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이 13차례에 걸친 임금 협상이 결렬되면서 내달 1일부터 5일까지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파업 전 첫 집단행동으로 사측을 향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노조는 임금 및 근로조건 개선과 함께 무너진 노사 간 신뢰 회복을 촉구하며 대화를 통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22일 인천 송도 본사 앞에서 '임금 및 단체협약 개선투쟁(임단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참가자 다수는 20~30대 젊은 구성원들이었으며, 노조 측에 따르면 이날 집회에 참석한 조합원은 약 2100명이다.
노조 파업 찬성 95%…13차례 교섭 결렬
노조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단체교섭이 실질적 진전 없이 장기화되고 있으며 회사측이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남훈 조직국장은 경과 보고를 통해 "노조는 설립 초기부터 외부 개입 없이 자율적 해결을 원칙으로 교섭에 임해왔지만, 취업규칙 변경과 인사 관련 사안을 거치며 노사 간 신뢰가 훼손됐다"며 "총 13차례 교섭이 진행됐음에도 임금 인상률과 복리후생 등 핵심 쟁점에서 회사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노조 조합원 투표에서 95%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는 것은 감정적 대응이 아닌 노동 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집단적 판단의 결과"면서 "이번 투쟁이 단순한 대립이 아니라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정당한 가치 평가를 재정립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조직국장은 "회사가 일방적 수용을 강요하는 태도를 버리고 성실한 교섭에 나선다면 대화의 여지는 열려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5월 1일부터 확보된 모든 적법한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며 "국내 1위 바이오 기업이라는 자부심과 조합원의 단결력을 바탕으로 이번 임단투에서 반드시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겠다"고 강조했다.
"근로자, 파트너 아닌 관리 대상"…노사간 '신뢰 붕괴' 논란
현장에서는 조합원들의 구체적인 경험을 담은 발언이 이어지며 집회 분위기가 한층 고조됐다. 단순 보상의 문제만이 아니라 노사간 '신뢰' 문제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물류그룹 소속 서동민 조합원은 "임금 인상률이 낮아서가 아니라 부당하다고 느끼는 환경에서 일하고 싶지 않아 이 자리에 섰다"면서 그간 현장에서 제기돼 온 사측의 부당 행위로 △강제 부서 이동 △마음상담소 상담기록 감시 및 인사평가 반영 △희망퇴직 인사 관련 문건 유출 및 저성과자 낙인 △지난해 12월 TAI(성과급) 지급률 50% 등을 지목했다.
그는 "그동안 회사의 태도는 지나치게 비협조적이었고, 직원들을 배제한 채 부적절한 방식으로 대응해왔다"며 "회사가 더 이상 우리를 무시할 수 없도록 5월 1일부터 시작되는 1차 투쟁에서 그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생산 품질관리(QC) 부서의 이충만 조합원도 "우리는 매해 역대급 실적을 갈아치우며 회사를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려놓았지만 사측은 뼈 아프게도 인간적인 믿음을 파괴했다"며 "구성원을 파트너가 아닌 관리 대상으로 보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현장에 퍼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 조합원은 인사 문건 유출과 노조 사무실 무단 출입 시도 등이 근로자들을 파트너가 아닌 감시와 탄압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비판했다.
그는 "진정으로 책임 있는 경영을 생각했다면 우리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대신 땀방울의 정당한 가치를 부여했어야 한다"면서 "사측의 편가르기와 갈라치기에 흔들리지 말고 우리의 권리를 되찾는 날까지 흔들림 없이 나아가자"고 주문했다.
"형식적 협상 아닌 상호 논의 전제"…파업 대응 의지도 피력
결의대회가 마무리된 후 진행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자리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노조측 입장이 나왔다.
박재성 노조위원장은 "회사가 그룹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일방적으로 제시하고 수용을 요구하는 방식으로는 실질적인 협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노조 역시 모든 요구를 100% 관철할 수 없다는 점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만큼, 상호 논의가 가능한 협상 구조가 전제된다면 협의의 여지는 열려 있다"고 말했다.
또 사측이 제기한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에 대해서도 대응 의지를 분명히 했다. 앞서 회사는 지난 1일 배양·정제 공정 등 24시간 가동이 필수적인 핵심 작업장에서 쟁의행위가 발생할 경우 수천억원 규모의 손실과 고객사 신뢰 훼손이 우려된다는 점을 들어, 법원에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바 있다.
박 위원장은 "핵심 공정 부서의 파업이 제한되더라도 이를 지원하는 부서를 통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며 "조합 가입률이 75%에 달할 만큼 높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의 대응 여력이 있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주가 하락에 따른 주주 우려에 대해서는 "주주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주가 상승을 통한 차익 실현일 것으로 생각한다"며 "노조의 일련의 행위들이 단기적으로 주가에 영향이 있을 수는 있지만, 구성원과 회사가 함께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결국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직원에 대한 보상이 확대된다고 해서 회사의 재원이 소모된다고 보여지지 않고 오히려 직원들에 대한 투자라고 봐야한다"면서 "이는 결국 구성원들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 회사에 다시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내달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전면 파업이 현실화되면 생산 차질에 따른 납기 지연과 고객 신뢰 훼손이 불가피해지면서 기업 경쟁력은 물론 K-바이오 전반의 신인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사간 향후 교섭 과정에서 양측이 접점을 찾고 갈등의 출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