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은 석유개발사업(E&P) 투자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국제유가가 하향 안정화된 상태인 만큼 광구의 가치가 낮은 시점에 사들여 향후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은 28일 정유화학업계의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혁신안을 발표했다. 석유 및 화학사업은 추가 증설을 위한 투자보단 새로운 시장을 찾는데 주력하고, 개발사업 투자에 집중한다는 것이 골자다.
◇ 북미 광구 매물 예의주시
SK이노베이션은 현재 E&P 사업 성장을 위한 투자처로 북미 지역을 눈여겨보고 있다. 저유가로 가치가 떨어진 광구를 현 시점에 사들인다면 향후 유가가 상승했을 때 높은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철길 사장은 “저평가된 광구를 사들이는 것은 저유가가 가져온 기회”라며 “유가 하락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3분기에는 채산성 악화로 많은 광구 자산들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전망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올 상반기 정제마진 개선으로 실적이 나아져 이익이 생길 경우 투자자금 확보도 가능하다”며 “적기라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투자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에서의 개발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E&P사업부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미국 텍사스 지역에 거점을 마련했다. 지난해 3월 SK E&P 아메리카를 통해 오클라호마 소재 그랜트·가필드 카운티 생산광구 지분 75%, 텍사스의 크레인 카운티 생산광구 지분 50%를 총 3억6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이는 단순 지분투자가 아닌 직접 광구를 개발하는 것이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김기태 SK이노베이션 E&P 사장은 “2년 전부터 본사 이전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며 “국내에는 자산을 관리하는 최소기능만 두고 핵심 사업인력은 미국의 휴스턴 지역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석유·화학, 투자보단 협력
주력인 석유와 화학사업은 설비투자보단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는데 주안점을 둘 계획이다. 이미 공급이 넘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설비투자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판매처를 확보할 때 일시적으로 수출할 곳을 찾아 실적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수출처를 확보하는데 주력할 것이란 설명이다.
정철길 사장은 “동북아 기업들이 협력하면 서로 고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할 수 있고, 수입처 역시 안정적으로 석유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원유 도입처를 다변화해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대규모 재고손실이 발생한 경험이 있어 최대한 싼 가격에 원유를 들여오기 위해서다. 특히 미국과 이란 등에서 콘덴세이트 수입을 계획하고 있다.
김준 SK에너지 에너지전략본부장은 “구체적인 물량을 밝힐 수 없지만 도입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많은 양의 콘덴세이트를 들여올 것”이라며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조치가 해제된다면 이란산 수입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학사업은 주요 수출국인 중국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중국 시노펙과 공동으로 설립한 중한석화 공장이 가동 첫 해부터 흑자를 내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
정철길 사장은 “공장 가동 초기에는 적자를 내며 안정화단계를 거치지만 우한공장은 지난해부터 이익을 내기 시작했고, 올 1분기엔 836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며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에서의 사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 사장은 재무구조 개선과 투자자금 확보 차원에서 추진 중인 주요 계열사 상장과 관련해선 “SK루브리컨츠 외에는 계획하고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