제철은 2금융권 여신이 많지 않은 채권자 구성상 자율협약에 들어가는 데 큰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신용보증기금 등이 회사채 지원에 난색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게 산업은행의 판단이다.
동부제철이 자율협약에 들어가면 채권단이 지원에 나서면서 일단 유동성 위기는 넘길 수 있다. 동부제철은 내달 7일 700억 원, 8월 중 4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 도래를 앞두고 있다. 동부제철의 전체 차입금은 2조 6000억 원 정도며, 이 가운데 산업은행이 1조 원을 가지고 있다.
다만 자율협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김남호 씨가 가지고 있는 동부화재 지분 13.29%를 대체 담보로 내놓는 문제 등이 다시 변수로 불거질 수 있다. 금융 계열을 비롯해 다른 핵심 계열사를 추가로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될 수 있다.
류 부행장은 “김 씨의 지분을 담보로 내놓지 않는다고 해서 자율협약 중단 여부를 말하긴 이르다”면서도 “김씨가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 만큼 적극적인 협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율협약의 조건으로 추가 담보를 직접 요구하진 않았지만, 대주주 일가가 더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얘기다.
◇ 산업은행, 구조조정 실패 책임 논란도
산업은행이 동부그룹의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인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 패키지 매각에 실패하면서 책임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동부그룹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산업은행이 핵심 자산 매각에 실패하면서 결국 동부제철을 자율협약으로 내몰았다는 지적이다.
류 부행장은 패키지 매각이 최선이었다고 강조했다. 류 부행장은 “동부 측에선 중국 철강업체들이 참여할 것이란 생각으로 개별 경쟁입찰을 요구했다”면서 “하지만 시장을 태핑해보니 잠재 매수자가 없어 경쟁입찰이 성립될 가능성이 없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포스코 실사 과정에서 데이터룸 개방했지만, 중국 철강업체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설령 잠재 매수 후보가 있었더라도 경쟁입찰은 시간이 오래 걸려 동부제철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다”면서 “8월까지는 대금이 들어와야 하는데 경쟁입찰로는 힘들다고 봤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