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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데이콤을 인수할 수 있었던 데는 혈족기업들의 공(功)이 적지 않았다. 대기업의 통신서비스업체 지분한도 ‘10% 룰’에 묶여 그룹 계열사들의 운신의 폭이 좁았던 탓에 친족기업들이 대거 지분 확보에 나섰던 것이다. 1992년 LG그룹에서 일찌감치 독립한 구본무(68) LG그룹 회장의 첫째 남동생 구본능(64) 희성그룹 회장 소유의 상농기업(현 희성전자) 등이 이에 해당한다.
당시 LG 구(具)씨 집안과 한 울타리에 있었던 사돈 집안 허(許)씨 일가에서도 힘을 보탰다. LG백화점 안산점을 위탁·운영하던 다화산업(현 위너셋)도 데이콤 지분을 사들였다. 다화산업은 허완구(77) 승산그룹 회장 등 허씨가 2~3세들이 지분 전량을 소유하고 있던 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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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다. 비디오 제작·수입·판매 업체 미디아트도 참여했다. 미디아트는 옛 삼영프로덕션으로 1990년 12월 허창수(65) GS그룹 회장의 삼촌 허승표(67) 피플웍스 회장이 사들인 회사다. 바로 이 데이콤 지분이 당시 왕성한 축구계 활동과는 별개로 사업가의 길을 걷고 있던 허 회장의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됐다.
사실 1990년대 까지만 해도 경영자로서 허승표 회장의 존재감은 딱히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는 미디아트 인수후 1990년대 중반 마니네트웍(현 휴메인웍스)도 경영함으로써 사업영역을 조금씩 IT쪽으로도 넓혀갔다. 마니네트웍은 당시 허 회장이 80%, 외아들 준수씨가 20%를 소유하고 있던 통신장비부품 업체다. 하지만 이들 계열사들은 보잘 것 없었다. 엄밀히 말하면 부실기업이나 다름 없었다. 계속해서 적자가 쌓여 1998년말 결손금이 각각 289억원, 63억원에 이를 정도였다.
그런 허 회장에게 1999년 반전이 찾아왔다. 미디아트가 앞서 702억원에 사들였던 데이콤 지분을 1999년 매각해 904억원에 달하는 처분이익을 낸 것이다. 그 해 매출이 61억원에 불과했던 미디아트가 541억원의 순이익을 냈던 것은 전적으로 데이콤 매각차익에서 비롯됐다. 이를 통해 미디아트는 결손금을 모두 메꾸고도 이익잉여금이 287억원이나 되는 현금이 넘쳐나는 회사로 변모했다.
다만 현재 미디아트라는 존재는 사라지고 없다. 미다아트는 데이콤 지분을 매각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기존 사업을 정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데 2000년 99억원을 기록했던 매출은 그 후 계속해서 줄었다. 2008년에 이르러서는 1000만원을 갓 넘겼다. 미디아트는 마침내 2010년 6월 임시주주총회에서 해산을 결의한 뒤 그 해 말 청산됐다.
그러나 허 회장이 2000년대 들어 미디아트를 통해 인텍웨이브(현 피플웍스)를 차리는 등 IT와 광고 분야에서 잇따라 계열을 확장하며 피플웍스 계열을 키워낼 수 있었던 데는 미디아트가 남긴 데이콤 매각차익이 한 몫 거들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게다가 데이콤 지분이 한마디로 대박을 치면서 허 회장 자신의 돈주머니도 남부럽지 않을 만큼 두둑해졌다. 미디아트는 당초 허 회장이 지분 98%, 부인 조희숙씨와 자녀 서정·준수씨가 2%를 보유한 허 회장의 가족기업이었다. 미디아트는 2000년부터 2008년까지 5차례에 걸쳐 총 215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풀었다. 2002년 이후 계속해서 적자를 내던 미디아트가 풍성한 배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데이콤 매각 차익으로 그만큼 곳간에 많은 돈이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허 회장이 미디아트에서 벌어들인 배당수익은 21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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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회장이 미디아트를 인수하며 경영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지 20여년. 그가 실권을 쥐고 있는 피플웍스 계열은 어디에 내놔도 꿀리지 않는 재무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상 지주회사 피플웍스프로모션이 피플웍스와 피플웍스커뮤니케이션 두 자회사를 연결 대상으로 한 매출은 2008년 이후 최근 5년간 연평균 1480억원에 이르고 있다. 2009년에는 165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벌이도 좋다. 최근 다소 주춤거리고는 있지만 이 기간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EBITDA)이 한 해 평균 90억원에 이른다. 재무건전성은 나무랄 데 없다. 벌어들인 돈으로 그간 은행 등으로부터 빌렸던 돈을 모두 갚아 2010년을 끝으로 차입금이 단 한 푼도 없다. 2008년말 143% 수준이던 부채비율도 지난해 말 70%로 절반 수준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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