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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충격 올라' 진화나선 저축은행

  • 2023.03.14(화) 16:16

저축은행 연체율 상승…유동성 비율 '안정적' 강조
뱅크런 가능성은 낮아…PF 등 리스크 관리는 필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를 계기로 국내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고금리 영향으로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등에 고액의 수신이 급격히 늘어난 반면 연체율은 계속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경우 국내에서도 '뱅크런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에서는 SVB 사태가 제2금융권을 비롯한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건전성 관리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는 유동성 비율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안심리 차단에 나선 모습이다. 

=그래픽/비즈워치

 연체율 높아지는 저축은행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내 16위 은행인 SVB가 최근 유동성 위기로 결국 파산했다. SVB는 개인이나 가계보다는 주로 밴처캐피탈이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등으로부터 예금을 유치했다. 이렇게 유치한 예금을 스타트업 업체에 투자하거나 대출해 주는 은행이었다.

SVB는 작년 시작된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예금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채권 평가손실까지 발생해 유동성 위기에 봉착했다. 이어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SVB에서 예금을 대거 인출하면서 '뱅크런'이 발생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리를 올려 예금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시중 자금을 끌어모은 저축은행 등 2금융권 연체율이 최근 급증했고 부동산 경기 악화로 건전성 리스크에도 빨간 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거액 예금잔액 추이/그래픽=비즈워치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말 저축은행 거액 예금(5000만원 초과 예금) 잔액은 32조5000억원으로 금리 인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3분기 대비 3조8000억원 증가했다. 저축은행이 지난해 연 6%가 넘는 고금리 예·적금 상품을 시장에 내놓으며 시중 자금을 끌어모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저축은행 총수신(말잔 기준)은 2021년 12월 대비 17조7949억원 증가해 120조원을 넘어섰다. 저축은행 총수신 증가율(17.37%)은 같은 기간 은행의 총수신 증가율(4.76%) 대비 4배 수준이다. 이러한 고액 예금이 한 번에 급격하게 빠지게 되면 뱅크런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시중자금이 예금에 몰려있는데, 시장의 불안한 심리 때문에 한번에 고액 예금이 빠지게 되면 저축은행에서도 뱅크런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소비자들이 우려하는 마음은 알지만 그런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지표들은 계속해서 악화하는 모습이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3.0%로 전분기 대비 0.4%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2분기에 2.6% 수준이었던 연체율이 0.4%포인트 높아졌다. 연체금액도 3조4344억원으로 직전 분기(2조9772억원)와 비교해 4500억원 넘게 증가했다. 저축은행권 합산 연체액이 3조원을 넘은 것은 2016년 6월 이후 약 6년 만이다.

특히 은행 건전성 지표인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BIS 비율)도 낮아지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 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저축은행 79개사 평균 BIS 비율은 12.87%로 1년전인 14.61%보다 1.74%포인트 낮아졌다.

BIS 비율은 은행이 위험자산에 비해 자기자본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다. 빌려주고 회수하지 못한 자산을 은행 자체 자본으로 얼마나 커버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일반적으로 자본 적정성을 나타내는 BIS 비율은 8%를 기준으로 이보다 높을수록 안전하다고 평가된다. 금감원은 적정 BIS 비율을 7~8%로 정의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도 저축은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동산PF는 건물을 지을 때 시행사가 공사비를 조달하기 위해 이용하는 금융 기법을 말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분기 저축은행 업권의 부동산PF 전체 규모는 10조7000억원으로 지난해말 대비 8.5% 증가했다.

이중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 잔액은 약 3000억원, 연체율은 2.40%로 집계돼 증권사(연체 잔액 3638억원)에 이어 두번째로 많았다. 저축은행에 이어 캐피탈, 보험, 은행, 상호금융이 각각 2902억원, 1767억원, 115억원, 43억원을 기록했다.

저축은행 업계는 "문제없다"

금융소비자들의 우려에도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중앙회는 특히 별도자료를 통해 "저축은행들은 저축은행감독규정에서 정한 유동성 비율 100% 이상을 준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저축은행중앙회에서도 "SVB는 주로 벤처캐피탈이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로부터 자금을 유치했다면 국내 저축은행은 개인이나 기업 예금과 대출을 통한 예대마진으로 인해 이익을 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익구조부터 근본적인 차이가 있고 지난해말 기준 저축은행 업권 전체의 유동성 비율은 177.1%로 저축은행 감독규정에서 정한 100%를 넘은 안정적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중앙회는 "오히려 리스크 관리를 위해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금융소비자에게는 대출을 못 내주는 '컷오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대출을 줄여서라도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뱅크런 같은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라고 덧붙였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 유동성 비율은 '저축은행 감독규정 제40조 4'에 따라 3개월 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자산과 부채를 기준으로 100% 이상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동성 비율은 3개월 이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같은 기간 갚아야 하는 부채로 나눈 값이다.

외환 등 고유동성 자산을 거의 보유하지 않고 있어, 변동성이 높은 은행권의 1개월 대비 낮은 수준의 규제가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저축은행중앙회의 설명이다.

상호금융 관계자도 "각 기관마다 상환준비금이나 지급준비금으로 대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에서도 SVB 폐쇄에 따른 시스템 리스크 확산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하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이번 사태가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는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금감원 역시 국내 금융사들이 일시적 충격에 견딜 수 있는 상당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도 SVB 파산 사태는 국내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저축은행 연체율 상승과 SVB 파산 소식으로 인해 불안한 심리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뱅크런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채권금리가 급격하게 높아지면 PF대출로 인한 저축은행의 손실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필요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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