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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는 내 물건이 세관을 통과했다

  • 2022.10.07(금) 07:37

"본 문자는 해외직구 목록통관건에 대해 전송하는 알림문자입니다. 귀하께서 목록제출하신 특송물품이 통관완료 되었습니다"

해외에서 물품을 구매한 사실이 없는데도 해외직구 물품이 세관을 통과했다는 알림문자를 받는 사람들이 늘었다. 개인통관고유부호를 도용당한 사람들이다.

서울에 사는 황모씨는 지난달 25일 '인천본부세관 특송통관국'이라는 이름의 발송자로부터 이와 같은 카카오톡 문자를 받았다. 품목을 보니 평소 사용하거나 주문한 적도 없는 향수였고, 실제 집으로 택배가 오지도 않았다.

해외직구 물품 세관 통관 문자/ 사진=이상원기자 lsw@

과거 직구를 위해 이용한 적이 있는 해외쇼핑몰에서 정보가 유출된 것이 아닌가 해서 로그인 활동과 구매흔적을 찾아봤지만 별다른 기록도 남아 있지 않았다.

발송자 정보는 대한민국 인천본부세관이 확실했다. 더욱 불안해진 마음에 관세청에 신고를 했지만, 조사나 처벌이 진행되지는 않았다. 단지 개인통관부호를 정지하거나 재발급받으라는 안내만 받았다. 

누가 내 개인통관고유부호를 훔쳤나

개인통관고유부호는 수출입을 하는 개인에게 부여하는 개인 식별 고유번호다. 

정보보호를 위해 주민번호 대신 임의로 지정되지만, 한 번 정해진 번호를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만큼 도용에 대한 피해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발급과정에서 주민번호는 물론 휴대전화번호와 주소지, 이메일 등도 입력하고 공인인증 등을 통한 본인인증까지 거쳐야 하기 때문에 도용시 정보유출에 대한 정신적 충격도 크다.

개인통관고유부호는 해외직구를 할 때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해외 쇼핑몰에서 직접 구매할 때에도 필요하고, 직구 대행업체를 통하더라도 개인통관고유부호를 입력해야만 구매가 진행된다.

자연스럽게 쇼핑몰이나 구매업체에서는 고객의 개인통관고유부호를 수집하게 되는데, 문제는 이렇게 수집된 타인의 개인통관고유부호를 도용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점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해외 판매자가 한국으로 물품을 발송하려면 개인통관고유부호가 필요한데, 이 부호가 없는 경우 다른 고객이 이미 입력해 놓은 부호를 도용해서 무작위로 입력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확인되고 있다.

관세청에 접수된 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 민원은 올 3월 1건에서 4월 28건, 5월 140건으로 늘었고, 6월(388건) 이후에는 월평균 300건 이상의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

한 번이라도 해외직구를 한 경험이 있다면 개인통관고유부호가 온라인상에 노출돼 있고, 이를 도용당하는 일이 충분히 가능한 구조다. 앞선 사례와 같이 본인이 구매하지 않은 물품에 대한 세관 통관안내 문자를 받는 상당수의 경우가 이런 무작위 도용의 피해자다.

단순히 통관만을 위해 도용하지 않고 탈세에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해외직구 대행업체들이 세금면제의 차익을 챙기기 위해 개인통관고유부호를 도용하는 사례다.

개인이 자가사용을 목적으로 수입하는 물품에 대해서는 150달러(미국은 200달러)까지 관세를 면제하는데, 개인통관부호를 도용하면 면세한도 이하의 물품을 다량으로 수입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관세청에서도 이미 인지하고 있지만, 민원이 급증한 최근에서야 대책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도용 처벌규정도 없어, 당장은 재발급이 최선

관세청은 지난 5일, 고객정보와 개인통관부호가 일치하는지를 자동으로 검증한 후에 구매가 진행되도록 하는 자동검증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다음달 시범운영 등을 거치면 내년 이후에나 본격적인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에 따른 처벌규정도 없다. 처벌규정 역시 연말에 관세법이 개정되어야만 시행이 가능하다.

관세청 관계자는 "개인통관부호 도용을 처벌할 수 있는 관세법 규정이 없는 상황"이라며 "경찰에 신고하더라도 개인통관부호 자체에 개인정보가 노출되지는 않기 때문에, 이것 만으로 수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세청 개인통관고유부호 발급 서비스 페이지/ 사진=관세청 홈페이지 갈무리

이에 따라 당장은 명의도용이 의심되는 경우 해당 개인통관고유부호의 사용정지를 요청하거나 새로운 부호로 재발급받는 것이 유일한 대응법이다.

관세청 홈페이지 개인통관고유부호발급 서비스에서 자신의 부호를 조회한 후 사용정지를 신청하거나 재발급을 받으면 기존에 도용된 부호는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관세청 관계자는 "중국오픈마켓 등 일부 해외쇼핑몰에서 개인통관고유부호의 도용사건이 발생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제도가 마련될 때까지는 당분간 개인통관고유부호 사용중지 및 재발급을 통해 도용을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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