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 내용이 기대치를 밑돌면서 모처럼 활짝 웃었던 은행(금융지주)주도 일제히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이 내놓은 이번 정책에 은행주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킬러 콘텐츠'가 전무하다며 쓴소리를 내놓고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른 주가 상승 기대감이 줄어들면서 은행주에 대한 관심은 또다시 주주환원율과 실적으로 옮겨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 내용을 발표한 이후 신한지주(-4.50%), KB금융(-5.02%), 하나금융지주(-5.94%), 우리금융지주(-1.94%) 등 은행주들이 전 거래일 대비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은행주는 지난달 1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처음 거론된 이후 저PBR주로 주목받으면서 꾸준히 상승했다.
실제 주요 금융지주 7곳과 카카오뱅크, 제주은행 등이 포함된 KRX은행 지수는 한 달 전인 1월 26일 688.10에서 오름세를 지속하면서 지난 23일 799.68까지 16.21% 상승했다.
그러나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 내용 발표 당일 은행주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조정 성격과 더불어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실망감이 은행주 하락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첫 발표인 만큼 상법 개정안 등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높았던 내용을 담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그간 주식 상승을 이끌어 왔던 기대감에 호응할 만한 '킬러 컨텐츠'가 전무했다는 설명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패널티 없이 인센티브을 주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도 한계로 거론된다. 금융당국은 PBR이나 PER, ROE 등의 투자지표를 공개해 줄세우기 하는 방식의 자율 개선 유도 방안을 거론했지만, 그간 주주환원 확대에도 움직이지 않았던 은행주를 움직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금융사 한 관계자는 "킬러콘텐츠가 한두 가지라도 있어야 할텐데 너무 약하거나 구체성이 없는 방안이 대부분"이라며 "성적표를 붙여 놓을 테니 공부 열심히 해서 전체 성적을 올려 보자는 것인데 기업 입장에서는 전혀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면서 결국 과거와 마찬가지로 은행주의 순익이나 주주환원율 등에 기초한 주가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금융지주들이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계없이 지속해서 주주환원율을 확대하겠다고 밝혀 왔고, 이익 개선 기대감도 있다"라며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조정이 불가피했던 부분이 있고, 은행주 배당락 등으로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약해질 가능성이 있지만 재차 상승할 여력은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