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는 말이 있지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 핀테크 스타트업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입니다."
금융시장이 포화됐다는 것은 비단 최근의 얘기는 아니다. 한 금융사가 하나의 서비스를 내놓으면 다른 금융사도 비슷한 서비스를 연이어 내놓는다. 게다가 금융사는 라이선스 업이다 보니 큰 변화를 찾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난다. 그 시작점은 거대 금융사가 아닌 인원 5명 가량의 핀테크 스타트업들이다.
박정호 대표가 이끌고 있는 SCM솔루션도 마찬가지다. SCM솔루션의 '온라인쇼핑몰 판매자 정산관리 및 팩토링 서비스'는 현재 베타테스트 중이지만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상'을 받았다. 말 그대로 '혁신'을 이끌 아이디어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 온라인쇼핑몰에 '팩토링' 적용…시장 넓힌다
SCM솔루션은 지난해 4월 창업해 이제 막 첫돌을 지난, 말 그대로 '스타트업'이다. 하지만 이후의 행보는 남다르다.
창업 반년만에 창업진흥원 기술혁신형 창업기업으로 선정됐고, 올해 4월에는 우리은행의 위비핀테크랩 4기에 선정됐다. 이후 지난 5월 금융위원회가 주최한 코리아핀테크 위크에서 '아이디어 혁신상'을 수상했다.
이제 막 돌을 지난 신생 기업이 각 기관으로부터 인정받고 있는 서비스는 '온라인쇼핑몰 판매자 정산관리와 팩토링 서비스'다.
SCM솔루션이 준비하고 있는 서비스는 크게 두가지다. 먼저 온라인쇼핑몰 판매자들이 판매 데이터를 취합해 한 곳에서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인 '정산관리 서비스'가 있다.
이는 온라인쇼핑몰 판매자가 티몬, 쿠팡, 위메프 등 이커머스에 상품을 판매했을 경우 판매데이터를 취합해 한곳에서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박정호 대표는 "온라인쇼핑몰 시장은 매년 20%이상 성장하는 시장이라는 점에 주목했다"며 "이들을 위한 서비스를 내놓으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SCM솔루션은 이 서비스를 온라인쇼핑몰 판매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그리고 취합된 데이터를 금융회사에 판매하는 방식이 첫번째 사업모델이다.
개인사업자 중 통계를 쉽게 내기 어려운 온라인쇼핑몰 판매자들에 대한 각종 데이터는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아이템이라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SCM솔루션이 준비하고 있는 가장 핵심사업은 온라인쇼핑몰 사업자의 자금 유동화를 '팩토링'을 통해 연계해 주는 서비스다.
팩토링이란 은행과 같은 금융회사들이 어음이나 외상 매출 채권 등을 기업으로부터 매입해 자금을 지원해 주는 것을 말한다.
박 대표는 "시장을 조사해 봤더니 온라인쇼핑몰 시장은 매년 크게 성장하는데, 온라인쇼핑몰 판매자 대부분이 신용도가 낮거나 담보가 없는 경우가 많아 자금지원이 대부분 대출, 심지어는 사채시장으로 까지 이어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사실상 이들도 금융소외계층이라고 봤고 이들을 대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 현재 수출입기업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는 팩토링 서비스를 적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고 충분한 시장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의 이러한 아이디어는 맞아 떨어졌다. 팩토링 서비스를 온라인쇼핑몰 사업자에게 적용하면 그들은 빠른기간에 제도권 내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되고 금융사는 미리 채권을 구매해 향후 이를 회수하기 때문에 리스크도 낮아지게 됐다.
박 대표는 "이커머스기업에서 판매한 이후 온라인쇼핑몰 기업이 정산받기 까지는 40~70일 가량이 소요됐는데 우리의 솔루션을 적용하면 최대 2일 이내에 정산이 가능해지는 셈"이라며 "금융회사의 경우도 팩토링을 통해 자금을 공급하고 동시에 '정산관리 시스템' 등을 통한 정보를 제공받기 때문에 리스크도 거의 제로에 수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자영업자 대출 시장에서도 리스크가 큰 온라인쇼핑몰 사업자에 대한 리스크가 크게 줄어드는 만큼, 금융사는 고객군을 좀 더 넓힐 수 있고 극단적으로는 사채시장까지 흘러가던 고객들까지 금융사를 찾게된다. 자영업자 대출 시장이라는 '레드오션'의 미세한 틈에서 '블루오션'을 발견한 셈이다.
◇ "혁신금융 성장, 인력·제도 동반돼야"
박 대표는 기업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데에는 은행의 도움이 컸다고 설명했다.
SCM솔루션은 지난 4월 우리은행의 핀테크기업 인큐베이터인 '우리 위비핀테크랩 4기'에 선정됐다. 이후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우리은행 위비핀테크랩에 입주해 사업을 펼치는 중이다.
박 대표는 "창업 초기에는 아무리 작은 비용이라도 민감하게 느껴진다. 특히 사무실 유지비용이 대표적"이라며 "하지만 은행의 핀테크랩에 입주하면 사무공간 제공 등 비용이 절감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은행이라는 큰 기업과 지속적으로 사업모델을 확장시켜 나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SCM솔루션은 우리은행, 우리카드 등과 사업을 연계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우리은행 역시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섰다.
박 대표는 "은행이라는 대형 금융사가 손을 뻗어준다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며 "먼저 우리 사업의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이며 두번째는 사업확장 속도를 빠르게 가져갈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향후 혁신적인 금융서비스 탄생은 결국 작은 핀테크 스타트업들로 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봤다. 아울러 이러한 흐름이 더욱 빠르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두가지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꼽았다.
첫번째는 인력수급의 문제다. 핀테크 스타트업의 경우 인력을 구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우리같이 일부로부터 인정을 받은 회사도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사실상 창업멤버에서 멤버 변화가 없다시피 하다"며 "결국 혁신적인 서비스는 인력이 뒷받침 돼야 하는데 이를 위한 기관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했다.
아울러 제도적인 장치 마련도 시급하다고 박 대표는 강조했다.
박 대표는 "최근 금융당국이 규제샌드박스 등 핀테크 관련 규제를 허물겠다고는 하지만 일부 핀테크기업에게는 '빛 좋은 개살구' 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데이터산업 같은 경우 관련 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해 사실상 사업을 진행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핀테크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힘들지라도 제도적인 노력이 지속될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핀테크기업들과 교감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