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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CEO의 비결]①"내 직업은 사장입니다"

  • 2015.04.14(화) 10:33

계열사 대표·그룹 2인자 등 장기간 재직
경영능력 검증·오너 전폭적 신뢰가 배경

'사오정(45세면 정년)' '오륙도(56세까지 직장에 있으면 도둑)'. 퇴직 시기가 점점 빨라지면서 오래 전부터 직장인들 사이에 회자되는 단어들이다. 취업난으로 인해 입사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직장에서 20년 가량을 근무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하지만 최고경영진 자리에만 10년 이상 재직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른바 '장수 CEO'다. 그들의 비결을 들여다본다. [편집자]

 

지난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219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에 입사한 신입사원 1000명중 임원으로 승진한 사람은 7.4명에 불과했다. 임원 승진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22년1개월이었다.

 

임원으로 승진했다고 해도 최고경영자(CEO)로 승진하는 것는 바늘구멍이다. 임원을 '임시직원의 준말'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고용 안정성도 낮다. CEO에 올랐다고 해도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은 오르는 것 만큼 힘들다. 30대그룹 상장사 CEO 평균 재임기간이 2.6년에 불과하다는 결과는 이런 상황을 대변한다.

 

하지만 반대 경우도 있다. 10년 이상 주요기업의 최고경영자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대기업 컨트롤 타워에서 계열사 대표이사까지 이들이 포진한 자리는 다양하다.

 

 

◇ 오너의 복심(腹心), 그는 2인자

 

오래기간 장수한 최고경영자들은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뉜다. 오너체제 그룹에서 전반적인 의사결정을 관장하는 이른바 `2인자`들과 사업능력을 인정받은 전문경영인들이다.

 

전자는 오랜기간 한 회사에 재직하며 오너를 보좌해온 인물들이다. 삼성의 경우 최지성 미래전략실 부회장이 대표적이다. 최지성 부회장은 삼성전자 입사후 반도체와 TV, 휴대폰 등 주요사업을 두루 거친후 그룹 전체를 관장하는 미래전략실을 맡았다.

 

삼성에는 최 부회장 외에도 이수빈 회장과 권오현 부회장, 박근희 부회장 등 장기간 재직한 최고경영자들이 있다. 이수빈 회장은 그룹 내에서 오너일가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회장' 호칭을 사용한다. 1978년 제일모직 사장을 맡은 이후 줄곧 최고경영진 자리를 유지해왔다. 이건희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을때는 삼성을 대표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다른 그룹 내 2인자로는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꼽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위원회 체제를 구축해 SK그룹을 이끌고 있다. 김창근 의장 역시 2002년 SK 대표이사를 시작으로 줄곧 최고경영진 자리를 유지해왔다.

 

이인원 롯데쇼핑 부회장, 이재경 두산 부회장, 이상운 효성 부회장 등도 오너일가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인물들이다. 이인원 부회장은 1997년 롯데쇼핑 사장을 지냈고, 2007년부터는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로 불리는 정책본부에 합류했다. 2011년에는 부회장으로 승진, 정책본부를 관장하고 있다.

 

2001년부터 두산 대표이사를 지낸 이재경 부회장, 2002년 효성 대표이사를 맡은 이상운 부회장 등은 줄곧 두산과 효성에서 근무하며 그룹경영을 관장해 왔다. 김승연 회장 부재시 비상경영위원장을 맡아 그룹을 경영한 김연배 부회장 역시 같은 길을 걸었다.

 

 

◇ 회사는 바뀌어도, 자리는 'CEO'

 

이들 2인자 외에 사업능력을 인정받아 최고경영진 자리를 유지하는 경우도 많다.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이나 현재 사회봉사단장인 박근희 부회장 같은 경우다. 권오현 부회장은 2004년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 사장을 시작으로 부품분야를 관장해 왔다. 2012년부터는 삼성전자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박근희 부회장도 2004년 삼성카드 사장을 시작으로 삼성전자 중국총괄 사장, 삼성생명 사장, 부회장 등을 지냈다.

 

현대차나 LG그룹도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윤여철 부회장과 양웅철 부회장이 대표적이다. 윤여철 부회장은 2005년 사장으로 승진했고, 2008년 부회장으로 한단계 더 올라섰다. 윤 부회장은 현대차 노무를 총괄하고 있다. 양웅철 부회장은 2005년 사장 승진후 2014년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현대차 연구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LG그룹에서는 박진수 부회장과 차석용 부회장이 꼽힌다. 박진수 부회장은 2003년 현대석유화학 공동대표를 시작으로 최고경영진에 합류했다. 이후 LG석유화학 사장, LG화학 사장에 이어 지난 2014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차석용 부회장은 1998년 피앤지 쌍용제지 사장, 2001년 해태제과 사장에 이어 2004년 LG그룹에 합류한 후 줄곧 LG생활건강을 맡고 있다. 2011년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로 선임된 정성립 사장은 친정으로 복귀한 경우다. 정 사장은 2001년부터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지냈고, 2013년에는 STX조선해양 사장으로 선임됐다. 하지만 다시 대우조선해양 사장으로 돌아오게 됐다.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역시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를 지낸후 회사를 떠났다 지난해 경영위기 타개를 위해 다시 기용된 케이스다.

 

재계 관계자는 "오랜기간 최고경영진에 재직하는 인물들은 이미 경영능력은 충분히 검증됐다고 보면 된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룹 오너 등 의사결정권자들의 신뢰가 상당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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