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앞두고 금융권에서 '사업자대출'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모습이다.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후보가 새마을금고에서 사업자대출을 받아 주택구입에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는 가운데, 기업대출의 문턱을 낮춘 것이 이러한 '편법'의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지난 1일 오전 양문석 후보에게 편법대출을 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대구 수성새마을금고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집행된 대출이 원래 목적대로 사용되지 않았을 경우 이를 전액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권·정치권 불지핀 양문석 후보 대출, 핵심은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후보는 지난 2020년 서울 서초구 잠원동 소재 아파트를 약 31억원에 구매했다. 아파트 구매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최초에 대부업체로부터 자금을 조달했다. 이듬해 대구 수성새마을금고에서 대출을 받아 대부업체로부터 받은 대출을 상환했다.
그런데 대구 수성새마을금고로부터 받은 대출에서 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양 후보의 장녀가 해당 금고로부터 사업자대출 명목으로 11억원 가량을 대출 받았고 해당 대출로 최초 대부업체로부터 받은 대출상환과 추가 중도금 납부 등에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대출' 자체가 필요한 곳에 제대로 쓰였는지 여부와 대출이 적법한 심사를 거쳐 집행됐는가다.
논란이 되는 대구 수성새마을금고에서 내어준 대출 명목은 '사업자대출' 이었다. 소상공인 등의 사업 운전자금으로 쓰이는 것이 원칙이다. 금융회사 대출 실행 이후 대출 목적에 맞도록 자금이 사용됐는지를 사후에 검사한다.
문제는 양 후보가 이렇게 받은 사업자대출을 사실상 주택자금용도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는 대출이 목적에 알맞게 사용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게다가 양 후보가 해당 주택을 구매했을 당시는 정부가 매우 강력한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하던 시기였다. 당시 정부는 9억원이 넘는 초고가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원천 금지했을 시기였다.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함이다. 즉 양 후보는 이같은 규제를 사업자대출을 받는 방식으로 회피했다는 지적이다.
또 하나는 대출이 심사를 거치는 과정을 양 후보가 '방해' 했느냐다.
해당 대출은 양 후보의 21살 대학생 장녀 명의로 집행됐다. 양 후보의 장녀는 사업자등록을 한 이후 대출을 받았으나 대출 실행이 된 6개월 이후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대출을 내어준 대구 수성새마을금고에 허위 서류를 제출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은행 여신 부서 관계자는 "양 후보가 해당 주택을 자녀에게 담보제공을 했고 양 후보의 자녀는 사업자대출을 받으면서 해당 담보를 설정했기 때문에 거액의 대출이 원칙상으로는 집행될 수 있다"라면서도 "다만 사업자 대출이 그 목적에 맞도록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고 금융회사에 이를 허위로 입증했다는 정황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불법으로 보는 당국, 아니라는 양문석
일단 새마을금고는 주무부처가 행정안전부인 만큼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에 한 발 물러서 있는 모습이다. 다만 이러한 대출관행을 금융당국은 위법하다고 보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이번 새마을금고 대출의혹은 새마을금고중앙회가 현장검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고 이후 검사 내용을 행정안전부 등을 통해 전달받을 예정"이라며 "이러한 대출을 현재 위법한 불법 영업행위로 보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일부 저축은행들이 자행한 일부 대출에 대해 중징계를 의결했던 것은 금융당국의 입장을 대표한다. 지난해 금감원은 일부 저축은행들이 개인차주를 사업자로 둔갑시켜 사업자대출을 내어줬고 이 차주들은 이를 주택담보대출 상환 등에 사용했다고 봤다. 아울러 금감원은 이를 '작업대출'로 보고 위법한 행위라고 본 바 있다.
일단 양 후보는 '위법'은 아니고 '편법' 이었다는 입장이다. 양 후보는 자신의 SNS에 "해당 대출은 새마을금고에서 방법을 제안해서 이뤄졌다"라며 "편법인 줄 알면서도 업계의 관행이라는 말에 경계심을 무너뜨렸다"라고 말했다.
문턱 낮춘 사업자대출이 일 키웠나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정부는 개인 사업자대출의 문턱을 낮췄다. 민간 금융회사에게도 '기업대출' 강화를 외치며 사업자대출 취급에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주문했다.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비 올때 우산을 뺏지 말라'는 취지였다.
정부의 의도와는 다른 상황도 연출됐다. 사업자대출이 쉽게 나오다보니 위법 혹은 편법 대출 사례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은 물론 제2금융권에서도 가계대출 영업이 힘들다보니 사업자대출을 크게 늘리는 것을 넘어 매우 공격적으로 영업을 한 것이 맞다"며 "특히 제2금융권은 규모가 작아 생존을 위해 위법 혹은 편법 등이 다수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취급 시점 뿐만 아니라 사후관리 또한 중요하게 보고 있기 때문에 파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