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에서 5500억원대 흑자를 내면서 차 보험료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커질 전망이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이동량이 증가하면서 지난해 상반기 대비 손해율(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급 비율)이 올라 흑자 규모는 줄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안정적인 수준이라 하반기 손해율 상승을 고려하더라도 3년 연속 흑자 달성이 무난해 보인다.
자동차보험 실적 개선세로 추가 보험료 인하 여력이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하지만 손보사들이 잇단 보험료 인하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고 있는 데다 1년에 2번 인하한 전례가 없어 연내 추가 인하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12개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영업손익은 전년동기 6265억원 대비 706억원, 11.2% 감소한 5559억원으로 집계됐다.
자동차보험 가입 대수가 증가하면서 올 상반기 거둔 원수보험료(매출)가 10조638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654억원, 2.6% 증가했지만 손실을 모두 감당하지는 못했다. 올초 차 보험료 인하와 함께 엔데믹 이후 이동량 증가로 사고율 올라가면서 지급보험금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손보사들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중인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올 상반기 78%로 전년동기 77.1%보다 0.9%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금감원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의 손해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2020년 상반기 84.5%에서 2021년 79.4%, 2022년 77.1%로 개선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감원은 "하반기 손해율이 상반기처럼 안정적으로 유지될 경우 영업실적을 기초로 해 보험료 조정, 보상 기준 합리화 등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80%를 밑돌면 손보사가 이익을 보는 구조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보험료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뜻이다.
실제 전년동기대비 손익은 줄었지만 손보사들은 상반기 기준 2021년(4137억원)부터 3년 연속 차 보험에서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전체적으로도 지난 6월부터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이어졌지만 양호한 손해율이 계속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시장의 약 85%를 차지하고 있는 이른바 '빅4' 손보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들의 올해 7월까지 누적 평균 손해율은 약 77.3%를 기록했다.
손보사들이 올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거둔 상황에서 사회공헌에 상대적으로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 향후 보험료 인하 압박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관련기사 : 손보 빅5 상반기 순익 4조원 돌파…하반기엔?(8월15일)·상생금융 '모르쇠' 보험사들…지갑은 '두툼'(8월22일)
다만 자동차보험료 연내 추가 인하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자동차보험 계약갱신 시점이 1년 주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올초 인하된 보험료 인하 효과가 아직 실적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또 1년에 두차례 차 보험료를 내린 적이 없었던 만큼 전례를 남기는 것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손보사들은 지난해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1.2~1.3%가량 내린 데 이어 올해도 약 2.0~2.5% 인하한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 역시 "올해 남은 3~4개월 내 자동차보험료를 추가로 내리기엔 요율검증 등 프로세스상 어려운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보험사들은 연내 두차례 자동차 보험료 인하는 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초 3년 연속 보험료 인하를 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손보사 한 관계자는 "내년 예정된 4월 총선 정국에 맞물려 연말부터 자동차보험료 인하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