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과징금 결정이 다시 금융감독원 손으로 넘어갔다. 금융위원회가 조 단위 과징금 산정의 법리와 기준을 더 따져봐야 한다며 금감원 제재안에 보완을 요구하면서다.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첫 대규모 과징금 사례인 만큼 법리와 산정 기준을 둘러싼 금융위의 고심이 길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 안팎에선 금융위·금감원의 제재 관행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이 드러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금융위 정례회의 위원인 이찬진 금감원장은 이번 정례회의에 불참했다.
지난 13일 금융위는 ELS 불완전판매 관련 은행·증권사 제재 조치안을 다시 검토하라고 금감원에 요구했다. 일부 사실관계와 적용 법령·법리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금융위가 금감원의 주요 제재안을 공개적으로 반려한 것은 2018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태 이후 8년 만이다. 그만큼 흔치 않은 일이다. ▷관련기사 : 금융위, ELS 과징금 제재안 보완 요구…금감원 재검토(2026.05.13)
금감원은 지난 2월 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에 총 1조40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책정해 금융위에 전달했다. 당초 약 4조원 수준으로 거론됐던 과징금 규모는 2조원대, 다시 1조4000억원대로 낮아진 상태였다. 그럼에도 금융위는 두 차례 정례회의에서 결론을 내지 못했고 세 번째 논의 끝에 안건을 다시 금감원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ELS 제재는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첫 조 단위 과징금 사례라는 점에서 금융위로서도 부담이 컸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판단이 개별 은행 제재에 그치지 않고 향후 금융권 소비자보호 제재 기준점이 될 수 있어서다.
금감원이 산정한 과징금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는 문제의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원안대로 제재가 확정되면 은행권의 자본 여력이 줄고 정부가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 기조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이 금감원장 역시 여러 자리에서 생산적 금융을 위해 ELS 과징금 수위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이 원장 역시 과징금을 낮추는 방향 자체에 반대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위가 택한 방식은 직접 감경이 아니었다. 금융위는 스스로 과징금 수위를 조정하는 대신 금감원에 제재안 보완을 요구했다.
이 때문에 제재 관행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이 터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통상 금감원이 가능한 높은 수위로 제재안을 올리면 금융위가 법리와 제재 적정성을 따져 조정해왔다. 이 과정에서 금융위가 금융사들을 봐주는 역할로 비치는 데 대한 불만이 누적돼 왔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과징금을 재량으로 낮추는 '작량 감경' 권한이 없는 만큼 최종 판단은 금융위 몫이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금감원으로서는 난처한 상황이 됐다. 제재심을 거쳐 올린 안건을 다시 낮춰 제출하면 애초 제재 수위가 과도했다는 점을 자인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반려 사실을 외부에 공식화 하며 알린 점도 금감원을 자극했다.
이 금감원장이 ELS 제재안을 논의한 이번 금융위 정례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정례회의 위원인 금감원장이 중대사안을 논의하는 자리에 불참(이세훈 수석부원장 대참)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금융위가 금감원 제재안에 제동을 건 상황에서 불편한 기류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확대해석을 경계하며 "1조원대 과징금은 규모가 큰 사안이라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어서 한 번 더 고민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과징금 기준을 금융사가 실제 얻은 이익이 아니라 전체 판매액으로 잡는 것이 타당한지, 은행권의 선제적 자율배상 노력을 제재 수위와 과징금 감경에 어느 정도 반영할지 등을 재검토 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총 1조3000억원 규모의 자율 배상을 완료했으며 전체 피해자의 약 96%와 합의를 마쳤다.
사실관계 적용 방식이나 위반 건수 산정, 계산 방식에 따라 금감원 단계에서도 제재 규모를 다시 계산할 여지는 있다. 실제 금감원 내부에서도 과징금 규모를 낮춘 2안, 3안이 검토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에 몸 담았던 한 인사는 "금감원도 규모를 줄인 안을 근거와 함께 마련해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