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가 바뀐 회계기준(IFRS17) 덕에 올 3분기 누적 기준 역대 최대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올 3분기부터 금융당국의 보수적인 IFRS17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며 손보해사험들의 실적 거품이 걷힐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지만, 삼성화재에는 생각보다 파장이 크지 않았다. 보장성·장기보험의 실적 개선을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보험계약마진(CSM) 창출이 뒷받침된 데 따른 것이다.
은행권을 중심으로 시작된 '상생금융 시즌2'가 보험업계로 확산하면서 손보사들은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과 상생금융을 연결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정적인 손익을 거둔 선두 삼성화재가 결국 인하 신호탄을 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분기 누적 실적 '고공행진'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날 삼성화재는 기업설명회(IR)를 통해 올해 3분기 지배기업소유주 지분 순이익이 4295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채권 교체매매에 따른 평가손실 1500억원이 반영되며 직전인 올 2분기 6023억원보다는 28.9% 감소했다.
다만 지난해 3분기 3398억원과 비교하면 26.0% 늘었다. 3분기 누계 순이익은 1조6433억원이다. 역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7% 증가했다. 누적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이자, 2위로 올라온 메리츠화재(1조3353억원)를 3080억원 차이로 앞질렀다.
새 회계기준의 주요 수익성 지표인 CSM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영업 전략을 개선한 게 호실적의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CSM은 보험계약을 통해 미래에 발생할 이익의 현재 가치를 말한다. CSM이 커지면 순익도 늘어나는 구조다.
앞서 업계에서는 실손보험 손해율,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등을 가정할 때 사용할 금융감독원 IFRS17 가이드라인이 올 3분기부터 적용되면서 실손보험을 많이 보유한 손보사들의 CSM 실적이 크게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관련기사 : [인사이드 스토리]②금융당국 '보수적' 지침, 보험사 지표 '흔들'(6월10일)
삼성화재도 계리적 가정 변경액이 반영되면서 실손보험 관련 CMS이 올 3분기 1430억원 감소했다. 다만 이를 실제 당기손익에 반영했을 때 100억원 마이너스(-)에 그쳤다.
삼성화재의 3분기 신계약 CSM이 1조1642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52.3%, 전년동기대비 108.6% 폭증하면서 실손보험 CSM 감소분을 상쇄했기 때문이다.
어린이보험 및 간병보험 제도 변경 이벤트로 3분기 월납 환산(월평균) 신계약 장기 보험료가 17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2.8% 증가한 영향이 컸다. 이에 따른 기말 CSM은 13조259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대비 49.4% 급증한 수치로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바뀐 회계 CSM이 없앤 '어른이보험'(7월20일)
자동차보험료 인하 신호탄 쏘나
실적에 따른 상생금융 압박도 커질 전망이다. 특히 손보사들과 금융당국은 여론의 관심이 높은 자동차보험료 인하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보사들은 올해 상반기까지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5559억원의 이익을 냈다. 삼성화재의 올 3분기 자동차보험 누적 손익은 243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2306억원보다 5.7% 증가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올 3분기 누적 78.1%로 지난해(78.7%)보다 0.6%포인트 소폭 개선됐고 3분기에는 81.7%로 지난해 3분기(83.3%)보다 1.6%포인트 하락했다.
그동안 자동차보험료 인하는 특정 손보사가 보험료를 내리면 여력이 있는 보험사들이 따라가는 방식으로 흘러갔다. 올해 자동차보험료 인하 결정은 KB손해보험이 먼저 했지만 내년엔 호실적을 낸 선두사 삼성화재가 총대를 멜 것으로 업계는 관측한다.
보험료 인하율을 어느선에 맞출지가 관건인데, 1.5~2.0% 내외가 유력하다는 게 중론이다. 보험사들은 지난해 4월 차보험료를 평균 1.2~1.4% 수준으로 인하했다. 올해도 지난 2월 평균 2%대 수준에서 보험료를 낮췄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4월 1.2%, 올해 2월 2.1% 각각 자동차보험료를 내린 바 있다. 내년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자동차보험 요율 인하폭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삼성화재 자동차보험 전략팀장인 이상혁 상무는 실적발표 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금융당국이 업계 간담회에서 빠른 시일 내에 올해보다 높은 수준의 보험료 인하를 요청했다"면서도 "중소형 손보사는 차보험에서 적자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각사의 인하 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