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대한 사회공헌 요구가 커지면서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료 인하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자동차보험료를 내리는 것만큼 생색내기 좋은 게 없거든요. 누구나 들어야 하는 의무보험이라 서민 주머니 사정에 기여하는 바가 크고요. 지난 2021년부터 코로나19 확산과 교통법규 강화 등으로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 보험금 비율)이 개선돼 흑자를 내기 시작했거든요.
자동차보험은 손해율 82~84%를 손익분기점으로 보는데요.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빅4'의 올 10월까지 평균 손해율은 78.4%로 전년동기(80.5%)보다 2.1%포인트 하락했죠.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실손의료보험보다 사정이 나은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통해 금융당국 보조 맞추기에 나선 겁니다.(실손보험료의 경우 내년 평균 1.5% 인상키로 했어요.)
손보사들은 지난해(연 1.2~1.4%), 올해(연 2.0~2.1%)에 이어 내년까지 3년 연속 자동차보험료를 내릴 전망입니다. 이미 빅4 대형사들은 내년 2월 중순부터 개인용 차보험료를 연 2.5~2.6% 인하키로 했고요.▷관련기사 : DB손보, 내년 개인용 자동차보험료 2.5% 인하(12월19일) 중형사인 메리츠화재는 연 3% 인하를 선언해 소비자 선택에 따라 보험료 절감효과가 더 커질 전망입니다.
"차보험 요율인하…현대해상 가장 민감"
이런 상황에서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가 낸 '자동차보험 요율 인하 영향 분석' 보고서가 업계 눈길을 끌었습니다. 차보험 요율 인하에 가장 민감한 보험사가 어디일지 추산해 본 거죠. 보고서를 쓴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현대해상'을 꼽았죠. "전체 보험손익(보험사가 받은 보험료에서 보험금 지출, 사업비 등을 제외한 것) 중 자동차보험 손익 비중이 가장 높기 때문"이란 게 주된 근거였습니다.
실제 올 3분기 주요 손보사의 실적 공시를 찾아봤어요. 현대해상의 경우 올해 3분기 누적 전체 보험손익이 7544억원이었는데요. 이 중 자동차보험이 2071억원으로 27.5%의 비중을 차지했죠. 삼성화재 14.0%, DB손보 21.1% 등 다른 대형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긴 하더군요.
문제는 또 있습니다. 손보시장은 크게 일반·장기·자동차보험으로 나뉘는데요. 이 가운데 현대해상이 자동차보험에서만 전년동기대비 손익 증가(6.4%)를 이뤘다는 겁니다.
일반보험 손익(712억원)과 장기보험 손익(4761억원)은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18.7%, 23.7%나 감소했어요. 그 결과 전체 보험손익도 16.7% 빠졌고요. 업계 선두사 삼성화재가 일반·장기보험 손익에서 20%대, 자동차보험에서 5%대 성장한 것과 대비됩니다.
내년 정비수가 3.5% 인상 '악재'
한때 라이벌이었지만 이젠 형님 격인 DB손보와 비교해 볼까요. DB손보의 3분기 누적 전체 보험손익(1조2897억원)도 현대해상과 같이 전년 대비 3.7% 감소했어요. 하지만 이는 일반보험(351억원)에서 일회성 악재로 손실(-833.8%)을 본 게 컸습니다. 평년 수준이었다면 달랐을 거란 얘기죠. 전체 보험손익 규모만 봐도 현대해상의 약 1.8배였고요.▷관련기사 : [인사이드 스토리]실적 '삐끗' DB손보, 영업에 '올인'?(11월22일)
이와 동시에 손보업계는 자동차 정비업계와 내년 정비수가를 3.5% 인상키로 합의했습니다. 정비수가는 손보사가 사고 차량을 수리한 정비업체에 지급하는 공임(정비업자가 차량을 수리한 뒤 받는 대가)인데요. 정비수가가 높을수록 보험사가 지급하는 돈이 많아져 차보험 이익을 줄이죠. 자동차 보험금 중 수리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으로 추산되는데, 이 중에서도 약 30%를 공임비라고 보시면 돼요.
임희연 수석연구원은 "차보험 요율 인하와 정비수가 인상은 하반기로 갈수록 인하 효과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점진적인 자동차보험 손익 축소가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차 보험 수익이 절실한 현대해상에 향후 더 촘촘한 방어 전략이 요구된다는 게 업계의 시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