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도 안전운전을 하는 정 씨는 이날 어린 자녀를 뒷좌석에 태워 더 조심스럽게 운전하고 있었는데 상대방의 잘못으로 사고가 나 억울하게만 느껴졌다. 게다가 본인의 과실이 거의 없는데도 보험료가 오를 것이라는 생각에 속이 터졌다.
앞으로 정 씨와 같은 억울한 사례가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오는 9월 1일부터 자동차 사고 피해 차량의 차 보험료 인상률을 낮추는 제도가 시행된다. 그동안 차 사고가 나면 과실 비율에 관계없이 피해자의 보험료도 대폭 올랐는데 금융당국이 이를 개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차 사고 피해자 약 15만명의 보험료가 평균 12.2% 인하될 것으로 전망된다.
▲ 권순찬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10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금감원) |
금융감독원은 10일 이런 내용의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놨다. 자동차보험 쌍방과실 사고의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 간 갈등으로 인한 민원이 지속해 발생하고 있어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자동차보험료의 할인·할증 제도는 사고자의 과실 비율과 관계 없이 사고의 심도와 빈도를 함께 반영해 계산한다. 사고 심도란 사고의 크기(보험금 규모)를 의미하며 빈도란 사고 건수를 뜻한다.
앞으로는 사고 심도를 계산할 때 최근 1년간 발생한 피해자의 자동차 사고 한 건은 사고내용 점수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피해 사고 건수가 여러 건이라면 사고 크기가 가장 큰 사고를 제외한다. 사고 빈도를 계산할 때 역시 피해자일 경우 최근 1년간의 사고 건수에서 빼기로 했다. 여기서 피해자란 과실비율이 50% 미만인 경우를 의미한다.
다만 사고를 당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무사고자와는 차별화하기로 했다. 사고 심도와 빈도를 계산할 때 직전 1년 사고 책정에는 제외하지만 직전 3년을 따질 때는 포함하기로 했다.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깎아주거나 올리기 위한 계산을 할 때 직전 1년과 3년을 각각 반영한다.
이렇게 되면 피해자는 사고가 났을 경우 보험료 할인을 받을 수는 없지만 보험료가 오르는 폭은 대폭 완화하게 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연간 자동차 사고 피해자 약 15만명의 보험료가 평균 12.2% 인하될 수 있다. 전체 금액으로 따지면 151억원 가량이다.
예를 들어 중형차량을 9년간 무사고로 운전해 지난해 41만원의 보험료를 냈던 운전자의 경우 사고 피해를 보더라도 보험료가 55만원으로 인상하는데 바뀐 제도를 적용하면 45만원까지만 오른다.
▲ 과실비율에 따른 보험료 할증폭 개선 뒤 보험료 변화. (자료=금융감독원) |
가해자의 경우에는 보험료 인상 폭을 그대로 두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번 제도 개선으로 인한 전체 보험자의 보험료 인하 금액인 151억원 가량은 보험사가 부담하게 된다.
권순찬 금감원 부원장보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약 0.1% 정도의 보험료 수입이 줄어드는 것으로 돼 있다"며 "최근 제도 개선 등으로 자동차 보험 손해율이 많이 개선됐기 때문에 보험사가 자체 흡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개선된 제도는 오는 9월 1일 이후 발생한 사고를 기준으로 12월 1일 이후 갱신되는 계약부터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