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금리가 두달 이상 연 4%를 웃돌자 카드업계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여전채 금리가 올라가면서 카드사들의 자금조달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체 수신 기능이 없어 시장성 자금조달에 의존해야 하는 카드사들로선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카드사들의 조달금리 상승은 결국 소비자들에게 비용이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카드사들의 조달금리 상승으로 서민의 급전대출창구로 불리는 장·단기카드대출(카드론·현금서비스) 금리도 함께 상승하고 소비자 혜택 축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AA+ 등급 3년 만기 여전채 평균 금리는 연 4.806%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초 2%대 중반대까지 내렸던 여전채 금리는 지난해 레고 사태 등으로 6%를 돌파했다. 이후 시장이 안정되면서 지난해 4월 3%대까지 하락했지만 지난 5월을 기점으로 시장금리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다시 4%대로 올라섰다. 그 결과 조달 비용이 다시 상승하며 카드사들의 발행 금리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카드사는 은행과 달리 자체 수신 기능이 없어 카드론(장기카드대출) 등 대출 사업에 필요한 자금 60~70%를 여전채로 조달한다. 조달금리 상승은 카드사의 수익성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통상 조달금리 상승으로 비용 부담이 늘면 카드론·현금서비스와 같은 대출금리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여전채 금리 상승은 카드사들에 이자 비용 부담으로 이어져 이를 보충하기 위해 대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7개 전업카드사(신한·KB·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의 지난 8월 카드론 평균 금리는 12.49~15.06%로 상단이 15%를 넘어섰다. 현금서비스 평균 금리는 연 17.46%로 금리 상단은 18%를 돌파했다. 신용점수가 900점을 초과하는 고신용자의 카드론 평균금리조차 11.74%로 한 달 전(11.70%)에 비해 상승했다.
문제는 여전채 금리는 최소 올해 하반기까지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고금리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최근 당국이 은행채 발행 한도를 폐지했기 때문이다. 은행채 한도가 해제되면 여전채보다 신용도가 월등히 높고 우량한 은행채에 수요가 집중되면서 카드·캐피탈사들은 더 높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하게 된다. 올 4분기 만기도래하는 은행채 물량만 약 46조원에 이르는 상황이다.
이런 카드사들의 조달 금리 상승에 대한 피해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카드대출을 이용하는 취약 차주의 부담이 늘어나고 카드사들이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소비자 혜택을 축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여전채 금리가 급등하자 카드사들은 대출 금리를 올리고 자동차 할부 혜택과 무이자 할부 혜택을 줄이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바 있다. ▷차 할부금리 올리고 무이자 없애고…카드사 '비명'(12월22일)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카드사들 조달 금리가 상승하면서 카드론 등 할부금융 금리가 높아지고 있고 카드사들이 조달 비용 증가분을 메꾸기 위해 소비자 혜택에 대한 비용 절감 니즈가 커졌다"며 "통상 미국금리와 우리나라 채권시장은 연동성이 높은데, 미국 금리가 5%대를 넘겼고 앞으로도 고금리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여전채 금리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전채 금리가 카드론 금리에 반영되기까지 통상 1~3개월가량이 소요되는데, 조달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카드사들이 상승한 조달 금리로 신규 취급할 것으로 예상해 향후 취급하는 카드론 등 대출금리에 상승분만큼 선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