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테니스장에 수십억 지원한 동양생명, 이유는?

  • 2023.10.24(화) 14:31

운영자 입찰 권한 없어, 사업자 내세워 우회 입찰
광고비 등 수십억 지원, 사실상 운영자 역할 판단

동양생명이 헬스케어 사업을 명목으로 사업비를 규정에 어긋나게 집행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사업을 추진한다며 테니스장을 사실상 우회 인수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이 금융감독원의 판단이다.

금감원은 대표이사(CEO)를 포함한 임원을 배임 혐의로 고발하는 안을 검토중이다.

금감원이 24일 발표한 현장검사 결과 동양생명은 지난해 10월 장충 테니스장 운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스포츠시설 운영업체 B사를 입찰에 참여토록 했다. 장충 테니스장 운영자 입찰은 테니스장 운영 실적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후 B사가 서울시에서 장충 테니스장을 3년 분할, 26억6000만원으로 낙찰 받자 동양생명은 해당 운영업체와 그해 12월 광고 계약을 체결했다. 기본 광고비 명목으로 연간 9억원, 3년간 총 27억원을 전액 보전하고, 1년차분 9억원을 지난해 스포츠시설 운영업체 B사에 지급했다.

여기에 테니스장 시설 보수 공사비용 9억원을 추가 광고비 명목으로 지급했다. 또 테니스장 운영을 위한 인건비와 관리비를 광고 대행 수수료 명목으로 1억6000만원을 건넸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스포츠시설 운영업체 B사에 집행한 돈이 19억6000만원이다.

금감원은 동양생명의 이런 광고비 집행을 기반으로 장충 테니스장의 실질적 운영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외적으로 테니스를 활용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지원하는 광고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처리하고, 내부적으로는 장충 테니스장의 '시설 운영 기획 및 지시' 등 실질적인 운영권자 역할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장충테니스장 운영자 선정 입찰 공고상 최근 5년 이내 테니스장 운영 실적이 있는 자만 입찰 참여가 가능하고, 낙찰자는 '제3자에게 운영권 일부 또는 전부의 전대'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감원은 동양생명과 스포츠시설 운영업체 B사가 체결한 계약서상 '기본 광고비'는 장충 테니스장 사용료로, '추가 광고비'는 시설개선공사비, '광고프로모션비'는 위탁운영비, '광고대행수수료'는 운영관리비로 각각 집행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생보사가 직접 운영이 불가능한 테니스장에 대해 이를 활용한 헬스케어 서비스의 일환으로 홍보하면서 실질적인 운영권을 행사하고 있었다"면서 "테니스장 입찰 금액 등 소요 비용이 상당한 고가임에도 합리적인 검토없이 이를 전액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장충테니스장의 직전 낙찰가는 3억7000만원이었으며, 제안 입찰가 역시 최저 입찰가 6억4000만원 대비 4.1~7.1배 높았다. 이는 스포츠시설 운영업체 B사가 처음 제안한 금액 21억원보다도 5억6000만원 높았다.

여기에 테니스장에 광고물 설치후 적법성 의혹이 제기되자 대부분 광고물을 철거했음에도 기본 광고비 조정 등 별도의 사후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현재까지 방치하고 있었다. 테니스장 사용 실적에 대한 사후관리도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동양생명이 장충 테니스장 관련 계약을 체결하고 사업비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저우궈단 CEO를 포함한 임원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보고, 배임 혐의로 수사기관에 통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동양생명은 임원 해외 출장비를 집행하고도 업무 관련성을 입증할 수 있는 문서, 비용 집행 정산서 등을 일체 보관하지 않은 점이 금감원 검사 결과 드러났다.

금감원은 "테니스장 관련 계약체결 및 사업비 집행 과정에서 나타난 위규 행위에 대해 관련 검사·제재 규정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면서 "해당 과정에서 임직원이 회사에 끼친 손해에 대해선 내부 심사 등을 거쳐 관련 법규에 따라 필요시 수사기관 등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동양생명은 "테니스장 계약은 스포츠라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통해 신규 고객 확보, 마케팅·사회공헌 효과 제고를 목표로 진행된 사안"이라며 "최종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향후 진행되는 절차와 관련해 성실히 협조하고 당사의 입장을 소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