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과점체제를 개선하겠다는 금융당국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메기효과를 기대했던 인터넷전문은행은 대출과 예적금 시장에서 빠르게 영역을 확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시중은행과의 격차는 크다. 특화은행 도입 등도 미국 SVB(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여파로 여의치 않다.
이같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지방은행에 기대를 걸고 있다. 중소기업대출비중 일원화로 시중은행과의 영업규제도 균형을 맞춘 만큼 지방은행이 새로운 경쟁자로 등극하길 기대하고 있다.
다만 단기간에 지방은행이 변화를 가져가기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경제 불균형이 크고 지역 경제 침체가 회복되기 쉽지 않다.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을 위협할 수준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이유다.
대출규제 균형 맞췄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4월 회의에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에 차등 적용되고 있는 중소기업대출비율(중기비율)을 50%로 일원화하기로 의결했다. 이는 오는 7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그동안 시중은행은 신규 대출시 45%, 지방은행은 60%의 중기비율을 맞춰야 했다. 이로 인해 지방은행은 가계대출 증대 등 대출 자산을 다양화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 주요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원화대출 잔액은 가계대출 비중이 50%를 소폭 넘어서며 기업대출과 균형을 이루고 있다. 반면 지방은행은 기업대출 비중이 60%를 넘는다.
특히 시중은행과 같은 중기비율을 적용받게 되면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간 영업규제 격차는 사라졌다. 이번 한은 결정으로 지방은행은 중기비율이 이전보다 완화되면서 유연한 대출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게 될 것으로 금융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지방은행이 가계대출 시장에서 이전보다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게 된 만큼 가계대출 금리 경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강영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중기비율이 50%로 일원화되면서 지방은행 불이익이 해소됐다"며 "지방은행도 다양한 부분에서 경쟁을 통한 금리부담 경감 노력 등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중기비율을 맞추지 못하면 페널티가 있었는데 이전보다 비중이 완화된 만큼 여유가 생길 것으로 본다"며 "족쇄에서도 풀렸고 금융당국도 가계대출 분야 경쟁 촉진을 기대하고 있는 만큼 호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방은행, 시중은행 대항마 될까
금융당국이 지방은행 성장에 기대를 거는 것은 은행 경쟁 촉진 방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은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서비스 등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며 자산 성장을 꾀하고 있지만 여전히 격차는 크다. ▷관련기사: [시중은행 vs 인뱅]대출금리 싸움 본격화할까(5월29일)
또 논의 초반 거론됐던 특화은행 도입 등도 미국 SVB파산 사태 등의 부정적 기류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소영도 금융위 부위원장이 "신규 경쟁자 진입보다 기존 경쟁자 경쟁력 강화가 중요하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방은행 상황은 좋지 않다. BNK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 등은 올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7.1%, 2.1% 감소한 2568억원과 1634억원을 기록했다. DGB금융지주만 소폭(3.6%) 성장했다.
특히 연체율 등 재정건전성은 지방은행 모두 시중은행에 비해 빠르게 상승했다. 지방금융지주 3곳 모두 1분기 연체율은 1%에 육박한 상태다. 여기에 디지털 전환 등 시중은행이 주력하고 있는 분야 역시 뒤쳐진 게 사실이다. ▷관련기사: BNK·JB 뒷걸음질, DGB 전진…건전성은 모두 '노란불'(4월28일)
지방은행이 인센티브를 중심으로 한 특별법 제정 등을 건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기비율 완화에도 당장 시중은행을 위협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센티브를 중심으로 한 지방은행 육성 방안도 해답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출 운용에 있어 자율성이 개선되겠지만 중기비율 완화로 경쟁력이 큰 폭으로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방은행이 어려운 것은 수도권 중심 경제 구조로 지방 경제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는 게 근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의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금융 시장은 규모의 경제가 중요해 지방은행이 시중은행과 직접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지방은행이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은행 특성을 살린 관계형 금융 등 경쟁력 강화 방안을 스스로 마련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