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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혁신]DB손보, '인슈어테크, 정답없는 새 길을 가다'

  • 2019.05.31(금) 13:47

[창간 6주년 특별기획]DB손보 디지털혁신파트 심성용 부장
"디지털혁신, 새로운 고객접점과 새 보험으로 이어져"
"정답없는 길, 고객가치 기반 전사적 디지털밸류체인 목표"

금융은 변화가 크지 않은 대표적인 산업으로 꼽혀왔다. 특히 보험은 변화의 속도가 더딘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제는 옛말이 됐다. 핀테크(금융+기술), 인슈어테크(보험+기술)가 생소한 단어가 아니고 '디지털'은 금융사들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곧 공급자 중심의 금융서비스에서 수요자, 고객 중심 서비스로 전환하지 않을 경우 소비자들에게 외면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보험사들에게 있어 디지털혁신은 단순히 내부업무 효율을 높이는 것이 아니다. 저금리·저성장 기조, 국내 시장 포화로 성장동력을 잃고 있는 보험업계에 고객가치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사업모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전사 차원에서 디지턱혁신에 나서고 있는 DB손해보험을 찾아 어떤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 '혁신 DNA' 내재화로 디지털혁신 선도 

DB손보는 2016년 이전부터 디지털 기반을 구축해 2017년 본격적으로 IT지원팀 산하 태스크포스팀을 가동해 디지털혁신을 추진해 왔다. 오는 2020년까지 전사적인 디지털 전환을 완료하고 이후 이를 보험의 밸류체인에 녹이는 디지털 초융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슈어테크, 빅데이터,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 검토부터 시작했다. 현재는 AI, 빅데이터 등 관련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된 디지털혁신파트가 조직돼 운영중이다. 이를 이끌고 있는 심성용 부장은 "디지털혁신은 경영진의 빠른 의사결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성용 DB손해보험 디지털혁신파트 부장/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그는 "처음엔 아주 작은 시작점이었다. 4차산업에서 핀테크, 인슈어테크로 이슈가 옮겨가는 과정에서 CEO를 비롯한 그룹 경영진들이 이러한 변화들을 민감하게 바라보고 준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며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기 위해서는 인력과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경영진의 관심과 빠른 결정은 사업추진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정남 사장이 갖고 있는 '최장수 CEO'라는 타이틀도 의미가 컸다. 통상 2~3년을 주기로 교체되는 CEO들의 경우 임기내 성과가 중요하기 때문에 당장 성과가 나지 않고 큰 비용이 들어가는 디지털혁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랜 경력과 노하우를 쌓아온 CEO가 보험시장의 변화를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한 것이 큰 힘이 됐다.

심 부장은 그룹과 회사의 내재적인 '혁신 DNA'를 디지털혁신 추진의 또 다른 배경으로 꼽았다.

그는 "10여년 전부터 매년 그룹 및 전사차원에서 혁신과제를 선정하고 각 부문의 부사장급 임원들이 직접 이를 주관해 운용하도록 해왔다"며 "10여년 넘게 진행해온 이같은 작업들이 현재는 인슈어테크, 핀테크과 같은 신기술과 연결된 것으로 그동안 쌓아온 내재적인 혁신DNA로 인해 발빠른 추진이 가능했다"라고 설명했다.

◇ "디지털 혁신은 새로운 고객접점과 새로운 보험으로 이어져"

보험에 있어 디지털혁신이란 무엇일까.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 같은 물음들에 대해 심성용 부장은 디지털혁신에 대한 정의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디지털혁신의 키워드는 '효율'과 '고객가치'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심 부장은 "내부적 관점에서 봤을 때 디지털혁신은 '효율'이라고 할 수 있는데, 새로운 기술과 디지털 역량을 갖고 기존 업무들을 기존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할 수 있도록 내부 프로세스를 개선시키는 작업들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외부적 관점에서 디지털혁신의 방향은 '고객가치'에 집중돼 있다"며 "기업은 결국 고객을 통해 수익을 내기 때문에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전해줄 것이냐가 그 기업의 생존조건이자 성장조건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디지털혁신은 결국 기존의 룰(rule)이나 업무방식에서 탈피해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를 발굴하고 이를 통해 '고객에게 기존의 것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보험서비스 경험'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곧 디지털혁신이 추구하는 목표"라고 강조했다.

