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가 2020년 이후 5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순이익 2조원 달성을 눈앞에 뒀다.
19일 메리츠금융지주는 메리츠화재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이 1조7105억원으로 전년 대비 9.2% 늘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전년 대비 6.4% 증가한 11조5578억원, 영업이익은 9% 증가한 2조2952억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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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화재의 보험손익은 1조5336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투자손익은 전년 대비 25% 증가한 7617억원으로 집계됐다.
보험사의 미래 성장을 가늠하는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MS)은 지난해 말 기준 11조1879억원으로 전년(10조4600억원)대비 약 7200억원 증가했다. 신계약 CSM은 1조38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지급여력제도(K-ICS·킥스)비율은 247.6%로 잠정 집계됐다.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를 크게 웃돌았다.
IBNR 제도 변경에…4분기 순익은 감소
다만 4분기 당기순이익은 21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6% 감소했다. 이는 미보고발생손해액(IBNR) 제도 변경에 따른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IBNR은 이미 발생한 보험사고 중 보험금이 청구되지 않아 미래에 지급할 가능성이 있는 '추정 보험금'이다. 보험사는 이를 추산해 책임준비금에 쌓아야 한다.
IBNR을 산출하기 위해서는 미래에 지급할 보험금에 대한 추정치인 손해진전계수(LDF)를 파악해야 한다. 기존 회계 제도에서는 보험 사고 일자를 실제 사고 발생일인 '원인 사고일'이나 보험금 청구 시점인 '지급 사유일' 중 보험사가 임의로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23년 말 금융당국은 약관상 지급의무가 발생하면 원인 사고일을, 지급의무가 발생하지 않으면 지급 사유일을 사고일자로 적용하라는 기준을 제시했다.
원인 사고일을 기준으로 준비금을 쌓으면 사고 발생 시점부터 결산 시점까지 기간이 길어지고 손해진전계수가 커져 더 많은 준비금이 필요하다. 준비금이 늘어나면 CSM이 줄어든다.
또 보험사가 예상한 보험금 및 비용에서 실제 발생한 보험금 및 비용을 제한 값인 예실차가 마이너스(-)로 잡히면 CSM 감소도 커져 보험사 손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메리츠화재는 그간 보수적으로 회계처리를 했기 때문에 원인 사고일을 기준으로 사고 일자를 적용했는데, 이 중 일부가 지급 사유일로 변경되며 IBNR이 감소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IBNR이 작아지면 보험사가 예상한 보험금 및 비용에서 실제 발생한 보험금 및 비용을 제한 값인 예실차 이익은 늘어난다.
이로 인해 메리츠화재의 2023년 4분기 예실차 손익은 -177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지난해 4분기 예실차 손익은 -1733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전체 예실차는 2689억원, 지난해 예실차는 1699억원으로 전년 대비 37% 감소했다. 지난해 예실차가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9%로 집계됐다. 다만 금융당국은 수준을 ±5%로 권고하고 있다.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는 "4분기 순이익 감소는 2023년 4분기 IBNR 제도 개정 효과가 반영되면서 2023년 4분기 예실차 이익이 상대적으로 컸던 역기저효과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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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부회장 "주주환원 50% 지속할 것"
한편 메리츠금융지주의 자사주 매입·소각과 현금 배당을 통한 2024년 주주환원율은 53.1%로 전년(51.2%) 대비 1.9%포인트 상승했다. 앞서 메리츠금융지주는 2023~2025 회계연도 연결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주주환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메리츠금융은 2025년 회계연도에도 50%가 넘는 주주환원율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주주환원 정책 실행과 관련해서는 자사주 소각 시점 변경 등을 검토 중이다.
오종원 메리츠금융지주 위험관리책임자(CRO)는 "메리츠금융은 2022년 발표한 중기 주주환원 정책을 실행하고 있으며 2025년에도 이 정책은 지속될 것"이라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고 매입한 자사주는 100% 소각한다는 정책은 변함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CRO는 "자사주 신탁 종료 후 즉시 소각하는 경우보다 1~1.5년 보유 후 소각하는 경우 세제 혜택이 증가한다"며 "따라서 앞으로는 자사주 신탁 종료시 즉시 소각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기간 보유하다가 소각하는 방식으로 변경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2026년 이후에도 50% 이상의 주주 환원을 지속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비경상적 대규모 M&A 기회가 있고, 이 투자를 위해서는 자본 비율을 맞춰야 하는데 50% 이상의 주주 환원을 할 경우 자본 비율을 맞추지 못하는 특수한 상황이 발생할 때는 주주환원이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