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 지금으로부터 75년전 미국 듀폰은 신물질을 공개한다. '거미줄보다 가늘고 강철보다 강하며 실크보다 아름다운 섬유'라는 설명을 붙인 그 물질의 이름은 바로 나일론(nylon)이다.
듀폰은 나일론 발명을 통해 기존 섬유업계의 판도를 뒤흔든다. 적지않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나일론은 여전히 세계 합성섬유 시장에서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의복에서 산업용까지 나일론의 활용범위는 계속 확장되고 있다.
◇ 효성의 10년 집념
최근 국내에서도 듀폰의 나일론에 비견할만한 새로운 물질이 개발됐다. 효성이 10년간의 노력을 기울여 만든 '폴리케톤'이 그 주인공이다. 폴리케톤은 미국과 일본 등도 개발에 나섰지만 상용화에 실패한 신소재다.
폴리케톤은 대기오염의 주범인 일산화탄소와 올레핀으로 이뤄진 친환경 고분자 신소재다. 나일론에 비해 충격강도는 2.3배, 내화학성은 30% 이상 우수하다는 것이 효성측의 설명이다.
폴리케톤은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용도와 초고강도 슈퍼섬유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자동차와 전기전자 내외장재 및 연료계통 부품은 물론 타이어코드, 산업용 로프, 벨트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 기존에 사용되고 있는 소재들에 비해 물리적 성질과 가격경쟁력이 우수해 향후 부품산업을 주도할 핵심소재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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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성이 10년간의 연구를 통해 개발한 폴리케톤. |
효성은 오는 2015년까지 2000억원을 투자해 연산 5만톤 규모의 폴리케톤 공장설립을 검토중이다. 오는 2020년까지 총 1조5000억원의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폴리케톤이 제품화될 경우 연간 66조에 달하는 해외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이 효성의 예상이다. 자동차와 전기전자 등 산업의 경쟁력 제고 등 전후방산업의 파급효과가 1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탄소섬유를 잡아라
새롭게 부상하는 신소재 시장중에서는 탄소섬유가 가장 눈에 띈다. 탄소섬유는 알루미늄보다 가볍고, 철에 비해 탄성과 강도가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스포츠 용품에서 항공기 동체, 자동차 구조재 등 고성능 산업용 소재로 사용된다.
아직 세계 탄소섬유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는 미약하다. 도레이, 미쓰비시레이온 등 일본기업이 세계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부상하고 있는 탄소섬유 시장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차체 경량화에 주력하고 있는 현대차도 최근 탄소섬유를 활용한 썬루프 프레임을 개발하는 등 새로운 차체 소재로 채택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1년 자체적으로 탄소섬유를 개발한 효성 역시 2020년까지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연산 1만7000톤 규모의 탄소섬유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GS칼텍스는 원유 정제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인 '피치'를 이용해 탄소섬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내년에 60톤 규모의 시제품 생산을 시작으로 2015년부터 상업생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GS칼텍스가 개발한 '피치'계 탄소섬유는 반도체 공정용 도금 필터 등 산업용은 물론 공기정화기 등에도 사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 피치를 이용한 탄소섬유 생산은 GS칼텍스뿐이다. 도레이와 효성 등은 아크릴 섬유를 원료로 탄소섬유를 생산하고 있다.
SK케미칼은 탄소섬유의 생산보다 이를 활용한 사업을 추진중이다. 탄소섬유를 강화섬유에 미리 결합시켜 만든 중간재 성격의 프리프레그 사업이다. SK케미칼은 이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미쓰비시레이온과 협약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