소비자에게 있어 새로운 디지털혁신의 경험은 작게는 모바일 앱(app)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에서부터 보험상품 등으로 점차 확장되고 있다. 특히 보험사들은 디지털혁신을 통해 고객접점을 새롭게 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예를 들면 '운전자습관연계보험특약' 일명 UBI보험은 DB손보가 2016년 처음 선보인 자동차보험 특약이다. 내비게이션을 활용해 운행속도와 급출발, 급제동 등의 정보를 수집해 안전운전을 할 경우 보험료를 최대 10% 할인해 주는 제도다. 과거 설계사나 보험사 홈페이지를 통해 가입하던 자동차보험 특약이 내이게이션 앱인 'T맵'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인지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심 부장은 "아는 설계사나 보험사 홈페이지를 통해 보험에 가입하던 것에서 전혀 다른 방식과 경로로 보험가입에 대해 인지하게 됐다"며 "매우 작은 부분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소비자가 상품에 접근하는 방법이 달라졌다는 것은 보험 판매방식의 변화로 볼 수 있고 이는 곧 시장이 확대된다는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변화는 골프보험을 비롯해 여행자보험, 단순 상해보험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상품들은 1년 단위 혹은 단기간 가입하는 간단한 상품이다. 하지만 가입방법은 계약기간이 장기인 기존 상품들과 다르지 않고 설계사나 공항의 별도 매대를 통해서만 가입이 가능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온라인쇼핑몰에서 여행상품을 고르면서 혹은 보험사 앱을 통해 클릭 몇번으로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 간편하고 빠르게 가입할 수 있게 됐다.

편리한 접근성을 통해 상품과 시장이 새롭게 변화한 것이다.

심 부장은 "중국의 중안보험의 경우 이같은 디지털혁신을 통해 새로운 상품영역을 발굴해 큰 사례"라며 "온라인쇼핑 중간에 가입할 수 있는 반송보험을 통해 수천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한편 설립된지 얼마 되지 않아 시장지위도 대폭 상승했느데 이는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 비해 핀테크나 인슈어테크 관련 규제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국의 경우 이같은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중안보험은 2013년 설립된 중국 최초 온라인 손해보험사로 알리바바, 텐센트, 평안보험이 주요주주다. 중안보험은 알리바바에 배송반송보험을 활용한 협업플랫폼을 도입하면서 상품구매와 보험판매가 동시에 35% 증가했고 현재는 중국인구 4명중 1명이 중안보험에 가입했을 정도로 급격히 성장했다.

◇ AI기술이 중심…전사 밸류체인 적용이 목표 

DB손보는 총 네가지 관점에서 디지털혁신의 사업개념을 정리하고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고객경험혁신 ▲오픈이노베이션이다.

심성용 부장은 "당사에서 추진하는 디지털혁신의 네가지 추진전략은 별도로 나눠지거나 어느 하나에 집중한다는 개념보다는 모두 연결돼 있어 이들 네가지 모두를 아울러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의 머신러닝(기계학습)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가 필수고 디지털혁신이 플랫폼 기반의 비즈니스 생태계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오픈이노베이션(외부협력) 역시 요구된다. 또한 오픈이노베이션 영역을 담당하는 스타트업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모두 고객경험혁신에 맞닿아 있다.

이를 기반으로 DB손보는 신상품과 서비스 발굴, 보험업무 프로세스 개선, 고객가치 혁신을 추구해나가고 있다.

이중 기술의 핵심은 AI다. 현재 DB손보는 자동차보험에 AI 머신러닝 기법을 접목해 자동차보험 계약 언더라이팅(보험인수심사)을 진행중에 있다.

언더라이팅은 보험사의 고유업무로 계약의 위험도를 파악해 인수 여부를 결정하는데, 보험계약 전체의 건전성을 확보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때문에 경험이 있는 소수의 전문인력이 이를 담당하게 된다. 그러나 고도화된 AI가 이를 담당할 경우 보다 효과적인 결과를 낼 것이란 가정하에 머신러닝을 활용해 '자동차보험 손해율 예측 모형'을 만들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거주지역, 연령, 보험료, 담보내역 등 다양한 요소들이 영향을 미친다. 각 항목에 대한 변수에 가중치를 넣어 언더라이터들이 이를 운용해 왔다. 문제는 가중치가 시간, 장소, 환경 등에 따라 계속 변하는데 소수의 인력이 담당하다 보니 관리주기가 연 1~2회에 그친다는 점이다.

이를 AI가 대체할 경우 이같은 가충치를 변경하는 작업을 한달에 1번 혹은 그 이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DB손보는 이같은 모형의 시범운용을 거쳐 기존 모델과 함께 활용하고 있다.

심 부장은 "AI를 활용한 손해율 예측 모델이 기존 대비 손해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계약을 2배 이상 골라냈다"며 "언더라이팅은 보험사 고유의 매우 중요한 업무이기 때문에 1년 정도의 테스트를 거쳤음에도 당장 대체하지는 않고 병행하며 지속적으로 신뢰도 등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전했다.

DB손보는 AI 손해율 예측모형을 자동차보험 뿐 아니라 일반보험에도 적용해 활용하고 있다.

