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8개 은행 계열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에게 내부통제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주문했다. 내부통제 체계를 경영진에만 맡겨 놓으면 성과 우선주의 등으로 실효성이 떨어지기 쉬운 만큼 이사회의 역할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 원장은 다수 금융지주가 최고경영자(CEO) 교체기를 맞은 상황에서 CEO 선임의 '공정성·투명성'을 재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관련기사: [기자수첩]이복현 금감원장의 '현명한 판단'(11월12일)
이복현 원장은 1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KB·신한·우리·하나·NH농협·BNK·DGB·JB금융 등 8개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지도 기준을 마련해 은행 지배구조를 종합적으로 평가·감독하고 은행 이사회·경영진과 정기적으로 교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금감원장과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과의 간담회는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2년간 중단됐다가 재개됐다. 이 원장은 은행 지배구조의 핵심 축인 지주 이사회와 경영진이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구성·선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은행의 지배구조상 금융지주 이사회는 은행의 전략, 지배구조체계, 기업문화와 관련한 경영진의 행위 승인·감시 등 총괄적 책임을 진다. 이사회의 구성이 경영진 감시기능의 효율적 수행 및 건전하고 객관적 판단을 위해 개인적·집단적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게 이 원장의 강조점이다.
이 원장은 특히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유능한 경영진의 선임은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라며 "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말했다.
사외이사에 대해서도 "이사회의 다양성과 독립성 제고를 위해 특정 직군이나 그룹에 지나치게 편중되지 않게 구성하고, 특정 시기에 과도하게 겹치지 않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주요 금융 그룹 회장과 은행장들이 올 연말부터 줄줄이 임기 만료 시즌을 맞을 예정인 것 상황에서 전문성과 도덕성을 경영진 선임의 최우선 가치로 삼아달라고 이사회에 주문한 것이다.
이 원장은 고금리·고환율·고물가에 따른 금융시장의 충격이 대응하기 위한 전략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은행 지주 그룹이 위기 상황에서 충분한 손실 흡수능력과 유동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이사회가 대손충당금 적립, 자본관리, 자금조달·운용 측면에서의 위기 대응 전략을 꼼꼼하게 챙겨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사태 이후로도 거액의 횡령과 같은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것 관련해서도 이사회의 적극적인 역할도 주문했다.
이 원장은 "내부통제 체계를 경영진에만 맡기면 성과 우선주의 등으로 실효성이 떨어지기 쉽다"며 "올해 들어 금융권 전방에서 내부통제 미흡으로 인한 대형 금융사고가 많이 발생했는데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이사회 차원의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디지털화와 기후 변화라는 새로운 금융 환경에서 은행 지주 그룹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경영 전략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금융당국도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이사회와의 소통도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