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ELS사태로 '불완전판매' 홍역을 겪은 가운데, 우리은행이 보다 쉽게 상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비대면 펀드 판매 프로세스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뱅크가 펀드 판매에 도입한 대화형 인터페이스 적용 등을 논의 중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비대면 펀드 판매 프로세스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DLF 사태에 이어 ELS 사태까지 불완전판매 논란에 거듭 휩싸이면서 대면 뿐만 아니라 비대면 펀드 가입 절차도 손보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이 시작된 데는 지난 1월 카카오뱅크가 펀드 상품 가입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OX퀴즈나 대화형 인터페이스 등을 적용하는 등 기존 시중은행 대비 '가벼운' 서비스를 내놓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시중은행들은 이에 대해 '하고 싶어도 못 했다'고 토로해 왔다. 기존 펀드 판매 채널이 대면 위주였던 만큼 대면에서 제공했던 투자설명서 등을 비대면 채널에도 반영하면서 내용이 방대해지고 딱딱한 문어체를 사용하는 등 한계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기존에 대면 채널에서 고객에게 제공하는 문서 등을 비대면으로 제공하려다 보니 분량이 많아진 측면이 있다"라며 "비대면으로 시작한 인터넷은행은 비교적 가볍게 시작할 수 있는 조건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시중은행들이 DLF 사태 등을 겪으면서 금융소비자법 준수를 위해 자체적으로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불완전판매 논란이 있었던 만큼 비대면 채널에서도 가능한 많은 정보를 상세하게 제공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부 시중은행도 비대면 펀드 판매 관련 프로세스 개편에 나서는 모습이다. 우리금융은 오는 11월 출시가 예정돼 있는 슈퍼앱 '뉴원'에서 비대면 펀드를 판매할 때 대화형 인터페이스 등을 적용할 예정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ELS 판매 당시 은행 직원들이 상품에 대한 중요 정보를 설명했는데도 사실상 소비자들이 이해를 하지 못한 채로 서명을 하는 등 불완전판매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라며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실질적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방식을 찾아야 하는 과제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2년 8월 '온라인 설명의무 가이드라인'을 통해 금융상품 설명화면 등을 구성할 때 금융소비자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중요사항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등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처럼 비대면 펀드 판매에 대화형 인터페이스 등을 적용할 경우 금융소비자들의 실질적인 이해도가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최근 은행연합회도 고난도 금융상품 가입 시 금융연수원을 통해 교육을 받도록 하는 내용을 검토하는 등 금융소비자들의 '실질적인 이해'를 강조한 바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같은 방식을 도입할 경우 특정 정보만 강조되면서 오히려 금소법 위반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리은행 한 관계자는 "모든 은행들이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할 때 은행법상 공통적인 기준을 적용받기 때문에 우려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가입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구어체를 활용하는 등 표현 방식을 차별화 할 수는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