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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빈 수레 요란만…' 아쉬운 인수위 60일 후기

  • 2022.05.09(월) 11:36

당선자도 인수위도 "민생 최우선" 강조했지만
코로나보상·부동산 등 핵심이슈는 60일 공회전

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역할은 경제 측면에서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서민 경제가 바닥을 친 데 더해, 물가는 고공행진을 시작했고 경기는 움츠러든 상황이 복잡하게 얽혀서다. 와중에 부동산 시장 불안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60일 전 출범 때만 해도 '뭔가 갈증을 풀어줄 것'이라 기대를 모았던 인수위였다. 

인수위 최우선 과제는 '민생'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역시 인수위 기간 내내 민생을 가장 앞에 뒀다. 초대 내각 인선에 대한 논란과 '검수완박' 등 정치적 현안이 시끄러웠지만 정작 본인은 민생에 집중하겠다는 행보를 보였다. 점심 한 끼 먹는 식당을 고르는 것부터 그랬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 6일 진행된 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했다,/사진=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그런 만큼 인수위 출범 초기부터 새 정부의 민생 대책에 관심이 집중됐다. 코로나 손실보상을 위해 공약한 5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은 언제 어떤 내용을 담아 국회에 제출할지, 부동산 대책은 어디부터 손볼 것인지 인수위 한 마디에 국민들의 귀가 쫑긋했다.

하지만 인수위는 조심스럽기만 했다. 추경호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인수위 출범 후 얼마 지나지 않은 3월 31일 "추경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국회에 제출하기 위해 인수위가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기다림에 목마른 이들을 뒤로 하고 구체적인 내용 발표 시점을 미룬 것이다.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부동산태스크포스(TF) 출범과 함께 현 정부의 임대차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폐지를 포함해 관련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했다. 정책 마련에 속도를 내는 듯했다.

하지만 잘못된 신호가 시장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이유를 대며 부동산 정책의 구체적 방향이나 개편 시기에 대해선 철저히 함구했다. 그 사이 부동산 세제와 대출 규제 완화 등 다양한 내용을 두고 추측성 보도가 쏟아졌다. 집값 불안 확산 속에 정책 개편 속도조절론 등이 대두되면서 오히려 시장 반발이 커지기도 했다.

답답한 행보에 핀잔을 들어온 인수위는 출범 한 달을 기점으로 나름대로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지난달 18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범 한 달을 맞아 연 기자간담회에서 "(인수위) 존재감이 없다는 우려도 있지만 나름대로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한 부분을 말하고 싶다"며 "앞으로 2주 동안은 민생 현안과 직접 관련된 부분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그 뒤로도 민생 관련 대책 발표는 차일피일 미뤄졌다. 부동산의 경우 부동산TF 구체적인 논의가 마무리돼 윤곽이 마련됐다며 4월 중 발표를 시사했지만, 다시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원희룡) 인사청문회 이후로 넘겨졌다. 이마저도 인수위가 아닌 새 정부 출범 후 종합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두세 걸음 이상 물러났다.

오랜 시간 뜸을 들였던 코로나 손실보상은 더 큰 비판의 중심에 섰다. 발표를 한 것도 하지 않은 것도 아닌 애매모호한 방안만 던진 꼴이라서다. '과학적 분석'을 강조한 인수위의 54조원 손실보상 추계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피해지원금이 당초 공약에서 크게 후퇴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윤 당선자는 이미 지급된 보상과 별개로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최소 600만원을 추가해 100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실제 보상안에는 구체적인 보상 내용이라는 '알맹이'는 빠졌다. 그저 차등지원 하겠다는 개략적인 내용만 담겼을 뿐이다. 인수위가 재차 공약 이행을 강조했지만 소상공인들의 실망과 반발은 계속되는 이유다.

/사진=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민의 관심과 기대 속에 9년 만에 간판을 내건 인수위였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새 정부 국정철학 색깔조차 전달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민생 대책 하나 구체화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피할 길이 없다.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더니, 인수위 민생 정책이 딱 그랬다.

지난 6일 인수위는 해단식과 함께 마무리됐고 오는 10일 새 정부가 출범한다. 인수위가 새 정부로 모든 민생 대책의 구체적 실현 방안을 넘긴 만큼 앞으로가 중요하다. 인수위 주요 인사들이 새 정부 내각과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라 이들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는 시작과 동시에 추경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부동산 정책도 공개할 것이다. 국민 경제 불안을 덜어줄 '예측 가능성'을 제시하지 못한 인수위가 아쉽다. 민생 대책을 완성해야 하는 새 정부에 다시 기대를 걸어본다. 그 한걸음 한걸음에 국민들의 고단한 삶이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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