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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주홍글씨 논란]②왜 '미운털'이 박혔을까

  • 2023.02.23(목) 06:09

코로나·고금리 등 서민 고통이 은행 수익 늘려
면피용 사회공헌 한계…규모 늘리고 다양화해야 

2020년 이후 서민 경제는 코로나19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조치는 불가피했지만 소비 위축 등을 가져왔고, 여전히 회복은 더디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등으로 전 세계적인 고물가 현상이 발생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긴축 정책이 펼쳐졌다. 가뜩이나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기도 여의치 않은데 금리마저 오르며 이자에 허덕여야 하는 이중고 상황에 빠졌다.

이와 달리 은행 실적은 날아올랐다. 대출자산 급증에 이어 이자이익이 개선되면서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지속했다. 

은행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이 확산되면서 은행의 사회공헌활동이 허울 뿐이라는 목소리도 커졌다. 서민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자)이 주된 수익원임에도 이를 사회에 환원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은행 스스로 사회적 역할에 소극적이었던 것이 결과로 돌아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고금리에 역대급 실적

국내 금융지주들은 은행을 중심으로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순이익은 13조8482억원으로 전년보다 17.2% 증가했다.

5대 시중은행 연도별 순이익/그래픽=비즈워치

은행들은 2020년 이후 대출자산이 빠르게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었고, 사업과 생계가 어려워진 소상공인·중소기업 등이 은행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도 코로나19 여파로 은행에서 돈을 빌린 소상공인·중소기업에 대해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 상환유예 등을 지원하는 등 금융 정책을 펼치면서 은행은 대출자산을 늘릴 수 있었다.

실제 5대 시중은행 원화대출 규모는 2019년 1140조552억원에서 2020년에는 1259조5672억원으로 10.5% 증가했고, 지난해말 기준으로는 1417조3754억원(전년대비 4.8% 증가)에 달했다. 다만 이 기간에는 코로나19 영향에 더해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 과열, 저금리 장기화로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현상도 벌어졌다. 이는 은행 대출자산을 늘리는데 적잖은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대출자산이 급증한 가운데 지난해에는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인상되기 시작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영향으로 전 세계적인 고물가 현상이 발생한 까닭이다. 

우리나라 역시 5% 이상의 고물가 행진이 이어졌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는 등 기준금리 인상 가속페달을 밟았다. 지난해에만 기준금리는 2.25%포인트 상승했고, 이는 자연스레 은행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졌다.

서민들 입장에선 늘어난 대출금에 더해 이자까지 급증했는데, 이는 은행 수익으로 이어져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된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상으로 올해 말 가계대출 이자부담은 69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가구로 보면 연간 이자 부담액은 약 132만원, 특히 취약차주(다중채무자이며 저소득자 등)는 330만원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5대 시중은행 원화대출 및 가계대출 잔액/그래픽=비즈워치

허울 뿐인 사회 환원

공적자금 투입과 은행은 국가에서 공적 역할도 포함한 허가업이라는 점, 여기에 은행 수익의 70% 이상이 서민들의 대출 이자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사회적 역할이 중요하다. ▷관련기사: [은행, 주홍글씨 논란]①'공공성'을 요구하는 이유(2월22일) 이에 은행연합회에선 매년 은행들의 사회공헌활동 내역을 공개한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보여주기 식에 그쳤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은행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확산 될 때마다 사회공헌 계획을 발표하며 무마하려 했다.

지난 15일 은행연합회가 "향후 3년간 10조원을 추가로 투입하는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시행한다"고 발표하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당장의 압박을 모면하기 위해 사회공헌책을 발표하는 것으로 회피해선 안된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실제 은행들이 가파른 실적 성장을 기록한 해에 오히려 전체 사회공헌 규모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권 사회공헌액 전체 규모는 2019년 1조1359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20년 1조929억원, 2021년 1조617억원으로 줄었다.

2021년도는 대출자산 증대에 힘입어 은행들이 최대 실적을 기록한 해다.(2022년 사회공헌 규모는 공개 전)5대 시중은행 순이익과 비교해도 사회공헌 규모는 9%에 불과, 전년보다 3%포인트 축소됐다.

연도별 은행 사회공헌 추진 규모/그래픽=비즈워치

이에 대해 2020년 이후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중은행의 활발한 대면 사회공헌활동에 제약이 생겨 소폭 위축됐다는 게 은행연합회 설명이다.

사회공헌활동 구성도 아쉽다. 전체 사회공헌 가운데 40% 이상은 서민금융이 차지하고 있다. 서민금융은 휴면예금이나 자기앞수표 등 은행 수익과는 직접적 연관이 없는 돈을 출연하거나 신용회복위원회, 서민금융진흥원 등에 분담금을 내는 형태로 지원하는 내용이다.   

이런 이유로 은행들이 실적 성장에 맞춰 사회공헌 비중을 확대하고 다양한 분야에 적극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은행들의 최대 실적은 고금리로 인한 서민 부담으로 발생한 것인 만큼 선제적으로 금융 소비자들의 실질 부담을 낮추는 게 중요하다"며 "취약차주와 다중채무자 등 한계가구는 선제적으로 채무조정 등을 단행하는 등 실적이 아닌 소비자 구제에 더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적 성장에 맞춰 사회공헌활동 비중도 늘릴 필요가 있다"며 "소비자들을 위한 금융환경 개선을 비롯해 청년 임대주택 공급 등 활동 영역 다양화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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