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다주택자에 대한 전방위적 대출 규제 강화에 나선다. 수도권 내 다주택자 신규 대출 억제에 그치지 않고, 임대사업자 등 기존 대출 만기 연장 제한 등을 통해 시장에 매물을 늘려 집값을 안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다주택자 규제 강화를 주문한 데 따른 조치다.
금융권 내에서는 만기도래 규모가 크지 않아 실질적인 공급 효과가 크지 않으리라고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 임대 매물이 줄면서 임대 가격이 상승하고, 집주인이 대출을 갚지 못해 임차인이 피해를 보는 등 임대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주택자 주담대 늘었지만…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투자 목적 주택 매입에 대한 위험가중치 조정과 비거주 다주택 대출에 대한 단계적 담보인정비율(LTV) 축소, 임대사업자 대출 만기 구조 차등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대출을 통해 다주택을 유지하는 레버리지 구조를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2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현재 논의되는 다주택 규제 방안들로) 신호가 일관되게 축적되면 (다주택 투자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재평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요한 것은 기대 구조를 재편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수도권, 규제지역 내 비거주 다주택자의 대출 잔액에 대한 LTV를 단계적으로 낮출 경우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지는 만큼 일부 다주택자 주택 물량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다. 이렇게 시장에 공급이 늘어나면 집값을 잡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정부 구상이다.
실제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은 최근 5년 새 큰 폭으로 늘었다.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주담대는 2021년 말 505조4046억원에서 2026년 1월 말 610조1245억원으로 20.7% 늘었다. 이 기간 다주택자 주담대는 14조2211억원에서 36조4686억원으로 156.4% 늘면서 증가 폭이 더 컸다. 주담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8% 수준에서 6%로 확대됐다.
그러나 다주택자 주담대 가운데 만기가 도래해 대출 규제를 적용받는 규모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체 주담대에서 다주택 주담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면서 "금융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상반기 기준 만기가 도래하는 규모는 극히 미미해 실질적인 공급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만기도래 예정인 다주택자 주담대 규모는 약 500억원(0.14%) 수준이다. 상반기 만기도래 규모가 5억원을 넘지 않는 시중은행도 있을 정도다. 주로 5년 주기형·혼합형 주담대로 만기가 30년 이상이기 때문이다. 다만 다주택 주담대에 대한 대환대출 규제도 거론되고 있는 만큼 대환대출까지 막히면 이자부담은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기도래 임대사업자에 영향…임대시장 혼란 우려
임대사업자의 경우 만기 도래 시기가 짧아 영향은 더 클 전망이다. 임대사업자는 통상 3~5년 만기 후, 1년 단위로 만기를 연장한다. 지난해 말 기준 5대 은행의 주거용 임대사업자 기업대출 규모는 16조370억원이다. 이 중 약 10조원가량이 올해 만기가 도래한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5조6793억원으로 금융사별로 수천억원에서 1조원 안팎 규모다. 이에 따라 이번 규제의 주요 대상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은 자금흐름에 큰 문제가 없다면 관행적으로 대출이 연장돼왔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자신의 SNS에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 대출의 '관행적 대출 연장'을 지적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이 대통령은 최근 "다주택 규제가 엄격한데 다주택을 해소하지 않고 버틴 다주택자들에게 대출 만기가 됐는데도 연장 혜택을 추가로 주는 것이 공정한가"라며 "주거용 아닌 투자·투기용 다주택 취득에 금융 혜택까지 주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대사업자의 경우 LTV 규제뿐 아니라 이자상환비율(RTI) 규제도 받는다. 임대 수입으로 이자 상환이 충분한지를 판단하는 지표로 연간 임대소득을 연간 이자비용으로 나눠 계산한다. 규제지역은 1.5배, 비규제지역은 1.25배가 적용된다. 규제지역의 경우 연간 이자 비용이 1000만원이면 최소 1500만원 이상 임대소득이 있어야 신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를 만기 연장 시점에도 재산정해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지난 2020년부터 아파트 등록 임대제도가 폐지돼 신규 아파트 임대사업자 등록이 막히면서 임대사업자의 다주택 매물 출회 압박은 시장 수요가 높은 아파트보다 빌라 등 다세대나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가 중심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등록민간임대주택 가운데 다세대, 다가구,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비중이 74.1%, 아파트(도시형생활주택 포함)는 20.9%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전세사기 이후 다세대, 연립 등의 신규 임대사업 추진이 어려운 상황에서 매물이 대거 나올 경우 임대시장 혼란이 일 수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대사업자의 경우) 아파트만 규제하면 규모가 크지 않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비아파트의 경우 상황이 달라진다"면서 "비중이 큰 데다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는다고 해도 시장에서 받는 수요가 적기 때문에 자칫 집주인(임대인)이 대출을 갚지 못해 디폴트 상황에 놓이면 전세사기와 같이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 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시장에 매매할 수 있는 매물이 늘면 임차 수요가 줄어 임대시장에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봤지만 시장에서는 이는 일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에서도 일부 이같은 위험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김용범 실장은 "무주택 가구의 주거안정을 담보하지 못하고 레버리지만 축소하면 또 다른 불안을 낳을 수 있다"면서 "레버리지를 줄이는 정책과 안정적 임대 기반을 확충하는 정책이 충돌하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남영우 나사렛대학교 국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 대출 규제로 주택 매물이 풀리면 1주택자 담보대출로 일부 조정이 돼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문제는 민간 공급이 큰 임대시장에서 장기적으로 다주택자가 빠졌을 때 신규 물량, 특히 지방의 경우 이를 수용해 줄 수 있는 대상이 줄어드는 만큼 이 부분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은행 등 금융권 관계자를 소집해 주택 유형, 지역 등에 따른 구체적인 다주택자 대출 규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