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올해 1분기 리딩금융그룹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마냥 '샴페인'을 터트리기는 어려운 모습이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금액이 라이벌 KB금융지주의 4분의 1수준이었던 점이 1등에 오른 핵심 비결이었던 데다 일부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이 정체하는 모습을 보여서다.
26일 신한금융지주는 연결재무재표 기준 올해 1분기 순이익이 1조321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4.8% 줄어든 것이다.
홍콩 ELS 배상애 울고 웃었다
올해 1분기 신한금융지주는 '장사'는 잘했다. 핵심 영업 부문인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이 모두 늘어났다.
올해 1분기 신한금융지주의 이자이익은 2조8159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2조5738억원보다 9.4% 늘었다. 비이자이익은 1조25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1분기 대비 3.2%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비아지이익 '1조원' 시대도 열었다.
지난해 미래 부실에 대비하기 위해 충당금을 대규모 적립한 탓에 올해는 충당금 적립 부담도 다소 덜었다. 올해 1분기 신한금융지주가 쌓은 충당금 전입액은 3779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4610억원에 비해 18% 줄었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은행의 기업대출 중심으로 한 자산 성장 및 마진 개선에 따라 이자이익이 늘었고 카드, 증권, 보험사등 그룹사의 수수료이익 증가에 기반해 비이자이익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이익이 줄어든 것은 홍콩 ESL 배상금액 2740억원을 충당부채로 반영하면서다.
홍콩 ELS 배상은 1분기 실적이 꺾이는 요인이 되기도 했지만 '리딩금융그룹' 타이틀을 따내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맞수 KB금융지주는 홍콩 ELS 배상금액으로 8620억원을 책정했다. 신한금융지주의 3배에 달한다.
홍콩 ELS 배상금액을 제외한 경상이익이 두 금융지주 모두 1조5900억원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홍콩 ELS가 두 금융회사의 희비를 가른 셈이다.
희비갈린 계열사들
계열사별 순익을 보면 '맞형' 신한은행은 올해 1분기 9286억원의 순익을 기록, 그룹에 이어 '리딩뱅크' 타이틀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1분기 9315억원과 비교해 2.9% 줄어들긴 했지만 홍콩 ELS 배상금액으로 인한 충당부채가 대부분 은행에서 인식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세를 유지한 셈이다.
실제 올해 1분기 신한은행의 경비차감전 영업익은 2조4054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2조2641억원보다 9.1% 늘어났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대출자산이 성장하고 은행의 효율적 조달비용 관리로 인해 순이자마진이 개선, 이자이익을 중심으로 영업이익은 증가했다"라고 설명했다.
핵심 비은행 계열사인 신한카드도 순익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올해 1분기 신한카드의 순익은 1851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1667억원보다 11.0% 늘었다. 신용판매, 할부, 오토리스 등 취급액이 늘어나면서 순익 상승을 견인했다.
신한라이프도 지난해 1분기 1338억원과 비교해 15.8%늘어난 1542억원의 순익을 내며 실적상승 대열에 합류했다. 단기납 종신보험 등 보장성 보험 판매가 늘어나면서 보험손익이 개선된 영향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순익이 크게 꺾였다. 올해 1분기 신한투자증권의 순익은 757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1194억원보다 36.6% 빠졌다. 과거에 취급했던 인수 금융 자산이 손상된 영향이다. 거래대금이 늘어나며 위탁매매 수수료가 늘었다는 점은 위안거리다.
신한캐피탈도 아쉬운 1분기를 보냈다. 올해 1분기 신한캐피탈의 순익은 64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0.2% 감소했다.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이자비용이 늘어난 데다가 보유하고 있던 유가증권의 평가이익이 줄어든 영향이다.
높아진 주주가치 제고 목소리…응답한 신한
이날 신한금융지주는 1분기 보통주 배당금 540원과 2분기와 3분기 중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및 소각을 결의했다. 자사주 취득은 신탁계약 방식을 통해 이뤄지며 취득 완료 후 전량 소각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올해에도 적정 자본 비율을 유지하는 가운데 일관되고 지속적인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