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금협상을 두고 노조와 갈등을 빚어온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법원으로부터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일부를 인용받았다. 파업 중에도 일부 공정을 유지하도록 한 결정으로, 파업 자체를 막아내진 못했다.
노조가 내달 1일로 예고한 파업을 강행할 수 있는 상황인 가운데, 회사는 유지업무 범위를 넓히기 위해 즉각 항고에 나섰다.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생산 차질은 물론 수주 유치와 공장 확대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천지법 민사합의21부는 전날(23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사 상생노동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일부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노조가 쟁의행위 기간 중 조합원이나 제3자로 하여금 해동된 세포주의 변질 또는 부패 방지 작업 일부를 중단하도록 지시하거나 지침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노동조합법 제38조2항을 근거로 제조공정에 대한 작업 유지를 주장했고, 법원이 이를 일부 받아들인 것이다. 해당 조항은 '작업시설의 손상이나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은 쟁의행위 기간 중에도 정상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농축 및 버퍼교환, 원액 충전, 이와 관련된 버퍼 제조·공급 등 3개 항목에 대해 파업을 제한했다. 반면 배양·정제 등 공정에 대한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다.
이번 결정을 두고 양측은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각자 유리한 방향으로 의미를 부여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노동조합이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생산 차질을 감수하면서까지 감행하려 했던 파업에 제동을 건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노조 측은 "법원이 세포주 폐기 등의 우려가 있더라도 적극적인 생산 업무에서까지 노조가 공정을 유지할 의무는 없다고 본 것"이라며 오히려 노조의 쟁의권을 확인한 결정이라고 맞받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결정문을 수령했으며 일부 인용된 것을 확인했다"며 "인용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즉시 항고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일부 공정은 유지했지만…우려 여전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는 내달 1일부터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회사 측은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생산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특성상 한 배치(batch) 생산에 50~60일이 소요되며 공정이 연속적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진행 중인 공정이 단 하루라도 중단되면 해당 배치 전체가 폐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파업 실행에 따른 구체적 손실 규모를 아직 산정하지 못한 상태로, 공정 특성상 파업 기간에 따라 피해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유경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전날 보고서를 통해 "진행 중인 노조 이슈는 수주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며, 6공장 착공 의사결정도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사분규가 회사의 장점을 퇴색시키 때문이란 설명이다. 그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장점은 생산이 까다로운 바이오의약품을 높은 품질·경쟁력 있는 가격에 실패없이 적시 납품하는 것"이라면서 "이번 노조 이슈는 이같은 장점을 흔드는 요소"라고 평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추진 중인 6공장은 인천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에 들어설 18만 리터 규모의 생산시설로, 현재 건설 허가 신청이 진행 중이다.
파업예고일 다가오지만…"협상 진척 없어"
법원 결정에도 불구하고 노사 간 협상은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 관계자는 "법원 결정 이후 회사와 접촉했지만 회사 측은 협상 의지가 없다고 해 끝까지 가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회사 측은 5월 1일 파업에 대비해 현재 교육 중인 대졸 공채 신입사원을 같은 달 1일부터 5일까지 생산공정 및 물류 직무에 긴급 투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충분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인력을 생산 현장에 투입할 경우 안전사고는 물론 의약품 생산 품질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식입장은 여전히 대화를 통한 해결이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는 노동조합과 대화를 통해 임금협상을 원만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