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업계 2위사 한화생명이 오는 9월부터 갑상선암 등 유사암 보험금을 위암·폐암 등 일반암 대비 50%로 낮추기로 했습니다. 오는 10월에는 일반암 대비 20%로 다시 줄이기로 했죠. 이달 초부터 유사암 보험금을 내린 손해보험사들의 뒤를 따르고 있는 것이죠.
한화생명 관계자는 유사암 보험금 축소에 대해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손보사와 같은 이유인데요. ▷관련기사 : [보푸라기] 점점 줄어드는 유사암 보험금, '왜?'(8월6일) 보험업법과 모범규준에 따르면 질병의 진단금을 지급하는 보험상품의 경우 가입자의 치료비, 요양비, 통상적인 소득보장 지원 등을 목적으로 보장 한도를 설정토록 했죠.
보험금을 3000만원, 5000만원 식으로 무작정 늘리지 말라는 뜻인데, '왜'일까요? 보험금을 많이 주면 보험 가입자들에겐 분명 이득일텐데 말이죠.
금감원이 보험사들에 보낸 '경고장(공문)'에 답이 있습니다. 첫번째 이유는 '유사암 보험금이 실제 치료비나 소득보전 수준보다 높게 책정되면 관련 분쟁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겁니다. 고액의 보험금을 노린 보험 가입자가 유사암 가능성을 알리지 않고 보험에 들 확률이 높아진다는 거에요.
보험사는 일단 '팔고보자'는 식으로 무리한 상품을 판매하고 나중에 심사를 까다롭게 하는 방식으로 분쟁을 일으킬 수 있고 말이죠. 이렇게 모여든 가입자가 많아지면 향후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도 큰일이 됩니다.
두번째 이유는 '유사암이 일반암보다 상대적으로 진단이 용이하다'는 데 있습니다. 유사암 발병률이 높은 만큼 일부 보험 가입자들과 병의원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거죠. 완치율과 생존률이 높고 다른 암에 비해 치료비가 적게 드는데 일반암보다 큰 보험금을 줄 이유가 없다는 뜻도 되고요. 보험금이 크면 수반되는 보험료가 불어나기도 합니다.
금융당국이 무엇보다 걱정하는 건 '유사암 관련 손해율이 쌓여 보험사 재무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손해율은 가입자로부터 받은 보험료중 지급한 보험금 비중을 뜻하죠.
보험업계가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으로 연간 수조원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아실텐데요. 이런 위험요소를 하나라도 더 늘리지 말자는 취지죠.
한화생명이 유사암 보험금 축소에 먼저 나서면서 생보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무게가 쏠립니다. 손보사에 더해 이제는 생보사에서도 고액의 유사암 보험금을 받기 힘들어지는 것이죠.
보험업계 관계자는 "유사암처럼 판매량이 높고 도덕적 해이 요소가 높은 △기타 부정맥 △자동차사고부상(자부상) △교통사고처리지원금(교사처) 담보도 판매 제한될 소지가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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