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당국 눈총에…5대 은행, 홍콩H지수 ELS 판매 중단

  • 2023.12.01(금) 16:21

신한 우리에 이어…국민·하나·농협도 중단
금융 당국 연일 은행권에 강도 높은 비판

내년 상반기 홍콩H지수 주가연계지수(ELS) 상품의 3조원대의 원금 손실이 예상되며 파장이 일자 5대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판매 중단에 나섰다.

이미 지난해부터 판매를 중단한 신한·우리에 이어 NH농협은행,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판매를 중단한 것이다. 금융 당국이 홍콩H지수 흐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ELS(주가연계증권)에 대해 판매사인 은행의 책임을 묻는 기류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문제가 되는 것은 2021년 판매된 홍콩H지수 ELS 상품으로 이제 와서 관련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만기 손실 우려에…5대 시중은행 일제히 판매 중단 

5대 시중은행 홍콩H지수 ELS 만기 도래 규모 /그래픽=비즈워치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오는 4일부터 홍콩H지수 기초 주거연계펀드(ELF)·주가연계신탁(ELT) 상품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홍콩H지수가 예상치 못한 하락을 지속해 역사적 저점을 형성하면서 기존에 판매한 홍콩H지수 편입 ELT·ELF 만기 손실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현재 상황을 종합 점검하고 향후 판매 방향을 정하기 위해 홍콩H지수 편입 ELT·ELF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국민은행도 홍콩H지수 ELS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손실 가능성이 커진 홍콩H지수 편입 ELS 상품 판매를 오늘부터 중단했다"며 "다만 홍콩 H지수를 제외한 다른 지수들은 박스권에서 흐름을 보이고, 소비자의 선택권도 보장하기 위해 홍콩H지수가 편입된 ELS 상품 판매만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신한은행은 지난해부터 홍콩H지수 편입 ELS 판매를 중단했다. NH농협은행 또한 지난 10월부터 홍콩H지수 관련 ELS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은행들은 ELS를 사모·공모를 통해 ELF와 ELT 형태로 판매하는데, 최근 홍콩H지수 급락으로 홍콩H지수 편입 ELS에서 원금손실이 발생하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ELS는 파생상품의 일종으로 기초자산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와 연계돼 수익률이 정해지는 증권이다. 만기시까지 가격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 수익이 발생한다. 하지만 '녹인(Knock In·원금손실 발생 구간)'에 진입하고 만기시 최종 가격이 일정 이하가 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이중 홍콩 H지수는 홍콩에 상장된 중국기업 주가로 구성됐는데, 2021년 1월 1만2000대로 고점을 찍은 뒤 최근 3년새 5000대로 폭락했다. 이에 따라 2021년쯤 은행을 통해 관련 ELS 상품에 가입했던 이들은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면서 대규모 손실을 봐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에 대해 조현수 우리은행 TEC강남센터 지점장은 "홍콩H지수의 경우 2년 6개월전 고점을 찍고 계속 녹인베리어(손실 기준선) 밑으로 흘러내리는 바람에 6개월 단위로 돌아오는 상품의 경우 하단 베리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 상태로 계속 가게 된다면 내년 상반기 물량은 전부 (원금)손실"이라고 설명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S중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판매 잔액은 총 8조4100억원 규모다. 금융권에선 상품 구조와 현재 주가 수준을 고려하면 3조~4조원대 원금 손실이 예상된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이 4조7726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NH농협은행(1조4833억원) △신한은행(1조3766억원) △하나은행(7526억원) △우리은행(249억원) 순이었다.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비판 탓?…"지금은 오히려 문제없어"

금융당국에서는 ELS 상품을 판매한 은행권에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9일 "H지수는 2016년에도 불과 몇개월 만에 49.3% 폭락한 전례가 있고 중국 부동산 시장 사이클에 따라 급락을 해왔던 기초지수인 점에 비춰보면 그로부터 몇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판매사가) 과연 제대로 설명하고 투자를 권유한 건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고위험·고난도 상품이 다른 곳도 아닌 은행 창구에서 고령자들에게 특정 시기에 몰려서 판매됐다는 것만으로 적합성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구심을 품게 된다"며 "설명 여부를 떠나서 권유 자체가 적정했는지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또한 이날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은행 직원들조차 어떤 상품인지 이해하지 못했던 경우가 상당하다"면서 "ELS는 매우 위험한 상품으로 일반적으로 80~90%의 확률로 정기예금보다 (수익률이) 더 나오지만, 10~20%의 확률로는 완전히 망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연일 금융당국 수장의 비판에 홍콩H지수 흐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ELS(주가연계증권)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들에 대한 금감원의 전수 조사까지 예고되자 은행들이 발 빠르게 판매 중단에 나선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은행들이 판매를 중지한다는 것은 금융당국의 입김 때문"이라면서 "아울러 은행들도 내년 1월부터 만기가 도래될 때마다 논란이 될 텐데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제 와서 판매 중단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한다. 조 팀장은 "문제가 되는 물량은 올해 상반기 만기가 다가오는 상품들로 이제 와서 판매를 중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지금 지수가 저점 수준으로 떨어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오히려 판매해야 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홍콩H지수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성연주 신영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홍콩 은행간 금리(HIBOR)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단기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중국 정부 재정정책 확대 및 미국 금리 하락세 등 영향으로 추가 상승 가능성은 유효하다"고 했다.

전종규 삼성증권 애널리스트 또한 "중국 정부의 정책 대응이 강화되면서 시스템 리스크 전염 가능성이 차단되고 내년 8월을 저점으로 경기지표의 바닥 통과 가능성이 높아진 점은 긍정적이기 때문에 홍콩H지수가 향후 6개월에 걸쳐 5500~7500대 밴드에서 등락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홍콩H지수의 6000대 안착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