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LG家 vs 금융, 질기디 질긴 ‘악연’

  • 2013.11.19(화) 18:04

LG그룹, 2003년 LG카드 사태로 금융업 포기
방계 LIG, LIG건설 CP 보상위해 LIG손보 매각

LG가(家) vs 금융. 참으로 질기디 질긴 악연이다. LG그룹이 LG카드 사태로 금융을 손에서 내려놓은 때가 지난 2003년이다. 그로부터 10년. LG그룹에서 분가해 대형 방계그룹을 일구는 데 초석이 됐던 LIG손보가 40여년만에 또다시 구(具)씨 일가들의 손을 떠난다.

◇한 때 전자·화학과 3대 주력

LG그룹은 1970년대 금융업에 진출했다. 1970년 범한화재 인수를 시작으로 럭키증권(1973년), 부산투자금융(1980년), 금성투자금융(1982년) LG신용카드(1987년)를 잇따라 설립했다. 이에 따라 199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금융은 전자, 화학과 더불어 LG의 3대 사업분야였다. 이 같이 이어온 LG의 금융 역사는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한 때 LG의 자랑이었던 LG카드가 도화선이었다. 외형이 1등을 결정짓던 2000년대 초 LG카드는 ‘물 불을 안 가리는’ 회원 모집을 통해 세를 불려나갔다. 그리고 숙적 삼성카드를 제치고 마침내 1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이 같은 영예는 LG의 명줄을 죄는 시한폭탄이나 다름 없었다.

2003년 하반기부터 내수경기 침체로 인한 연체율의 증가로 현금부족 사태를 겪기 시작한 LG카드는 같은 해 11월 급기야 4시간 현금서비스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2003년말에 이르러서는 1년전 1조9040억원에 달했던 자기자본이 부채가 자산보다 3조2130억원 많은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될 정도로 LG카드는 곪아있었다.

LG카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30년만에 금융업을 포기해야 했다. 채권단이 지원할 2조원에 대한 댓가로 구 회장은 LG투자증권 주식을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했다. 이는 사실상 LG가 금융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는 선언이었다. LG투자증권은 당시 금융계열사였던 LG카드, LG투신, LG선물, 부민상호저축은행을 지배한 회사였기 때문이다. 이후 LG카드는 신한금융그룹으로 팔려나가 신한카드에 흡수됐고, LG투자증권은 우리금융그룹의 우리투자증권으로 자회사가 된 뒤 현재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LG그룹에 금융 계열사는 단 하나도 없다. 삼성그룹이 삼성생명·삼성화재 등 12개,  현대기아차그룹이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등 5개 금융계열사를 소유하는 등 다른 대그룹들이 금융업에서 무시못할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구자원 회장, 종합금융그룹 꿈 접다

구자원 LIG그룹 회장은 19일 LIG건설 기업어음(CP) 투자자에 대한 피해보상 자금 마련을 위해 자신과 가족이 보유하고 있는 LIG손해보험 주식 전량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LIG화재 또한 40여년만에 구씨 일가의 손을 떠나 새 주인을 찾게 된다. 본가에서 금융업을 포기한지 정확히 10년만이다.

LIG손보는 1958년 설립된 범한해상이 전신으로 1970년 LG그룹에 인수된 뒤 럭키화재(1998년), LG화재(1995년)를 거쳐 2006년 지금의 이름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특히 LIG손보는 고(故) 구인회 LG 창업주의 첫째 동생인 고 구철회 LG 창업고문의 2세들이 LIG그룹을 일으키는 데 모체가 됐던 계열사다. 1999년 LG화재를 갖고 독립한 일가는 LIG손보를 기반으로 2004년 방산업체 넥스원퓨처(현 LIG넥스원) 설립을 시작으로 2008년 LIG투자증권 설립 등 잇따라 외형을 확장하며 현재 21개 계열사를 둔 LIG그룹을 일궈냈다.

그만큼 LIG그룹에서 LIG손보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올 6월말 현재 총자산 20조4100억원(연결기준) 규모의 손보업계 ‘빅4’인 핵심계열사다.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영업수익이 10조6700억원, 영업이익은 2220억원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무리한 건설업 진출이 결국 모체기업 매각이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LIG그룹은 2006년 건영건설, 2009년 한보건설을 각각 인수합병해 LIG건설을 설립했다. 그러나 건설경기 침체로 LIG건설의 부실이 심해졌고, 2010년 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직전 기업어음(CP) 1874억원어치를 발행해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따라서 LIG손보 매각은 구씨 일가가 쓰린 가슴을 뒤로 한 채  ‘LIG건설 CP 사태’를 매듭짓기 위한 내놓은 고육지책인 셈이다. 구철회 창업고문의 장남 구자원 LIG그룹 회장이 동생 구자훈 LIG문화재단 이사장, 구자준 LIG손보 회장과 키워온 종합금융그룹의 꿈도 사실상 막을 내렸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