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이 2등급에서 4등급으로 하향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독감이나 수족구병 등과 같은 4급 감염병이 되면 그동안 정부가 책임졌던 코로나 검사 관련 비용이 대부분 자부담으로 전환된다. 제2의 건강보험 역할을 하는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으로 부담이 전이된다는 얘기다. 보험업계가 코로나의 등급 하향을 반기지 못하는 이유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4등급으로 하향조정하는 내용을 담은 '질병관리청장이 지정하는 감염병의 종류 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고시는 오는 3일까지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확정될 예정이다
코로나19 감염병 등급 하향의 의미
적시 치료가 필요한 건강 취약계층 위주로 유전자증폭검사(PCR)는 정부 지원이 유지된다. 하지만 무료로 적용됐던 신속항원검사(RAT)에 대한 지원은 종료된다. 지금까지는 진찰비 약 5000원만 내면 신속항원검사는 따로 내지 않고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려 병의원을 찾으면 4만~5만원 정도의 의료비가 들게된다. 이렇게 되면 코로나 검사 관련 부담을 실손보험으로 해결하려는 금융소비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는 게 보험업계 예상이다.
실손보험은 상해 또는 질병으로 가입자가 실제 부담한 검사비, 진찰료, 입원·통원치료비 등 의료비를 보장해준다. 이에 따라 코로나도 건강보험 급여에 해당하는 비용 외에 실손보험 가입자가 내야 하는 검사비용이나 입·통원 치료비용을 보장받을 수 있다.
다만 특별한 의심증상 없이 자발적으로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또 결과가 음성이 나온다면 이때는 모든 비용을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의료진 권고도 없고, 치료 목적도 아니라 원칙적으로 실손보험 보장 대상이 아니라서다.
하지만 이마저도 대부분 실손보험으로 처리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검사 사유까지 드러나지 않는 진료 내역서로 보험금을 청구하면 이를 내주지 않을 수 없다"며 "서류를 하나하나 심사할 수도 없고 보험금 지급 거절로 늘어날 민원 많아질 것이 걱정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멍난 실손보험에 부담…재유행 심해지면?
지난 2020년 코로나 확산 초기 보험사들은 의료기관 착오로 발생한 검사비에 대해서도 보험금을 지급해줬다.
문제는 실손보험 손해율이다. 질병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18~24일 1주간 확진자 수는 총 27만1663명으로 일주일 평균 3만8809명이 확진, 4만명대를 육박했다. 여름철 재유행이 극심해지면 하루 최대 5만~6만명대까지 확진자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5월 코로나 감염병 등급이 기존 1급에서 2급으로 내려가면서 없어진 입원·시설 치료비 등 정부 지원 부담도 일부 실손보험으로 넘어왔다. 보험사들은 코로나 검사비가 본격적으로 청구되면 지난해 개선된 실손보험 손해율이 재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을 가입자가 납입한 보험료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지난해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117.2%였다. 가입자로부터 100만원의 보험료를 받아모아 보험금으로 117만2000원을 지급하고 있다는 의미다. 2019~2021년 130%대를 기록하다가 지난해 꽤 낮아졌다. 이는 실손보험료가 평균 14.2% 올라서였다는 게 보험업계 설명이다. 하지만 적자는 여전하다.
보험사 관계자는 "코로나 검사비와 더불어 앞으로 늘어날 의료 서비스 수요에 집중하고 있다"며 "일상회복 단계에서 산발적인 유행이 이어질 수 있고 겨울철 더 많은 확진자가 나올 수 있어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