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손해보험사들의 2분기 실적발표가 다음 달 초 줄줄이 예정된 가운데 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 '3강'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선두사인 삼성화재가 올 상반기 누적 기준 약 1조3000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1위 자리를 공고히 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편, DB손보와 메리츠화재는 그 뒤를 바짝 뒤쫓는 모양새다.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에 따른 선제적 체질개선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현대해상과 KB손보는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하며 경쟁에서 점차 밀려나는 형국이다.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의 올 상반기 누적 순이익은 1조2897억원으로 추정된다. 전년 동기 1조2151억원 대비 6% 증가한 수치로, 부동의 1위를 지켰다. 지난해 삼성화재는 1조7554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사상 최대실적을 냈는데, 올 상반기에만 이미 지난해의 70%가 넘는 순이익을 달성하게 되는 것이다.▷관련기사 : '삼성생명 또 뒤에 세운' 삼성화재, 반기 순익 1.2조(2023년 8월14일)
뒤는 DB손보가 이었다. 올 상반기 누적 순익은 전년 동기(9181억원) 대비 13.5% 증가한 1조421억원으로 예상됐다. 메리츠화재의 올 상반기 순익 추정치는 9340억원 수준이다. DB손보와 1081억원으로 반기 기준 3위를 차지할 것으로 추측됐다.
메리츠화재는 순이익 기준 2018년까지 업계 5위권사에 불과했지만 2019년 현대해상을 제치고 3위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DB손보가 해외 일반보험 손실로 주춤한 틈을 타 2위에 오르기도 했다.▷관련기사 : [인사이드 스토리]실적 '삐끗' DB손보, 영업에 '올인'?(2023년 11월22일)
현대해상과 KB손보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두 회사는 올 상반기에도 4~5위권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해상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7745억원으로 추정됐다. KB손보의 경우 전년 동기(5252억원) 대비 8.9% 늘어난 5720억원을 기록했다.
KB손보의 경우 가장 먼저 성적표를 공개하며 "장기·일반보험 손해율 개선과 장기 보장성보험 판매 증가로 새 수익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이 확대,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순익을 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순위 변화는 없었다. 작년에도 현대해상과 KB손보는 각각 8057억원, 7529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4~5위권에 머물렀다.
업계에서는 삼성화재, DB손보, 메리츠화재가 3강 체재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이들 세 회사가 새 회계기준에 맞춰 선제적인 체질개선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령 메리츠화재는 CSM 확보에 유리한 장기보험 판매에 주력한 반면 현대해상은 되레 감소세가 나타났다.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장기보험 손익은 1조4717억원으로 전년 대비 8.7% 증가한 반면 현대해상은 77.2% 급감한 2488억원을 기록했다.
일부에선 보험사 회계처리 방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라는 점을 실적 '변수'로 꼽는다. 금융감독원은 금리연동형 보험상품의 공시이율 예실차 회계처리 방식과 CSM 상각률 산정 때 할인율 적용 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회계처리 변경 및 통일화 과정에서 발생한 노이즈로 주가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다"며 "현재 약 10개 항목에 대한 기준이 논의된 것으로 파악되지만, 실제 변경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