AI 기술은 매우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가는 부분에서도 활용된다.

자동차보험 대인보상 합의금은 자동차 사고 발생시 보험사가 피해액 이외에 보상을 마무리하기 위해 차후 발생할 치료비나 위자료 등을 포괄해 추가로 돈을 지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고의 발생 유형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보상담당자나 피해자, 사고지역, 시간 등에 따라 매우 주관적으로 합의금이 선정돼 왔다. 똑같은 다리 골절이라고 해도 누구는 10만원, 누구는 50만원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회사 역시 손실을 예측하기가 어려운데, 이러한 합의금을 합리적으로 책정하기 위해 빅데이터와 AI 머신러닝을 활용해 모델링 작업이 추진됐다.

심 부장은 "회사차원에서 합의금에 대한 가이드가 있지만 100가지 사례에도 미치지 못해 실제 현장에서 이를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며 "합의금을 선정할 수 있는 주요 팩터 16가지를 선정해 경우의 수를 따져보니 총 6천만건이 나왔고 이를 회사가 가진 데이터 가운데 경상자 사고건(100만건)에 적용하니 총 30만건의 경우의 수가 나왔다"고 밝혔다.

즉 이전 가이드라인이 제시한 경우의 수가 100개였다면 빅데이터, AI기술을 통해 30만건의 경우의 수를 제시할 수 있게된 것이다.

심 부장은 "사고가 발생하면 30만건 가운데 가장 유사한 합의사례를 찾아 합리적인 합의금 수준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며 "기존 지급사례가 있기 때문에 피해자들에게도 납득시키기 어렵지 않고 신뢰도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과 분석기법이 고도화 되면서 기존에는 하지 못했던 것들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같은 기술은 대출영업 등 마케팅 부분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약관대출이나 신용대출이 필요한 고객군을 선별해 대출관련 광고를 안내하는 등에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정답없는 길…"아직 걸음마 단계, 갈길 멀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인슈어테크 분야는 걸음마 단계다.

심 부장은 "지난 몇년간의 추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보험권의 디지털혁신은 걸음마 단계"라며 "쉽게 풀리지 않는 규제도 문제지만 기존 조직과 업무관행에 대한 인식을 뛰어 넘는 것 역시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의 것을 새롭게 대체하는데 있어 기존 업무관행과 조직의 거부감이 큰데 이걸 바꾸는 것이 가장 큰 숙제"라며 "이해시키고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본질적인 원리를 이해해야 해 쉽지 않고 신기술의 발달로 내 일자리를 잃는 것 아닌가, 일이 더 늘어나는 것 아닌가라는 부정적인 인식들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현재 DB손보가 스타트업인 '페르소나'와 협업해 내년 1월 판매가 예정된 AI 챗봇을 활용한 보험판매의 경우에도 기술적으로 가능한 부분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지만 법과 규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심성용 부장은 "혁신금융서비스는 핀테크 관련해 현재 막혀있는 규제들을 예외적으로 인정해 주는 것인데 기술적으로 가능해 도전한다고 해도 이게 한시적인 것이 아닌 실제 판매로 계속 이어지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법, 규제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AI를 통해 보다 정밀하고 객관적으로 고객에게 상품을 추천할 수 있게 된다면 고객경험을 넓히는 동시에 인건비를 낮추는 등의 효율이 발생하고 사업비가 줄어드는 만큼 고객에게 더 저렴한 보험료로 더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상품들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라고 말했다.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디지털혁신에 정답은 없다. 각자 정한 방향대로 정답을 찾아나가는 여정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심 부장은 "새로운 사업모델이나 비즈니스를 고객가치 측면에서 발굴하는 것이 혁신이고 우리는 디지털혁신을 통해 이를 이루고자 한다"며 "현재는 적용 가능한 영역부터 순차적으로 디지털혁신이 진행되고 있지만 보험의 밸류체인(상품개발·마케팅·언더라이팅·보상·서비스 등) 전 부분에 새 기술과 경험들이 적용되고 이를 결국 고객들에게 좋은 가치로 전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가 디지털혁신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혁신(革新). 묵은 제도나 관습, 조직이나 방식 등을 완전히 바꾼다는 의미다. 과거 한국 기업들은 치열한 변화를 통해 성장을 이어왔고, 유례를 찾기 힘든 역사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 성장공식은 이미 한계를 보이고 있다. 성장이 아닌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로 몰리고 있다. 비즈니스워치가 창간 6주년을 맞아 국내외 '혁신의 현장'을 찾아 나선 이유다. 산업의 변화부터 기업 내부의 작은 움직임까지 혁신의 영감을 주는 기회들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새로운 해법을 만들어 내야 하는 시점. 그 시작은 '혁신의 실천'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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